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당 킥 400번 해야 해요…부상 없이 완주하는 게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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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당 킥 400번 해야 해요…부상 없이 완주하는 게 목표죠”
  • 주미희 기자
  • 승인 2019.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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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기성 대한풋골프협회장, 김현정, 최승호, 김장수, 이광근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기성 대한풋골프협회장, 김현정, 최승호, 김장수, 이광근

'풋골프'. 많이 들어본 것 같기도, 생소하기도 한 이 스포츠는 골프 필드에서 골프 클럽과 골프공 대신 축구공과 발을 사용해 경기하는 운동이다. 각 홀의 정해진 타수 안에 공을 홀에 골인시키면 되고, 골프 규칙과 에티켓 등은 동일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5호 축구공을 사용하며, 홀은 지름 21인치(55cm)다.

국제풋골프연맹(FIFG)는 2012년 6월 설립돼 2019년 36개국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헝가리 풋골프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6년 아르헨티나, 2018년 모로코 등 세 차례 월드컵이 열렸다. 제1회 헝가리에서 열린 월드컵엔 8개국 77명만 출전했는데, 제2회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선 26개국 230명, 제3회 모로코 월드컵에선 33개국 500여 명이 참가하는 등 점차 몸집이 커지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 포트스티븐스의 호라이즌 골프 리조트에선 2019 풋골프 아시안컵이 열린다.

한국에서도 풋골프 대표팀이 꾸려졌다. 권기성 대한풋골프협회장을 필두로 김준희 총괄팀장, 이광근, 지성환, 대학생 3인방 최승호, 김장수, 김현정 등 총 7명이 출전한다.

이달 초 풋골프 대표팀은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셀프로 프로필 촬영을 하는 등 여느 출정식과는 다른, 조금은 덜 딱딱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출정식을 진행했다.

"좀 색다르죠?"라고 먼저 말을 건넨 권기성 협회장은 "철저히 아마추어리즘이에요. 다들 직업이 있고 학업이 있지만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일정을 비우고 자비로 나가요. 풋골프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죠"라고 이야기했다.

권기성 협회장은 "풋골프는 해외에서 더 인지도가 있어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국가대표 은퇴하신 분들도 풋골프 선수로 활동하고요. 전 세계에서 일 년에 100개 이상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립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 시작하는 단계죠"라고 소개했다.

경기 규칙은 골프와 똑같다. 티오프 시 직전 홀에서 가장 잘 친 사람부터 시작하고 티오프 이후엔 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부터 플레이한다. 벌타, 인공 장애물 처리 등도 같다.

라운드별 18홀 플레이 후 최소 타수 순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스트로크 플레이로 이뤄진다.

다른 건 클럽 대신 발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티샷할 땐 발등을 사용한 인스텝 킥을, 페어웨이에서 샷을 할 땐 엄지발가락에 맞춘 인프런트 킥을, 어프로치 샷을 할 땐 발 안쪽의 인사이드 킥을 구사한다. 퍼팅은 인사이드 킥, 혹은 발끝을 사용해 토킥으로 한다.

킥으로 홀까지 도달해야 하는 만큼 축구와 관련이 많다. 이번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이광근도 풋살 선수로 활동했고 현재 유소년 축구 코치를 맡고 있다.

대한풋골프협회는 권기성 서울대학교 스포츠경영학 박사의 주도로 2015년 9월 설립됐고 그해 11월 FIFG로부터 정식 승인돼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따라서 월드컵, 아시안컵 같은 풋골프 메이저 대회에 나설 수 있다. 개인전, 단체전으로 나뉘지만 우리나라는 선수가 부족해 단체전엔 출전하지 못한다.

2016 아르헨티나 월드컵 당시 풋골프 대표팀
2016 아르헨티나 월드컵 당시 풋골프 대표팀

권기성 협회장은 "아르헨티나 월드컵 때 전 세계 꼴지를 해봤어요. 사실 한 대회당 400킥 정도를 해야 하거든요.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아시안컵에서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게 목표입니다"라며 크게 웃었다.

최승호, 김장수, 김현정 등 대학생 삼인방은 '젊은 피'다. 특히 3년 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 출전했던 최승호는 풋골프에 임하는 진중한 모습, 경험 등 누가 봐도 '에이스'였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만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선 하위권이었지만,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아시아컵에선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3년 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타 차로 아쉽게 떨어졌던 김장수는 아시아컵을 위해 일부러 골프장에서 일하기까지 했다. 지형, 룰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공부했다.

김장수가 "말할 것도 없이 목표는 1등이죠"라고 하자, 주위에서 "처음 출전해봐서 저런 얘기를 한다"는 핀잔이 날아왔다. 그러자 김장수는 "풋골프가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 되고 섬세해야 해요. 코스 매니지먼트도 잘해야 하고요. 못해도 웃으면서 경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며 웃어 보였다.

김현정은 '홍일점'이다. 육상 선수 출신이다. 김현정은 "생소한 종목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학교에서 연습하면서 재미를 붙였어요.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도 않고 여러 가지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풋골프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고 밝혔다.

함께 아시안컵에 나서는 최승호는 김현정의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김현정은 "남자친구가 있어 의지가 되고 멘탈도 더 좋아질 것 같아요"고 수줍게 말하다가도 "승부욕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1차 목표는 완주입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들이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연습할 공간이 없었다는 것.

에콜리안 정선 CC, 고양 오성 CC, 나인브릿지 제주 등에서 대회 개최를 하긴 했지만 일회성에 그쳤고, 완주, 밀양 등지에 풋골프장 조성 시도를 했지만 성공적이진 못했다.

"골프판 '쿨러닝' 같은데요?"라고 하자 권기성 협회장은 "쿨러닝보다도 못하죠. 그들은 모여서 훈련이라도 하잖아요. 우리는 연습할 공간이 없어 개인 훈련으로 대회를 준비했어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요"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권기성 협회장은 "풋골프가 미국에서 성행할 수 있는 이유는 골프장에 낮 티 타임이 남아서거든요. 유소년들이 가서 풋골프하고 클럽하우스에서 생일 파티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접하게 되죠"라고 말했다.

권기성 협회장은 "저는 골프장에 사람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풋골프는 축구공만 있으면 장비, 기술이 크게 필요 없거든요. 스파이크를 신지 않기 때문에 잔디 훼손도 전혀 없어요. 잘하든 못하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죠"라고 설명했다.

최승호는 "풋골프는 18홀을 걷는, 걷는 게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고요. 어린아이들부터 노인까지 즐길 수 있어요. 건강에도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도입만 잘 된다면 좋겠어요"라고 바랐다.

풋골프 대표팀은 오는 16일 출국해 18일부터 연습 라운드를 한 뒤 19일·20일 1·2라운드를 치른다. 21일 최종 라운드가 열린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대한풋골프협회 제공, 장소=사진온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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