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과 탁월한 설계가 완성해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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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과 탁월한 설계가 완성해낸 코스
  • 전민선 기자
  • 승인 2019.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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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찬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모래언덕의 비탈을 처음 파고든 때로부터 골프 링크스는 깊고 어둡고 불길한 벙커를 갖게 됐다. 자연히 골프 설계가도 곧이어 자연을 모방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로드홀 벙커 같은 고전적인 해저드가 탄생했다.  현재 최소한 하나 이상의 악명 높은 구덩이나 항아리 벙커를 갖추지 않은 골프 코스는 드물다. 가끔은 우연히 탄생한 것도 있다. 설계 도면 위에서 고안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디자인에 포함된 것이다.

멕시코의 카리브해 해안선을 따라 그레그 노먼이 설계한 엘카멜레온의 페어웨이를 다듬던 일꾼들이 세노테(싱크홀을 뜻하는 스페인어)를 처음 발견했는데 수영장 크기만 한 구멍은 산호초 암반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가는 더 깊은 곳의 지하 수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운이 따르려고 그랬는지 그 구멍은 페어웨이로 지정된 곳의 착지점 바로 중앙에 있었고 그레그 노먼은 그곳의 바닥에 모래를 조금 쏟아부어 그걸 눈이 휘둥그레지는 크로스-해저드, 리조트 코스의 파5인 첫 홀의 ‘동굴 벙커’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PGA투어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마야코바골프클래식에서는 이 홀을 7번홀로 사용한다.)

오리건주 벤드 북쪽의 화산 지대에서 프롱혼골프클럽의 두 번째 18홀 코스를 짓던 톰 파지오의 디자인 팀 직원인 팀 잭슨과 스콧 호프먼은 완충재와 노반을 덮을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들은 8번 그린으로 지정된 곳 앞쪽의 평평한 곳에서 용암을 조금 퍼낼 것을 제안했다. 그곳에서 바위를 걷어내자 지면이 함몰되면서 라바튜브라고 알려진 두 개의 커다란 동굴이 드러났다. 그들은 놀라움에 탄성을 질렀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는데 벤드 인근에는 알려진 라바튜브만도 거의 1000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프롱혼 톰파지오코스의 파3인 8번홀은 13.7m 깊이의 협곡 위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두 개의 라바튜브를 바라보고 있다. 코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파지오는 한쪽 동굴 안에 책상을 가져다놓고 앉아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그가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10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그곳을 사무실로 쓴다는 헛소문이 돌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리조트에서는 저녁마다 최대 20명의 게스트에게 8번 그린 밑의 라바튜브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스콘신주의 휘슬링스트레이츠에 있는 스트레이츠코스(2020년 라이더컵 개최 예정지)의 짧은 파4인 6번홀 그린 앞쪽과 중앙의 잔디로 뒤덮인 깊은 항아리 벙커는 자연의 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코스 설계가인 피트 다이의 지시에 따라 만들었다. 하지만 1998년에 코스가 개장했을 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휘슬링스트레이츠에서 2007년 US시니어오픈을 개최한 후에 만들었다. 다이는 시니어 골퍼들이 355야드인 그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그린에 올리는 걸 보고 2010년 PGA챔피언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종의 위협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는 그린을 말굽 형태로 바꾸고 앞쪽에 구덩이 벙커를 팠다. 스트레이츠가 리조트 코스라는 걸 생각한 다이는 볼이 벙커에 떨어지더라도 수직의 전면(웬만한 선수보다 높은)에서 어느 정도 굴러 나올 수 있도록 모래의 형태를 잡았고 하이 핸디캐퍼라도 그린으로 리커버리 샷을 시도할 수 있게 했다.

글_론 휘튼(Ron Whitten) / 정리_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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