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트랩을 길들였다”…美, 임성재 대담함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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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트랩을 길들였다”…美, 임성재 대담함 호평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0.03.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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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트랩을 길들였다" 임성재의 15번홀(파3), 17번홀(파3) 티 샷 장면을 담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하이라이트 영상의 제목이다.

PGA 투어 혼다 클래식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는 선수들이 매해 고역을 치르는 장소 중 하나다. 메이저 대회에 비견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주 내내 바람이 불어서 그린이 단단해졌고 타수도 치솟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15번·16·17번홀은 '베어 트랩(곰의 덫)'으로 불린다.

파3홀인 15번홀과 17번홀은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 15번홀과 17번홀에선 버디가 13개 나오는 데 그쳤다. 그런 가운데 임성재는 이 두 홀에서 모두 버디를 낚은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PGA 투어는 임성재의 15번홀, 17번홀 티 샷을 첫 우승을 위한 클러치 샷이었다고 평가했다.

1타 차로 선두를 추격하던 임성재는 그린 앞과 오른쪽에 물이 도사리고 있는 15번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 샷한 볼을 핀 오른쪽 2.1m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16번홀(파4)을 파로 무사히 넘어간 임성재는 17번홀(파3)에서 7번 아이언으로 다시 한번 티 샷을 2.1m 거리에 꽂아 버디를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 티 샷부터 그린까지 이득 타수 1위를 기록했다. PGA는 "샷이 임성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뉴욕 타임스는 임성재의 우승을 두고 "베테랑 골퍼를 이긴 대담함"이라고 평가했다.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등이 끝까지 임성재를 추격했지만, 베어 트랩에서의 대담한 샷이 승부처였다는 것이다.

임성재는 베어 트랩에서 버디만 두 개를 잡은 것에 대해 "어려운 홀이지만 공격적으로 핀 보고 샷을 했다. 보수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오히려 실수했을 것"이라고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일반적인 스윙과 달리 느리게 백스윙하는 임성재 특유의 샷도 주목받았다.

임성재는 "3~4년 전만 해도 백스윙 스피드가 다른 선수들과 비슷했다. 샷 일관성을 찾고 싶고 더 정확하게 치고 싶어서 (느린 백스윙을) 시도했는데 잘 되더라. 점점 백스윙이 느려지면서 지금의 스윙이 됐다. 더 좋은 결과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 딱 맞는 스윙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성재는 1년 전 혼다 클래식에서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로 나섰지만 3라운드에서 77타를 치고 무너져 공동 51위로 대회를 마감한 기억이 있다. 이번엔 달랐다.

매슈 볼프,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 호아킨 니만(칠레), 빅토르 호블랜드(노르웨이) 등 지난해 신인상 경쟁자들이 임성재보다 먼저 우승을 차지했지만, 우승한 대회 규모 면에선 임성재가 우승한 혼다 클래식을 따라갈 수 없다.

지난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임성재는 가장 많은 대회인 35개 대회를 소화해 '아이언맨(철인)'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그중 26번 컷 통과, 7차례 톱 텐에 올랐고, 전 시즌에 걸친 페덱스컵 포인트 19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신인 중 유일하게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해 신인상을 받았다.

미국 팀을 상대한 프레지던츠컵에선 3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그중 US 오픈 챔피언인 게리 우들랜드(미국)도 제압해 자신감을 얻었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밤이 될 것 같다"며 우승의 기쁨을 밝힌 임성재는 "한국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빨리 바이러스가 진정되길 바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뿐"이라며 위로도 전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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