[스페셜 인터뷰] Z세대 골퍼 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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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Z세대 골퍼 배용준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05.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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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2단의 유단자이기도 한 ‘쾌걸 조로’ 배용준은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집념이 누구보다 강하다. 가끔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는 방에 걸린 검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를 잇는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그들은 아주 독립적이며 디지털 친화적이고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또 자신이 주류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불안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기다림과 지루함을 무척 싫어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국가 대표 에이스 자리를 꿰찬 2000년생 배용준은 전형적인 Z세대 골퍼 중 한 명이다.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면서도 시종일관 당당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다는 듯 쭈뼛대더니 이내 자연스러운 미소를 장착한 채 촬영에 임했다. 

그는 엷은 미소를 띠며 “솔직히 집에서 웃는 연습을 좀 해봤어요”라고 말했다. 이미 대학생이 된 그이지만 미소를 지으니 앳된 소년처럼 느껴졌다. 정말 훈훈한 외모가 아닐 수 없다. 탤런트 ‘욘사마(배용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미소였다. 

골프와 첫 만남

배용준은 지난해 두각을 나타내며 아마추어로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에도 출전했다. 

그가 골프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아버지와 골프 연습장을 갔다가 10m 퍼팅을 했는데 굴리는 족족 들어갔다. 배용준의 말이다. 

“일단 재미있어 보였고 저는 아버지 앞에서 퍼팅을 했습니다. 그립을 잡는 법도 몰랐을 텐데 모두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샷도 해봤지만 헛스윙을 하지 않았고 잘 맞아 날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협 영화에 나오는 고수의 피를 이어받은 쿵후 신동처럼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실력을 선보였다. 

그의 집중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비결은 바로 검도 때문이었다. 이미 검도 2단의 실력을 갖춘 채 골프 클럽을 잡았으니 다른 종목(육상이나 수영 같은 스포츠)을 먼저 배운 아이들보다 손맛을 일찍 알아버린 게 아니었을까. 계속해서 그의 말이다. 

“집중하는 능력이나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집념이 그런 데서 나온 것 같아요. 제 방에는 검도 검이 걸려 있어요. 검은띠를 땄을 때 받은 검이죠. 지금 그 검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가끔 쳐다보면서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

골프와 검이라, 그건 정말 잘 어울리는 매치인 것 같다. 악당을 물리치고 자신의 시그너처 사인인 ‘Z’를 그리는 조로를 연상케 한다. 그러고 보니 배용준이 Z세대 아니었던가. 

또래 중 비교적 늦게 골프를 접한 배용준이 한국 골프를 끌어갈 유망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가 매일 바라보며 각오를 다지는 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찍 시작해서 감각이 남달랐던 친구들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정말 그들을 이기고 싶었어요.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나간 첫 대회에서 81타를 기록했습니다. 주위에서 ‘첫 대회인데 저렇게 잘해?’라는 반응이었고 인정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더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아요.”

눈 감고 퍼트하기

대전체중을 거쳐 대전체고 1학년이 된 배용준은 태극 마크를 반드시 달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올라가고 싶었다. 골프로 성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퍼트 입스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짧은 거리에서 백 스트로크 이후 임팩트까지 스무 번 이상 끊어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매일 밤 울면서 잠들곤 했습니다. 골프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골프를 좋아하는 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으니 속상했습니다.”

그린에 올라갈 때부터 식은땀이 나는 건 아니었다. 롱 퍼트 때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로지 짧은 거리의 퍼트가 그를 괴롭혔다. 백 스트로크를 하는 순간부터 떨리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 

