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바 아웃, PGA 멘탈리티…코비를 떠나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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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바 아웃, PGA 멘탈리티…코비를 떠나보내는 법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3.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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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바 아웃(Mamba out)”.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 1978~2020)가 영원히 코트 너머로 떠났다. 은퇴 경기를 마친 뒤 남긴 그의 마지막 말처럼.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블랙 맘바(브라이언트의 별명)’를 떠나보내며 그의 지독한 승리욕과 열정을 뜻하는 ‘맘바 멘탈리티’를 담았다. 

1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리파인스골프장. 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마지막 18번홀을 돌고 그린을 빠져나온 타이거 우즈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의 캐디로부터 믿을 수 없는 비보를 접했다. 우즈와 1996년 프로 데뷔부터 전성기를 함께 누리며 은퇴할 때까지 정신적 교감을 나누던 친구의 죽음이었다. 

NBA 슈퍼스타 브라이언트가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경기 직후 현지 중계진은 우즈에게 골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오직 코비에 대한 이야기였다. 슬픔에 잠긴 우즈는 담담했다. 

“캐디가 18번홀 그린에서 나와 말하기 전까지 몰랐다. 갤러리가 ‘맘바를 위해’라고 소리치는데 이해를 못했다. 그 이유를 조금 전에 알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비극적인 날이다.”

브라이언트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칼라사바스에서 자신의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가던 중 불의의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13세 둘째 딸 지아나와 함께 자신이 설립한 ‘맘바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농구 경기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브라이언트와 지아나를 포함한 탑승자 아홉 명 가운데 생존자는 없었다. 

PGA투어는 갑작스러운 전설의 죽음을 추모했고 선수들은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던 코비의 죽음에 줄지어 애도를 표했다. 브라이언트는 세상에 없었지만 코비를 기리는 ‘맘바의 혼’은 PGA투어 곳곳에서 숨 쉬고 있었다.  

브라이언트의 죽음은 NBA 역사상 가장 슬픈 일로 기억된다. NBA 선수들은 브라이언트를 추모하기 위해 경기 시작 이후 공격 의사 없이 24초 공격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8초 동안 하프코트를 넘지 않고 고의로 룰을 어겼다. 8번과 24번은 NBA 역사상 최초로 두 개의 번호가 동시에 영구 결번된 현역 시절 브라이언트의 등 번호다. PGA투어도 브라이언트의 추모와 애도 물결에 동참했다. 생전의 코비처럼 뜨겁게.

No. 8 & 24

PGA투어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추모를 위한 준비에 몰입했다. 브라이언트가 세상을 떠난 사흘 뒤 열린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은 갤러리 소음이 허용된 이색적인 골프 축제와 코비를 위한 추모 물결이 품위 있게 균형을 이뤘다. 

PGA투어는 대회 최종 라운드가 열린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 16번홀(파3)을 코비를 추모하기 위한 홀로 꾸몄다. 8번과 24번을 기리기 위해 홀 위치를 그린 위쪽으로 24걸음, 왼쪽으로 8걸음이 만나는 지점으로 했다.

또 홀 번호와 관계없이 깃발 양면에는 8번과 24번을 새겼고 깃발 색깔도 노란색과 보라색을 혼합해 새로 제작했다. 16번홀 페어웨이에는 3라운드를 마친 뒤 라이트를 켜고 8번과 24번을 노란색으로 크게 새겼다. 브라이언트는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줄곧 LA레이커스에서 뛰며 노란색과 보라색 유니폼만 입고 통산 3만3643점을 기록했다. 

PGA투어의 추모는 멈추지 않았다. 이후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이 열린 로스앤젤레스 리비에라컨트리클럽 8번홀(파4)은 코비를 추모하기 위한 홀이었다. 브라이언트의 유니폼 모양으로 표지판과 깃발을 설치했다. 노란색 바탕의 표지판에는 보라색으로 ‘8’과 ‘Mamba’를 새겼고 그린에는 노란 깃발을 꽂았다. 이 대회 8번홀에서는 생전 브라이언트와 친분이 두터웠던 타이거 우즈와 브룩스 켑카, 로리 매킬로이가 티 샷을 해 의미를 더했다.  

맘바 멘탈리티

골프계의 추모 열기를 이은 건 PGA투어 선수들이었다. 피닉스오픈을 앞두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골프백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전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는 자신의 SNS에 ‘당신은 내게 영원한 우상이었다’고 남긴 데 이어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문구를 새긴 클럽을 들고 나서겠다며 자신의 클럽을 공개했다.

토머스의 클럽에는 ‘Mamba Mentality’, ‘Black Mamba’, ‘81 Point’, ‘Kobe Bean Bryan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81점은 브라이언트가 2006년 토론토를 상대로 올린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이자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다. 또 퍼터 헤드 커버에도 ‘RIP(편히 잠들길), Kobe’라는 문구도 직접 적었다. 

토머스는 브라이언트의 고교 시절 등 번호 3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출전해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고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브룩스 켑카는 골프화 바닥에 ‘Mamba’라는 문구를 새긴 골프화를 신고 대회에 출전하며 그를 기억했다.

“브라이언트는 성장기에 내 영웅이었고 지금까지도 그는 삶에 접근하는 방식에 영감을 주고 있다. 매일 일어나서 난 내 폰을 켜고 그의 명언을 봐왔다. 그의 정신력은 어려운 시기뿐 아니라 내 삶 전체에 동기 부여가 됐다.” 켑카의 말이다.

로리 매킬로이는 “이런 비극에 애도가 계속되는 건 ‘빅 코비’가 보여준 임팩트가 농구뿐 아니라 전 세계에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맘바는 영원하다”라며 자신의 클럽 헤드 커버를 모두 바꿔 추모했다. 토니 피나우는 피닉스오픈 내내 브라이언트가 생전에 입었던 노란색 8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고 버디를 잡은 뒤에는 슛을 던지는 제스처로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또 더스틴 존슨과 리키 파울러, 필 미컬슨, 버바 왓슨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브라이언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파울러는 “당신을 직접 만나진 못했으나 당신이 보여준 위대한 직업 윤리는 당신이 왜 전설이고 아이콘이며 영웅인지 알게 한 이유”라고 밝혔고, 왓슨은 “우리가 당신을 기억해야 할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남겼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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