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굴드, 자선사업을 위한 조롱
  • 정기구독
조니 굴드, 자선사업을 위한 조롱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10.04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마스 비외른과 라운드를 할 기회나 DP월드투어챔피언십 ‘직관’ 티켓이 자선 경매에 나온다면 과연 얼마에 팔릴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시 말해서 경매인이 행사에 모인 부자들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조롱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사진의 장면은 영국 정원의 경축 행사장이며 조니 굴드가 폭염에도 정장을 입고 참가했다. 그날 오전, 웬트워스에서 열린 프로암에서 알바로 키로스는 2년 만에 거둔 자신의 첫 우승을 자랑했다.

베렌베르크게리플레이어인비테이셔널의 열성적인 호스트인 게리 플레이어는 한국계 영국 여자 프로 골퍼인 인시 메멧이 자신보다 드라이버 샷을 더 멀리 날리자 “와우, 저 아가씨와 결혼했다면 늦게 귀가할 일은 절대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느긋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198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플레이어재단은 세계 각지의 불우 아동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6400만 달러(약 775억5000만원)가 넘는 성금을 모았다. 독일 은행 베렌베르크의 최고 경영진과 고객들 덕분에 1억 달러(약 1212억원)라는 목표 달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곱 명의 메이저 챔피언을 위시한 36명의 프로 골퍼들과 자리를 함께한 36명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이렇게 친밀한 분위기는 그들이 보여준 관대함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곧 들들 볶일 입장이었다.

스스로 “다른 시간에서 온 영국 TV의 5등급 진행자”라고 말하는 조니 굴드가 뒤늦게 진정한 재능을 발견한 경매인으로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거 하나만 명심하세요. 지난 1년 동안 게리의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여준 이유는 단지 여러분의 돈을 긁어내기 위해서입니다.”

굴드는 일찍 응찰한 사람에게 “선생님, 선생님의 부인께서 종종 멍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분명 존경과 열망이 섞인 표정이었습니다. 이 경매에서 낙찰이 안 돼도 부인을 실망시키지는 않겠지요?” 굴드는 사소한 입찰을 위해 설명이 달린 좌석 배치도로 무장하고 재계 거물들의 재산을 들먹이며 이들에게 창피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 젊은 응찰자에게 혹시 아빠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허락받을 시간이 필요한지 묻는다. 그는 숨도 돌리지 않고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나이 든 응찰자에게 다음 세대에게 남성다움을 힘없이 넘겨줄 것인지 다그쳤다. 굴드는 이렇게 청중을 가지고 놀면서 개개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지만 경매 가격이 계속 치솟아오른 진정한 이유는 청중들이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듣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경매가 끝난 뒤 맥주를 마시면서 굴드는 런던의 다이브 펍에서 친구를 위해 주저하며 마이크를 잡았던 자신의 첫 번째 경매를 떠올렸다. 그는 단 한 개의 50파운드 경매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이날 밤에는 아이템마다 수만 파운드의 낙찰가를 이끌어내야 했다. 그래서 마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앙갚음하듯 청중들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를 즐기며 좋아했고 경매가는 치솟아올랐다.

굴드는 자신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다. “자정과 새벽 5시의 축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사이에 케이블 TV를 보면 나를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자기 비하의 분위기가 팽배한 틈을 타서 나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두 명의 전설에게 이번 호 표지 모델인 맥스 호마에 대해 물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그의 트위터 계정이 조엘 빌과 나눈 이번 호 인터뷰 기사의 뼈대가 되었다.

프레드 커플스: “괜찮은 젊은이죠. 비거리가 10km는 돼요. 그 친구가 샬럿에서 우승하기 전 함께 플레이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메이드 컷에 실패했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내 캐디가 그에게 가진 실력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고 말해줬죠.”

톰 왓슨: “마이크 리드 같은 느낌을 줘요. 대단히 똑똑하고 솔직하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내뱉습니다.”

커플스: “하루 종일 자책하는 또 한 명의 선수가 마이크 도널드예요. 그는 도대체 어떤 선수와도 경쟁할 수 없다고 말해놓고 3위에 올라요. 그게 1990년 얘깁니다. 나도 내 친구에게 ‘망쳤어’라고 말했을 수도 있지만 상위권에서 멀어진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전 세계에 대고 망쳤다고 말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골퍼는 자신의 약함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까지 드러내야 하는 걸까? 수표책을 손에 든 채 농락당하고 있는 성공한 독일 은행가들의 모습은 또 다른 독일인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말이 생각나게 했다. “만일 스스로를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당신은 괜찮아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도록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위대해질 것이다.”

글_맥스 애들러(Max Adler)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