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문경준, 내 골프는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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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문경준, 내 골프는 지금부터 시작!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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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문경준. 더욱 단단해진 그가 한 발씩 계단을 오르며 늦은 전성기를 맞았다. 남다른 출발부터 현재까지 그의 인생 그래프에 대해.

테니스 채를 놓다
문경준의 이력은 독특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다. 인천 지역 대표까지 지냈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 그만뒀다.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테니스를 했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테니스에 열정을 투자하는 것만큼 다른 걸 해도 뭐라도 되겠다 싶었어요. 처음 도전한 운동이라 아쉬웠지만 제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그는 아버지의 제안으로 골프를 접했다. “당시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면 방황하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이를 우려한 아버지가 골프를 취미로 해보길 제안했지요.” 그는 아버지와 함께 찾은 실외 연습장에서 7번 아이언으로 120m 거리의 연습망을 쉽게 때렸다. 그리고 클럽을 잡은 지 3개월 만에 필드로 나섰다. 드라이버 샷도 채 익히지 못한 상태였지만 96타를 기록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버지를 담당하는 코치가 재능이 있다고 골프를 권유했어요. 그런데 전지훈련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당시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아버지에게 그 돈이 있으면 저를 달라고 했어요. 책을 사고 학원에 다녀 대학에 입학하겠다고 선포했죠.”

학교에서는 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고, 방학 때는 기숙사 학원에 들어가 공부에 매진했다. 또 체대 입시 학원에 등록해 입시 기능 종목을 연습했고 상위 15%라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수능 성적표를 받았다. “세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그중 경기대 등록금이 1만5000원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수석 입학으로 장학금을 받게 된 거예요. 가족과 상의한 끝에 경기대 입학을 결정했어요.”

운명처럼 다가온 골프
그는 대학교 교양 수업으로 골프를 선택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담당 교수였던 기흥컨트리클럽 이문영 부사장을 만나면서 골프의 매력을 느낀 것. “이 교수님은 필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그래서 4개월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기흥컨트리클럽에서 9홀을 돌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때 골프에 재미를 느꼈고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는 학교 실습장이었던 광교 실외 연습장의 연습생으로 취업했다. 100m 거리의 그물망을 친 곳이어서 1년이 지나니 실력을 키우는 데 한계를 느꼈다. 곧장 레이크힐스용인컨트리클럽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아침에 백을 내리고 싣는 일을 했어요. 근무를 마치면 9홀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이때 골프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그는 필드 경험을 쌓으면서 세미프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 후 인천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에 재취업했다. “오비 말뚝, 해저드 말뚝, 거리 말뚝은 다 제가 박았어요. 잔디가 없을 때부터 연습장 매트를 들고 다니며 캐디 교육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정규 투어 시드전을 준비했고 대기자 신분으로 2007년 코리안투어에 진출했습니다.”

투어 생활의 시작 그리고 공황장애
투어 진출 첫해는 상금 순위 60위로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2008년에도 18개 중 15개 대회를 메이드 컷하며 상금 순위 26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욕심을 냈다.

“항상 긴장 속에서 지냈어요. 그런데 투어 3년 차가 됐을 때 점점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어려웠어요.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같이 두근거렸고 운전하다가 차를 세운 적도 많았어요. 구토뿐만 아니라 쓰러지기를 반복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공황장애인지 병명을 알지 못했다. 운동선수다 보니 신경정신과에 가는 게 어려웠다. 그는 어머니의 지인이 있는 건국대 병원 신경과를 찾아갔다. 맥박수가 200이 넘어 혈압을 잴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의사는 그에게 “요즘 유틸리티 뭐가 좋아요? 안 맞아서 죽겠는데”라며 농담을 섞었다. 그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저 지금 죽겠어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라며 답을 했다. 의사는 “날 잘못 찾아왔어요. 여긴 신경과인데 신경정신과에 가야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신경안정제 처방하는 것밖에 없어요. 불안할 때 먹는데 절대 여기에 중독되면 안 됩니다. 종교를 찾든지 몸을 다스리는 명상을 배우는 걸 추천해요.”

그 후 그는 명상가만 찾으러 다녔다. “가장 기억나는 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명상가였어요.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야만 했어요. 테니스 할 때 전국체전 선수로 선발돼 합숙 훈련을 한 적이 있었어요.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손을 접질리는 바람에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경기 출전이 어렵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쓰러졌어요. 명상가는 이렇게 꼬인 응어리를 풀어줬고 큰 위로가 됐어요. 마음의 병을 치료하니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어요.”

이후 그는 골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인생의 전부가 ‘골프’라고 생각했거든요. 큰일을 겪고 나니 경기에 나가서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골프를 더 오래 할 수 있느냐가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입대, 마음의 건강을 되찾다
2010년 입대를 결정하며 공익 근무 요원으로 활동했다. 그때 멘털 관리와 심상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주민센터에서 업무보조 1년을 하다가 주민 자치 센터가 새롭게 오픈하며 헬스장이 생겼다. “생활체육 상급 자격증 덕분에 헬스장에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은 못해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어요. 어차피 트레이너를 쓰면 몇천만원이란 예산이 들어가니 제가 반나절 근무를 하겠다고 제안했죠.” 그는 새벽 5시에 문을 열고 오후 2시에 퇴근했다.
 
