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잭팟’ 김세영, 2020 주사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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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잭팟’ 김세영, 2020 주사위 던지다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1.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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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 김세영이 또 마법을 부렸다. 

이번엔 ‘잭팟’이 터졌다. 마지막 18번홀 굽이친 라이를 태운 절묘한 퍼트. 그는 결정적 한 방으로 150만 달러짜리 칩을 움켜쥐었다.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우승은 ‘승부사 김세영’을 표현하는 완벽한 수식어다. 

타이거 우즈는 우승이 결정되는 최종일 붉은 셔츠를 입고 나와 코스를 지배했다. 경쟁자들은 우즈의 등장만으로도 압도당했다. 승부사의 오라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치열한 승부에서 극적인 우승을 결정짓는 한 방이 필수 조건이다.

빨간 바지의 마법도 그렇게 시작됐다. 김세영은 명승부의 대명사다. 한국에서 거둔 5승은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해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마지막 날 짜릿한 클러치 샷을 수차례 연출했다. 대회 마지막 날 홀인원, 18번홀 이글, 연장전 샷 이글은 예삿일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72홀 최소타, 최다 언더파 우승 기록(31언더파 257타, 손베리크리크클래식)도 새로 썼다. 11월 25일 끝난 CME그룹투어챔피언십은 압권이었다. 김세영은 LPGA투어 역대 최다 우승 상금 150만 달러가 걸린 대회에서 ‘극장 샷’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우승 뒤 곧바로 귀국한 김세영은 축하 인사를 다니느라 쉴 틈이 없다. 두둑한 돈방석에 앉아서도 “떡볶이와 호떡이 제일 먹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 잭팟, 그날의 기억

뜻밖의 이야기였다. 김세영은 CME그룹투어챔피언십을 준비하면서 긴장감이 평소보다 덜했다. 준비 과정도 편안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선두를 달리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를 긴장시킨 건 비로소 4라운드 후반에 접어들어서다. 

“마지막 날 막판에 압박이 엄청 오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편안했거든요. 리더 보드도 안 보려고 했는데 14번홀에서 처음 봤어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니까. 사실 다른 선수들은 조금 차이가 나서 전혀 신경 안 쓰고 바로 밑에 있는 넬리만 신경 썼죠.”

14번홀 이후 다시 리더 보드를 보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 먼저 경기를 마친 찰리 헐이 공동 선두로 올라선 상황을 까맣게 모른 채. “18번홀에서는 당연히 제가 우승할 줄 알았어요. 두 타 차였던 넬리가 넣을 수도 있으니까 ‘투 퍼트만 하자’, ‘퍼트 실수만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는데 그 거리가 딱 맞아떨어진 거죠.” 

김세영이 까다로운 라이에서 친 7.6m 퍼트는 기적처럼 홀에 빨려 들어갔다. 우승을 확정 지은 환상적인 ‘클러치 퍼트’였다. “내 플레이 스타일이라면 어떻게든 넣자고 공격적으로 갔을 텐데 안전하게 갔어요. 예전 롯데챔피언십 마지막 칩 샷으로 우승할 때는 넣으려고 친 거였거든요. 이번 대회는 저도 모르게 편안하게 갔던 것 같아요. 아마 그 상황에 스코어를 알았다면 공격적인 전략으로 갔을 거예요. 그래도 들어갔을까요? (웃음).” 

김세영이 우울할 때마다 꺼내는 기억이 있다. 2015년 롯데챔피언십 우승 순간이다. 하지만 ‘인생 대회’가 바뀌었다. “제 인생에서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대회는 롯데챔피언십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대회가 모든 대회를 다 이긴 것 같아요. 우승을 해도 공허한 감정이 느껴지는 대회가 있어요. 그런데 이번 대회는 정말 오래 갈 것 같아요. 우승하고 정말 행복한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느낀 우승 대회 중 가장 성취감이 큰 대회였어요. 상금 액수가 큰 것도 비중을 많이 차지한 걸까요? (웃음).” 

아직 우승 감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는 상금을 의미 있는 곳에 쓰려고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돈이라는 건 무엇에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잖아요.”

▲ 승부사의 비결

리더 보드 상위에 김세영 이름이 없어도 방심은 금물이다. 혹시 하다가 허탈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김세영은 언제든 몰아 칠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한 방이 터질 수도 있다. 궁금했다. 그런 강심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심지어 우승 상금 150만 달러짜리 대회에서 편안했다니. 

이 질문에 그가 떠올리는 선수들은 전설들이다. 안니카 소렌스탐, 박세리, 로레나 오초아,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이런 선수들은 우승 횟수로 따지면 비교할 수 없는 선수들이잖아요. 제가 앞으로 더 나가야 하는 목표죠. 저에겐 더 강한 정신력을 갖게 해주는 힘이에요. 이 선수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샷도 많이 하잖아요.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게 돼요. 저도 항상 그런 상상을 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믿게 되니까 그런 우승이 저에게도 오는 것 같아요.”