“6시간씩 퍼트 연습을 해도 그건 고칠 수 없었어요. 절망의 연속이었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이런저런 조언이 이어졌고 그럴 때마다 어떤 팁이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그 조언 가운데 하나를 과감히 시도했고 그것은 입스를 극복하는 데 아주 주효했다.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아요. 정말 지나가는 말로 누군가 하는 말을 주워들었던 것 같아요. 눈을 감고 퍼트하면 불안감이 사라져 자신만의 스트로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잘 안 되더라도 무작정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습에 돌입했고 경기에서도 눈을 감고 퍼트했어요. 그리고 그건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는 2학년 내내 1m 안팎의 짧은 거리에서는 무조건 눈을 감고 퍼트를 시도했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지면서 더는 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골프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골프를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들었던 충격적인 말이 뭔지 아세요? 코치가 했던 말이었습니다. 그건 아주 저에게 극단적인 자극을 준 것이었는데요. 제가 퍼트에 실패하자 ‘그건 우리 어머니도 넣을 수 있겠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어려울 게 없고 어머니도 넣을 수 있는 아주 쉬운 퍼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에게 필요한 말은 ‘최고’라는 말이었다. 그의 부모는 늘 옆에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세계 무대를 향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 태극 마크를 달았고 올해까지 2년째 국가 대표로 활동 중인 배용준은 지난해 아마추어로서 최고의 해를 보냈다. 

송암배에 이어 매경솔라고배까지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이어진 허정구배에서 2위에 오르는 등 신들린 샷을 선보였다. 그의 말이다.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3연승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솔직히 부담스러웠어요. 실력을 믿고 플레이했습니다.”

아마추어로서 PGA투어 더CJ컵에도 출전했다. 비록 공동 6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그는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했다. 

“정말 최고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평소 좋아하던 선수도 많이 만났고 뭔가 선수로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도 좋았어요. 코스 상태야 말할 것도 없고요. 대회가 끝나고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PGA투어에서 영구 시드를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더CJ컵에서 우승컵을 들고 싶다고도 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무대이자 꿈의 무대였죠. 한국에서 열려서 의미가 큰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프로 신분으로 우승할 수 있다면 그건 아마 꿈이 이뤄지는 순간일 겁니다.”

Z세대 골퍼

배용준은 목표를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늘 당당하고 똑 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전달했다. Z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남의 시선이나 대세를 따르기보다 소신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 모습이 다른 세대에게는 다소 자기중심적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Z세대는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더 생각하고 삶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다른 세대와 비교해 길다. 시대가 원하는 방향이라며 아무렇게나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한 세대가 바로 Z세대다. 

“우리 세대는 승리욕만큼은 대단한 것 같아요. 친구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승리욕이 강한 세대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는 현재 대전 골프존 아카데미에서 연습한다. 성시우 감독과 김세민 코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레슨을 받을 때도 Z세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Z세대는 굳이 주류가 아니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 완벽하다는 걸 이미 진부하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뭔가 어설프고 엉성하더라도 창의적이고 신선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떤 조언이나 가르침을 받았을 때 먼저 충분히 시도하고 연습은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도 저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과감히 중단하고 저만의 스타일로 다시 만들어가는 편입니다. 그런 걸 좋아하고 즐깁니다. 특히 골프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해요.”

그는 특히 스윙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연구하고 풀어나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코스 공략에서는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연습도 확실한 목표를 정해놓고 그에 맞는 코스 세팅을 머릿속에 그린 후 여러 구질을 시도해본다. 

“샷이나 퍼트 감각이 최고조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열리지 않아 그 점이 무척 아쉬워요. 실력을 발휘하고 싶고 그동안 연습한 걸 실전에서 테스트해보고 싶은데 환경이 되지 않으니 안타깝죠.”

Z세대 배용준은 골프도 잘하고 인성도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몇 승을 거두고 어떤 투어에 진출하고 영구 시드를 획득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골프 선수 배용준의 목표는 단순해요. 골프 끝내주게 잘하고 사람들에게 성격 좋다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배용준

나이 : 20세

신장 : 173cm

학교 : 대전 전민초-대전체중-대전체고-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재학 중

특기 : 아이언 샷 그리고 검도(2단)

드라이브 샷 비거리 : 270~280m

존경하는 선수 : 타이거 우즈

닮고 싶은 선수 : 임성재

고마운 사람 : 가족, 김영찬 골프존 회장, 이상현 한국캘러웨이골프 대표, 성시우 골프존 감독, 김세민 코치

좌우명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프로 데뷔 후 우승하고 싶은 대회 : GS칼텍스·매경오픈골프대회

스트레스 해소 : 노래 부르기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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