“근무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월요일이었어요. 출근하는 시간에 항상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종 라운드를 중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때 느낀 건 타이거 우즈나 키건 브래들리, 필 미컬슨도 긴장을 하더라고요. 웨브 심프슨은 손을 떨고 키건은 압박감에 볼을 치지도 못했어요. 그걸 보니 ‘아! 나도 이렇게 쳤구나!’ 하고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연이어 그의 말이다. “골퍼들이 마지막 홀에서 1m 퍼팅을 놓쳐 우승에서 멀어지면 다음 날 1시간 이상 그 퍼팅을 연습하잖아요. 사실 기술적인 문제보다 중압감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그는 멘털 컨트롤을 위해 경기가 열리기 전날 밤 볼 박스 위에 ‘문경준 이번 주 잘할 수 있어’라고 문구를 적는다. “올해 우승권에 있었던 제네시스챔피언십을 앞두고는 이 문구를 100번 정도 외쳤어요.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내는 항상 제 가방에 멘털 책을 챙겨줘요. 재미있는 건 요즘 <아빠 육아법> 등 육아 관련 책도 함께 넣어주더라고요.”

그는 인터뷰 중 ‘자연스러움’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최경주 선배와 2014년에 중국으로 한 달간 전지훈련을 갔어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선배가 ‘우승컵을 좇아가려고 달려들면 절대 못 잡는다. 성경 구절을 외우며 묵묵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라고 조언해줬어요. 그 말을 들으니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골프를 더 오래 하기 위한 노력
그는 9년 연애 끝에 2011년 11월 11일에 결혼했다. 대학교 때 테니스 동아리에서 만난 후배였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직장인 대출 3000만원을 받아서 결혼했어요. 아내는 제가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만났기 때문에 모든 걸 이해해줬죠.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어요.”

결혼 후 이듬해 투어로 복귀한 그는 한 단계씩 올라갔고 결국 2015년 매경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첫 우승을 거두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어요. 특히 후원사인 휴셈의 이철호 대표님의 도움이 컸죠. 대회장이었던 남서울컨트리클럽을 한 달간 예약해 함께 플레이를 했어요. 그 덕분에 코스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생겼죠.”

그는 그해 상금 랭킹 4위를 기록하며 페이스를 되찾기 시작했다. “뭔가 잘 안 될 때는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를 회상해봅니다. 인생을 그래프 계단이라 생각하면, ‘아! 내가 잠시 여기에 서 있는 거구나. 천천히 두세 걸음 올라가며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야’라고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몸에 힘을 빼고 300야드를 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꾸준히 예선을 통과하고 쉰 살까지 아프지 않고 공을 칠 수 있는지다. 그래서 운동에 매진하고 스윙 체크도 받으며 투자하고 있다.

“올여름 처음으로 염동훈 프로에게 스윙 체크를 받았어요. 이전까지 돈을 지불하고 체계적으로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2년 전 딱 한 번 미국에서 200달러를 내고 퍼팅 레슨을 받아본 거밖에 없지요. 느낌 위주로 치다 보니 샷이 일정하지 않고 한계가 있더라고요.”

유러피언투어에도 진출하게 됐으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거리도 늘이고 탄도도 높여야 합니다. 몸통 회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 장하나와 안송이의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이훈과 함께 4년째 운동을 하고 있다. 스윙 연습은 못하더라도 운동은 빠지지 않는다. 매주 2~3일에 1시간 30분씩 운동에 투자한다.

“어릴 때부터 편측 운동인 테니스를 해왔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입니다. 특히 오른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밸런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유연성과 근력이 부족해지는 걸 느껴요. 회전량이 줄어드니 손목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손을 덜 쓰고 몸을 많이 쓰기 위해 팔을 묶어놓는 슈트를 입고 훈련하고 있어요.”

독특한 점은 클럽 구성이 남다르다는 것.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 아이언은 미즈노, 웨지는 보키, 퍼터는 스카티카메론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용품사에서 제안했지만 거절했어요. 저는 확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대한 클럽의 도움을 받자는 주의예요. 그래서 매년 초에 골프다이제스트에서 발표하는 핫리스트를 참고해 별 다섯 개를 받은 클럽을 선택합니다.”

꾸준함을 무기로 대상까지 섭렵
올 시즌 15개 대회에 출전해 모든 대회를 메이드 컷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톱 10에 일곱 번이나 이름을 올리며 꾸준함을 유지했다. 게다가 ‘2019 제네시스 대상’을 거머쥐며 내년 유러피언투어 출전권, 2024년까지 코리안투어 시드, 보너스 상금 1억원과 제네시스 차량 한 대를 부상으로 챙겼다.

그가 올해 세운 목표는 모든 대회 예선 통과와 함께 톱 10 피니시율, 평균 타수, 그린 적중률, 대상 포인트 모두 10위권에 머무는 것이었다. 이 다섯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 그는 비결에 대해 “2년 전 페덱스컵 챔피언이었던 저스틴 토머스가 연초에 자신이 메모한 걸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어요. 메모에는 기준 타수, 평균 퍼팅 수, 평균 타수, 톱 10 피니시율에 대한 목표를 세웠는데 인상 깊었죠. 그걸 보고 저도 한 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역시 모든 대회에서 예선 통과를 목표로 한다. 국내 대회를 개막하는 4월 중순까지 유러피언투어 여섯 개 대회 참가할 예정이다. “유러피안투어를 위해 평상시 호텔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체력이 관건입니다. 유러피언투어에서 1년간 활동한 재미 교포 친구인 (김)시환이가 팁을 많이 줬어요. 해가 밤 11시까지 떠 있을 때도 있고 티 타임이 새벽 4시인 경우도 있어서 시차에 적응하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유럽 안에서 움직이는 건 대체로 편하다고 들었어요. 특히 골프백 보내주는 택배 시스템이 잘돼 있어서 다행이에요.”

문경준
생년월일 : 1982년 8월 26일
후원사 : 휴셈
경력 : 신한동해오픈 준우승, 야마하 한국경제 제57회 KPGA선수권 준우승(이상 2014),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2015), GS칼텍스 매경오픈 준우승(2017), 제네시스 챔피언십 준우승, KPGA 대상(이상 2019)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

[사진_윤석우 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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