생각만으로 정신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김세영은 더 강해지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는 노력형 선수다. 올해 마인드 코칭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유명한 심리 상담 센터 박세니마인드코칭의 박세니 대표를 직접 찾아갔다. 

“우승을 더 하고 싶고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데 생각대로 너무 안 풀리니까 스스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선수는 항상 대회에 나가 있는 상황이 구석에 박힌 느낌이랄까, 몰리는 압박감을 받잖아요. 그런 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강한 정신력은 강한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김세영에게 꼭 맞는 말이다. 그는 어린 시절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운동을 놀이 삼은 ‘태권 소녀’였다. 일상은 습관이 됐다. 그는 빡빡한 국내 일정에도 운동 시간을 빼먹지 않는다. 

“체력은 진짜 많이 도움이 됐죠. 운동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도 근력 운동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근육이 유지되더라고요. 어릴 때 얼마나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성인이 돼서 그것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을 보완한다. 그는 최악의 컨디션에는 철저하게 대회에 나가지 않으려고 애쓴다. 최다 3개 대회를 소화하고 2주 휴식을 주는 것도 시즌 마지막 날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비결이다. 

▲ 주저하지 않는 ‘닥공 골프’

김세영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밋밋한 우승을 거부하듯 수많은 명품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었던 든든한 배경이다. 단일 대회에서 31언더파를 적어낼 수 있는 선수는 현재 김세영이 유일하다. 

그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건 편안한 골프다. ‘150만 달러 잭팟’도 그렇게 탄생했다. 안정적인 골프에서 편안한 골프가 나올 것 같지만, 아니다. 그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방어적으로 하면 항상 한계에 부딪히더라고요.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라고 생각해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내 감각이 최대한 살아 있어야 하고, 또 마인드가 안정적이어야 그런 것들이 다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편안하게 마음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셈이죠.”

더 놀라운 건 플레이 스타일이다. 공격적이면서도 코스에 일단 들어가면 주저하는 것이 없다. 어드레스에서 샷까지 망설임 없는 듯한 느낌은 때론 경쟁자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결정적인 순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그의 무기다. 

“어떻게 하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예전에는 목표만 보고 했는데 항상 한계에 부딪혔죠.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도 많이 했죠. 결국 후회는 해보지도 못했을 때 하게 되더라고요. 항상 어떻게 하면 최대한 공격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결정을 빨리 내리게 됐어요. 안 풀릴 때 엄청 느리게 하면 결과도 좋지 않더라고요. 냉정하게 버릴 건 버리고 빨리 선택과 집중을 해야 복잡해지지 않아요. 코스에 들어가기 전 고민해서 전략을 짜고 들어가서는 최대한 단순하게 하는 거죠. 즐기면서 승수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코스 밖 김세영은 딴판이다. 스스로 “결정 장애에 우유부단의 끝판왕인 변덕쟁이”라며 웃는다. 흔히 말하는 ‘A형 인간’ 부류로 자신을 정의했다. 다만 코스에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골프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제 성향과 완전히 반대되는 운동이라서 제가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 역대 네 번째 10승 전설 되다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는 LPGA투어에서 10승 이상을 거둔 전설들이다. 김세영이 시즌 3승을 수확하며 투어 통산 10승을 채워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 최고인 역대 한국 선수들 가운데 네 번째 LPGA투어 10승 선수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김세영은 승수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10승이오? 저한테는 승수가 엄청 크게 다가오는 것보다 그 우승하던 순간이 계속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대회가 끝나도 계속 이런 행복감이나 성취감을 느껴가는 게 큰 목표 중 하나니까요. 승수는 기량을 잘 발휘하고 퍼포먼스를 잘 보이면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도 10승을 달성한 건 정말 기쁜 일이죠.”

김세영이 의미를 두는 건 승수가 아닌 선배들의 발자취였다. 그가 처음 우승하던 철없던 시절부터 열 번째 우승을 달성한 순간까지 조금씩 달라지는 마음가짐에서 나온 존경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그냥 골프 잘하고 내 생활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승 횟수가 늘고 목표를 이뤄갈수록 또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예전에 박세리 프로님이 ‘조금 편안하게 해라. 넌 너무 앞만 보면서 간다’고 조언을 해줬는데 사실 그땐 안주하고 싶지 않았고 당연히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선배들이 말해주던 것을 공감하기 시작한 거죠.” 

▲ 다시 찾아온 기회,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김세영에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112년 만에 부활한 골프에서 박인비, 양희영, 전인지와 함께 출전한 그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금메달의 영예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의 차지였다. 김세영은 4년 만에 다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 

내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는 2020년 6월 세계 랭킹 기준으로 15위권 선수 중 같은 나라에서 최다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현재 세계 랭킹(12월 17일 기준)으로는 고진영(1위), 박성현(2위), 김세영(6위), 이정은(7위)까지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김효주(13위)와 박인비(14위)가 바짝 뒤쫓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김세영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림픽은 상징적이잖아요. 우리 가족도 저도 굉장히 소망하고 있어요. 운동선수로서 올림픽은 목표가 아니라 꿈이니까요.”

