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내셔널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자 선수, 제니퍼 컵초가 말하는 ‘인생을 바꾼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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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내셔널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자 선수, 제니퍼 컵초가 말하는 ‘인생을 바꾼 라운드’
  • 전민선 기자
  • 승인 2020.04.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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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내셔널에 도착했더니 어떻던가? 전에도 그곳에 가본 적이 있나?
그 전해에 웨이크포레스트 팀과 함께 오거스타에서 플레이했다. 어릴 때는 그곳에서 플레이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 (ANWA) 때도 회장 만찬이 열린 화요일에야 오거스타내셔널에 들어갔다. 그런 일정 때문에 기대감이 점점 고조되었던 것 같다. 다들 그곳에 가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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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눈에 띄던가?
토너먼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클럽하우스와 로커룸, 크로우즈네스트를 구경하고 경내를 둘러봤다. 아널드 파머가 웨이크포레스트의 선배이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그의 로커가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다. 버틀러 캐빈과 미디어센터 그리고 터널은 우승하기 전까지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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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전에 그 코스에서 플레이한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다(토요일 마지막 라운드에 앞서 금요일에 연습 라운드를 했던 것과 더불어).
물론이다. 그곳이 자아내는 경이로움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습 라운드를 위해 그곳에 갔을 때는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연발하는 대신 코스를 익히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정도가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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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였지만 오거스타내셔널에서는 현지 캐디로 교체해야 했다. 어렵지 않았나?
정말 힘들었다. 처음 두 라운드에서는 아버지가 캐디를 해줬고 오거스타로 연습 라운드를 하러 가서 코스를 살펴봤다. 연습 라운드 때는 그 전해에 플레이할 때와 같은 사람이 캐디를 해주었다. 코스에서 플레이하고 나니 브라이언 매킨리가 그곳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야디지북만으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다. 그는 경사의 차이를 알고 야디지 표시를 전부 기억하고 휘어지는 라인까지 그린을 파악하며 코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버지와 나는 더 고민할 게 없다고 확신했다. 재미있는 건, 언론에 내가 아버지와 얘기를 나눴다고 나간 것이다. 기분이 상한 건 아니지만 당시에 아버지는 먼저 말해줄 수도 있었지 않았느냐고 서운해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물어봤고 그래서 대답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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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를 치르는 중에 현지 캐디와 함께해서 다행이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그 라운드에서 내가 성공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역할이 무척 컸다. 13번홀에서 이글 퍼트를 했을 때도 나는 다른 쪽으로 라인을 읽었다. 그는 결코 아니라고 했다. 그가 옳았다. 그게 아주 컸다. (이 이글 덕분에 컵초는 파시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편두통이 심했던 세 홀에서는 그가 라인을 읽고 최소한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지도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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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라운드에서 한 샷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뭔가?
사실상 두 가지다. 13번홀과 15번홀에서 한 하이브리드 샷이다. 13번홀은 이글로 이어졌기 때문이고 15번홀이 근사했던 건 원래 페이드를 하는데 볼 앞에 섰을 때 ‘아니야, 이번엔 드로 샷을 해볼 거야’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선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런 모험을 하다니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드레날린이 솟구쳤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효과가 있었다. 투온을 성공한 후 투 퍼트로 버디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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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회에서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1번홀 티로 올라가면서 그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을 봤을 때다. 다들 우리의 플레이를 보며 즐거워했다. 꿈만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플레이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학 토너먼트에서 사귄 친구들과 그런 경험을 하는 것도 대단한데 우리가 그곳에서 경기를 벌인 최초의 여자 선수라는 사실은 정말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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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 물론 대학 토너먼트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아마추어 골프를 끝내고 프로가 시작되면서 인생의 한 장을 끝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많은 사람 앞에서 플레이하는 걸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됐고 중압감 속에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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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다음에 그곳에 다시 가봤나?
아니다. 그곳에 다시 가서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페어웨이를 거닌다면 정말 근사할 것 같다. 그때의 중계 화면은 두 번쯤 봤다. 보기만 해도 신이 났다. 카메라가 잡은 화면을 보면서 저 샷을 할 때, 아니면 저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떠올리는 건 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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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에서 배운 것 중 프로로 전향하면서 도움이 된 게 있을까? 
느긋한 마음으로 프로로 전향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내 성공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예전에는 토너먼트에 출전할 때면 스트레스가 심했고 잘못될 여지가 있는 것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런데 ANWA에서는 그 상황을 경험하고 그 순간을 누렸다. 그런 마음가짐이 프로로 전향하면서 크게 도움이 됐다. 뭔가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그 원인을 파악하고 다른 부분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_킬리 레빈스(Keely Levins) / 정리_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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