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윤이나, 나는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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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윤이나, 나는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11.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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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중학교 3학년인 윤이나가 1위에 올랐다. 이로써 그는 2년 연속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게 됐다. 윤이나는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기술과 정신력이 모두 탄탄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10대 골퍼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간은 로봇이나 신이 아니므로 완벽할 수 없다. 100세를 먹은 아주 현명한 노인이라고 해도 완벽할 수 없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라고 해도 허점은 있기 마련.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은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아니, 어쩌면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자신이 완벽해질 수 없다면서 좌절하고 낙담하는 게 문제다. 평소 지향하는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좌절감과 상실감은 커진다. 우리는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국가 대표의 탄생

윤이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골프 클럽을 잡았다. 시작은 스크린 골프였다. 아버지와 회사 동료들은 등산을 마친 후 스크린 골프를 즐겨 했다. 외동딸인 윤이나는 아버지 껌딱지처럼 늘 함께했다. 

윤이나는 먼저 골프를 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의 말이다. 

“골프를 하기 전 피아노를 쳤기 때문에 음악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다른 운동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골프를 시작한 이후에 다른 스포츠도 배우고 있어요.”

활발한 성격의 윤이나는 일단 무엇이든 시도하는 걸 즐긴다. 그리고 배우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계속해서 그의 말이다. 

“공을 치면 잘 맞아서 날아가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다른 사람이 그렇게 치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어느 순간 ‘나도 저 사람처럼 치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나죠. 남들의 시선은 저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볼을 치는 게 그저 좋았고 그 볼이 시원하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어요.”

중학교 입학 후 사춘기도 무난하게 넘겼다.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올바른 길을 보여줬다. 하지만 성장통이 그리 쉽게 넘길 수 있는 부분이겠는가. 

“힘든 부분도 많은 시기였죠. 코치 선생님이 바뀌면서 지금까지도 스윙 교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상하지 못한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스윙 교정을 하면서 대회는 계속 나가야 하니까 당연히 성적과 무관한 대회가 많았어요. 열심히 해도 성적은 늘 제자리였습니다.”

그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신의 스윙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윙 중 배를 내밀어서 감는 버릇(일명 배치기 동작)이 심하게 나왔고 그러다 보니 훅이 걸리거나 오히려 반대로 푸시 샷이 자주 발생했다. 좀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 스윙으로 안정적이고 일정한 샷을 하고 싶었고 스윙 교정을 시작했다. 

현재 윤이나는 여자 국가 대표 코치였던 오세욱 코치에게 배우고 있다. 오 코치의 말이다.

“2018년 5월부터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신력이 강하고 자신의 목표와 꿈을 향해 성실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선수입니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지금처럼만 한다면 LPGA투어까지 진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8년, 국가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2019년 대표 팀 막내로 1년을 보냈다. 2019년 국가 대표 선발전도 1위로 통과하며 2년 연속 태극 마크를 달게 됐다. 

“저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뒤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잘해온 것 같아요. 제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 놓여 있는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수없이 반복되겠지만요.”

굴레를 벗어나 

2019년 초 윤이나는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았다는 데 압박감이 심했다. 

“국가 대표는 늘 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막상 국가 대표가 되고 나니 ‘(스스로 만들어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도 저를 주눅 들게 했어요.”

어린 나이에 국가 대표가 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뿌듯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태극 마크의 무게가 자그마한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는 아직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아요. 많은 것이 부족한데 늘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초반에 성적도 나오지 않으니 ‘대표 선수가 왜 그러냐’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윤이나는 기술적인 면도 보완이 시급했지만 정신적인 면도 재무장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 무엇을 보완하고 트레이닝해야 하는지 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책을 통해 명확하게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고 구체적인 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책 제목은 밝히지 않을게요. 저는 자신에게 더 신경 쓰고 집중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책을 접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그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핵심 내용은 이것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말이죠. 그걸 긍정적인 메시지로 해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타인의 눈이 너무 신경 쓰이는 상황에 자신이 놓여 있다고 하면, ‘남들은 너에게 큰 관심이 없어. 너는 지금 이 상황에만 최대한 집중해야 해’라는 시그널을 머릿속으로 보냅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아무리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상황이라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그 자체만으로 효과적이라는 게 윤이나의 주장이다. 

“저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합니다. 그러다 보니 좋지 않은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그럼 우선 심호흡을 하고 의도적으로 차분해지기 위해 템포를 조절합니다. 그리고 내가 당장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합니다.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이 실점을 최소화할 것인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다 보면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멋있는 선수

윤이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일송배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중학교 3학년인 올해 강민구배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굵직한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그의 다음 목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의 우승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박세리처럼 돼라”는 말을 가장 좋아했다. 사실 박세리가 유명한 사람이란 걸 나중에 직접 찾아보고서야 알았다고.

“박세리배전국초등학교골프대회에서 처음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오라가 그의 주위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그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사인을 제대로 받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였죠. 멋있는 골퍼입니다.”

윤이나의 현재 롤모델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이정은(2019년 신인상 수상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정은 선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저 역시 골프를 할 수 있는 풍족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골프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골프를 계속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부모님과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훌륭한 골프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모두에게 ‘멋있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윤이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 자신이 완벽해질 수 없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멋있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 국가 대표 윤이나. 그가 가장 앞에서 한국 여자 골프를 이끌어갈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윤이나 
나이 16세 
신장 170cm 
학교 창원남중 3학년 재학 중 
경력 국가 대표(2019~2020) 
베스트 스코어 7언더파 65타 
성적 일송배한국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2017), 강민구배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국가 대표 선발전 1위(2019)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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