김세영이 도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으면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최초의 한국 여자 골프 선수가 된다. 그에게 리우 올림픽의 아쉬움은 곧 큰 경험이 됐다. 

“리우 올림픽 때는 너무 의욕만 앞섰어요. 올림픽 무대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박)인비 언니를 보면서 배우고 느꼈어요. 언니는 전혀 집착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더라고요. 저는 엄청 집착했거든요. (웃음).”

올림픽 출전 자체에 의미가 있지만, 금메달 욕심은 당연했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면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죠.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는 조금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물론이고 거의 LPGA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준비를 정말 잘해야 할 것 같아요. 다들 실력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으니까요.”

▲ 이루지 못한 ‘메이저 퀸’

김세영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다. LPGA투어에서 10승을 쌓으면서 이루지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메이저 대회는 아직 인연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한 것 같아요. 그냥 제가 평소 준하는 대로 또 계속해나가면 메이저 대회 우승도 오지 않을까요? 그 시기가 내년일 것 같아요. 하하.”

그는 CME그룹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메이저 대회는 아니었지만, 상금 규모가 훨씬 큰 대회에서 우승을 이룬 것은 큰 자산이 될 게 분명했다.  

“메이저 대회는 부담이 생기는 게 당연해요. 그런 마음을 얼마나 잘 다잡고 온전히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결국 ‘누가 더 골프를 잘하냐’의 단순한 싸움이니까요. 아무래도 상금 규모에서는 덜 긴장할 것 같긴 해요. 그러나 메이저 타이틀이라는 명예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죠. 아직 이뤄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은퇴 그리고 결혼

전성기를 맞은 선수에게 은퇴 시기를 묻는 건 어쩌면 무의미한 일이다. 한때 반짝이다 사라질 것 같은 선수에게 묻는다면 더욱 그렇다. 김세영은 ‘롱런’이 가능한 선수로 꼽힌다. 그의 대답도 명쾌했다. 

“저는 정말 뚜렷해요. 제가 우승하지 못할 기량이 느껴진다면 스스로 바로 그만두려고요. 스스로 아직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면 나이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김세영은 자신이 가는 길의 방향성에도 확신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늘 넘치던 자신감과 도전 의식이 만든 나침반이었다. 

“제가 어릴 때 상상하던 선수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 LPGA 경기를 보면서 ‘어? 나도 저기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긴 당연히 내가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생각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목표를 크게 세워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언젠가 꼭 제 미래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최대한 다 끌어모아 코스에서 다 쏟아내고 싶어요. 젊은 시절에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코스를 매니지먼트하듯 미래를 설계해나가던 김세영이 확신하지 못한 건 결혼이다. 그에게는 은퇴 시기가 갑자기 앞당겨질 수도 있는 중요한 인생 전환점이기도 했다. 

“결혼 생각은 당연히 있죠. 결혼하고도 골프는 계속하고 싶어요. 그런데 만약 아기를 갖게 된다면 골프는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아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기 키우는 언니들 보면 골프채를 못 잡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우승할 기량이 있더라도 그땐 또 제가 아닌 자아로 움직이지 않을까요?”

김세영이 코스로 나가 우승을 노리는 그날까지 확실한 한 가지는 있다. 빨간 바지의 마법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마지막 날 빨간 바지요? 그건 은퇴할 때까지 무조건 입어야죠.” 

▲ 150만$ Putter Story

소심하고 변덕 심한 성격인 김세영이 골프에선 고집불통이다. 스윙은 수정해도 클럽은 잘 바꾸지 않는다. 메인 스폰서 미래에셋과 10년 동안 의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재밌는 일화를 소개한다. LPGA투어 역대 최소타, 최다 언더파 기록을 쓰고 150만 달러 잭팟을 터뜨린 퍼터에 관한 이야기다. 김세영은 지난해까지 8년간 한결같이 스카티 카메론 뉴포트 2를 사용해왔다. 경이로운 31언더파 대기록을 세우기 전까지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씨는 오래된 퍼터를 고집하는 딸이 답답했다. 손베리크리크클래식 출전을 앞두고 퍼터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김세영 몰래 골프백에서 기존 퍼터를 빼고 스카티 카메론 뉴포트 2 신형 모델을 끼워 넣었다. 

“제가 그 사실을 알아차린 건 대회장 가서였어요. 선수들은 오래 쓰던 퍼터가 바뀌면 불안해요. 아무리 똑같은 클럽이어도 그립감이 다르거든요. 제가 예민한 거죠. 골프는 장비보다 감각이 더 중요하니까. 그런데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쳤죠. 그 대회에서 31언더파를 쳐버린 거죠. 그래서 아버지한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이 퍼터를 쓰고 있어요. 또 150만 달러짜리 퍼트까지 넣는 바람에….”

생년월일 1993년 1월 21일
소속 스포타트 후원 미래에셋
학력 세화여중-대원외고-고려대 
데뷔 2010년 KLPGA 입회
우승 KLPGA투어 5승, LPGA투어 10승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윤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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