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들이 털어놓은 '웃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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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퍼들이 털어놓은 '웃픈' 사연
  • 전민선 기자
  • 승인 2019.10.0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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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

티잉 에어리어에서 잠시 넋 놓고 있었다. 다 티 샷을 했다고 생각하고 페어웨이로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박)교린이가 “언니! 저 이제 쳐야 해요. 아직 안 쳤어요!”라고 외치는 것 아닌가. 민망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웃음). 어느 날은 페어웨이에서 동반자와 동시에 세컨드 샷을 친 적도 있다. 서로 사인은 주고받았는데 둘 다 잘못 이해해 그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둘이 활짝 웃었다.

 

권성열
지난 9월 21일 신한동해오픈 3라운드를 마칠 때였다.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려는데 어느 팬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했다. 고마운 마음에 웃으며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었다. 그런데 팬이 하는 말, “저는 재즈 쩬와타나논(2019 한국오픈 우승자) 팬이에요”. 나는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썩소’를 짓지 않도록 정말 애썼다.

 

이태희
지인과 라운드 나갔을 때의 일이다. 2번홀쯤이었던 것 같다. 멤버 중 한 명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거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얼굴이 누렇게 뜰 때까지 참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그는 페어웨이 옆 산으로 부리나케 올라갔다. 1분도 참지 못할 상황인 듯했다. 5분쯤 지났을까? 그가 그린을 향해 걸어왔다. “버디 퍼팅?”이냐며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다음 홀로 이동하며 물었다. “휴지 있었어?” 그러자 돌아온 그의 답변. “속옷으로 해결했지, 뭐. 이따 버려야지!”

 

허다빈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대회 전날 대회장 인근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클럽까지 세척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대회장에 도착해 캐디백을 열었는데 웨지가 없어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골프 연습장에 두고 왔을 가능성 99.9%. 나는 급하게 (박)소혜 언니의 웨지를 빌려서 경기에 나갔다. 다른 브랜드의 웨지였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대회 성적은 좋았다.

 

홍진주
유성컨트리클럽에서 지인들과 라운드가 잡혀 있던 날이었다. 유독 그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올라가는 진입로의 오르막이 심했다. 기름이 바닥나기 직전이었지만 라운드를 끝내고 돌아갈 때 넣을 참이었다. 그런데 웬걸! 차가 멈춰 섰다. 부랴부랴 보험사에 긴급 출동을 요청해 휘발유를 채웠다. 보험사 직원의 말을 들으니 연료가 없는 상황인데 오르막에서 차가 뒤로 기울면 연료 탱크에 남아 있는 휘발유도 같이 뒤로 기울면서 '엥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연료가 남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했지만. 처리하는 동안 나는 티오프 시간에 늦지 않게끔 골프장에 연락을 취해 상황을 설명했고 카트에 캐디백을 먼저 실어 보냈다.

 

최유림
2017년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 참가할 때 일이었던 것 같다.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파5홀에서 돌에 맞은 세컨드 샷이 나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일명 ‘쪼루’를 낸 거였다. 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깡충 뛰었는데 공이 두 발 사이를 통과했다. 한마디로 ‘모양 빠지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유튜브 영상 ‘워스트 샷’으로 뜻하지 않게 인기(?)를 끌었다. 나는 지금도 차마 그 영상을 보지 못한다.

 

서요섭
2016년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할 때였다. 페어웨이로 보낸 내 공이 그 옆 러프로 날아갔다. 그쪽으로 가보니 공이 광고판 뒤쪽에 걸려 있었다. 스윙하는 데 걸릴 것 같아 캐디백을 메고 있던 아버지와 함께 광고판을 싹 뽑아버렸다. 그런데 대회가 끝나고 경기위원이 다가왔다. 2벌타라고. 잘 치지도 못했는데 벌타까지 받으니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 순간 허탈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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