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박현경, "위축되지 않고 대범한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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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박현경, "위축되지 않고 대범한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01.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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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루키로 활약한 박현경은 시즌 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대부분의 시즌 전망 기사에 국가 대표 출신 투 톱 박현경과 조아연을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하며 집중 조명했다. 어쩌면 그때부터 박현경은 주위의 관심과 기대라는 무게를 한껏 짊어지고 시즌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동갑내기 친구인 임희정과 조아연이 첫 우승을 거둘 때 박현경이 할 수 있는 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것뿐이었다. 임희정은 3승을 거두며 상금 랭킹 4위(8억7508만2015원)에 올랐고 신인상 포인트 2위(2532포인트)를 차지했다. 조아연은 임희정보다 1승이 적은 2승을 챙기며 상금 랭킹 5위(7억5197만2408원)로 뒤졌지만 신인상(2780포인트)을 수상했다. 반면 박현경은 우승 없이 상금 랭킹 23위(3억903만2001원), 신인상 포인트 3위(2068포인트)에 그쳤다. 

조아연과 임희정이 대회를 앞두고 퍼팅 연습을 하고 있으면 박현경은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어떻게 첫 우승에 대한 부담을 극복했을까’라며 홀로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박현경의 말이다.

“(임)희정이에게 ‘퍼트가 좋아진 것 같아’라고 말을 건넨 적이 있어요. 왜 그런 말이 불쑥 나왔는지 그때의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마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나는 첫 우승이 이렇게나 힘든데 도대체 나랑 무엇이 다른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물론 제가 그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박현경은 지난 시즌 자신의 플레이에 관해 아쉬움이 ‘100’에서 ‘80’이라고 했다. 몇 번의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특히 하반기 들어 퍼트가 좋지 않았다. 두세 발 거리의 버디 퍼트를 자주 놓치면서 경기의 좋은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계속해서 박현경의 말이다. 

“상반기에 샷이 좋지 않으니 하반기 들어가기 전 샷 훈련에 집중했어요. 퍼트 연습을 소홀히 한 게 문제였죠. 거기에 부담감이 심했어요. 주변의 관심이나 루키들의 선전이 저를 조급하게 만들었어요.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나도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주위에서 ‘조급해 보인다’고 ‘위축되지 마라’, ‘조급해하지 마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죠. (고)진영 언니도 저에게 ‘신인상 타지 못하면 어때. 나도 못 탔잖아’라며 저를 다독여줬어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미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선배 입장에서 이제 갓 프로 타이틀을 달고 주눅이 잔뜩 들어 있는 10대 소녀의 모습이 얼마나 애처롭게 보였을까. 어쩌면 신인 때 연습 그린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못하던 자신의 모습이 박현경을 통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박현경은 위축된 자신의 모습을 바꿔보려고 잠들기 전 늘 책을 읽었다.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점점 좋아지는 걸 느꼈다.

“제가 생각해도 2019년은 많이 부족했어요. 아버지(박현경의 아버지 박세수 씨 역시 프로 골퍼다)도 지난해 상반기에 ‘넌 아직 우승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라고 했습니다. 일단 첫 우승을 하기 전까지 극복해야 할 게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부담이라는 것도 이겨내야 하고 자신과 싸움에서도 이겨야 하죠. 첫 우승까지 그 과정은 무척 험난할 것 같아요. 그걸 인지하고 차분히 준비해나간다면 언젠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겠죠.”

박현경은 올해 ‘첫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한다. 더는 피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맞서려고 한다. 필드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대범한 플레이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마추어 시절 ‘오라 공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제주도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우승이 많았어요. 그 골프장에서 국가 대표 타이틀도 얻었고요. 제 첫 우승은 오라에서 열리는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아버지와 저를 아는 모든 분께 ‘이제 저 우승할 준비가 됐으니 지켜봐주세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어요.”

박현경
나이 20세
신장 167cm
소속 갤럭시아SM
후원 한국토지신탁
기록 KLPGA투어 신인상 포인트 3위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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