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마스터스 출전 최초의 흑인, 리 엘더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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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마스터스 출전 최초의 흑인, 리 엘더의 이야기 #1
  • 전민선 기자
  • 승인 2019.09.2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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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다섯 살인 리 엘더가 흑인 골퍼로서 최초로 마스터스에 참가한 일화를 들려준다.

얼마 전에 밥 존스 상을 받았다. 골프계에서는 가장 큰 영예다. USGA에서 1년에 한 번 주는 상을 받는다면 그게 얼마나 특별한지 짐작할 수 있다. 시상식은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 주간과 때를 같이했다. 그 상을 받고 게리 플레이어와 짐 낸츠의 소개에 이어 소감을 말하려니 감정이 북받쳤다.

말을 마치자 잭 니클라우스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리, 내가 들어본 최고의 연설이었어요.” 하지만 거의 눈물이 날 뻔한 건 바버라 니클라우스 때문이었다. 그는 나중에 개인적으로 내게 다가와 내 팔에 손을 얹고 말했다. “잭이 지금까지 당신에 대해 아주 좋은 말을 많이 했어요. 그는 당신을 정말 존경한답니다.”

요즘에 나는 어딜 가나 그 트로피를 가지고 다닌다. 조금 무거운데 아내인 샤론은 그걸 사람들한테 보여주느라 펼쳤다가 쌌다가를 백 번쯤 했을 것이다. 나는 그걸 늘 가지고 다니면서 아내에게 흠집이 생기면 안 된다고 잔소리를 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그건 지금까지 살면서 나를 인정해준 최고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스터스에 출전한 최초의 흑인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1975년의 일이다. 내가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74년 4월에 열린 몬샌토오픈에서 우승한 것이었다. 나는 플레이오프에서 피터 우스터위스를 물리쳤다. 홀아웃을 했더니 PGA투어의 토너먼트 디렉터였던 잭 투트힐이 내게 경찰차로 가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시상식을 야외에서 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FBI 출신인 잭은 오전 내내 살해 협박이 줄을 이었고 시상식을 실내인 클럽하우스에서 하는 게 안전할 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곳까지 경찰차를 타고 가는 것이 카트를 타고 가는 것보다 안전할 거라고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고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 흑인 선수가 살해 위협을 받는 건 처음이 아니었고 그때가 마지막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우승을 거둬서 정말 기뻤다.

클럽하우스에서 시상식이 열리는 도중에 클리프 로버츠(당시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장)가 전화를 걸어서 나를 찾았다. 나는 전화를 받으러 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클리프는 저녁때 내게 전화를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기자회견에 이어 클럽에서 주최한 만찬이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그건 나의 첫 PGA투어 우승이었다.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클리프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리, 나는 클리프 로버츠요.” 그가 말했다. “네, 로버츠 씨. 안녕하세요?” 내가 대답했다. “마스터스에 초대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참가 여부를 알고 싶군요.” 그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죄송합니다만 지금 당장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상황을 좀 봐야겠어요.”

나는 순전히 클리프에게 역지사지의 경험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즉답하지 않고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든 사례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 변호사인 루번 페인은 내게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마스터스는 흑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토너먼트 가운데 하나고 그들이 원하는 답을 곧바로 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는데 몬샌토오픈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얻는 건 아니었다. 비주류 대회였고 당시 기준으로는 클리프가 꼭 나를 초대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데다가 할 수만 있다면 흑인 선수를 포함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다는 느낌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일 때도 있었다. 1971년, 내가 나이지리아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도 마스터스에 초대받기를 기대했다. 이전에 그 대회 우승자들이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뉴욕의 허먼 바딜로라는 하원 의원이 클리프 로버츠에게 초대 여부를 물었더니 클리프는 이렇게 대답했다. “엘더 씨는 미국인인데 우리는 나이지리아오픈의 외국인 우승자에게만 면제권을 제공합니다.” 내가 얘기한 게 이런 경우다.

나는 그들이 흑인 선수에게 초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다고 느꼈다. 찰리 시퍼드는 1967년에 그레이터하트퍼드오픈에서 우승했고 당연히 출전해야 했지만 끝내 그들에게서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수락하기 전에 조금 시간을 끌었다.

물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리프의 초대를 수락했다. 어쨌거나 마스터스가 아닌가. 1974년의 남은 기간은 치열했다. 나는 갑자기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고 연말까지 연회와 강연, 행사 등에 참여하며 돈을 버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실력도 몸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몬샌토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는 70kg이었는데 연말에는 95kg까지 몸이 불었다. 연회에 다니느라 찐 살이었다. 몬샌토오픈으로 얻은 1년 면제권을 얻었으니 준비를 하고 토너먼트에서 돈을 많이 벌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듬해 4월에 오거스타에 갈 즈음에 내 게임 상태는 엉망이었다.

그 어떤 것을 했더라도 마스터스에 임할 준비는 완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월요일에 너무 많은 사진기자와 리포터와 TV 관계자가 인터뷰를 원해서 여섯 홀을 간신히 마쳤다. 인터뷰 요청은 오거스타내셔널에도 부담이 됐다. 결국 클럽 측에서는 모든 걸 한 번에 처리하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화요일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기자회견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내가 한 나라를 넘어 인종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했다. 압도적인 기분이었다.

마스터스를 몇 달 앞두고 살해 위협이 시작됐다. 그래도 클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고 걱정하지 않았는데 워낙 보안이 철저했기 때문이었다. 내 옆에는 경호원 두 명이 늘 따라다녔다. 밖에 있는 시간, 특히 자동차를 운전할 때가 걱정이었다.

나는 집을 두 채 빌렸다. 워싱턴 로드에 한 채 그리고 휠러 로드에 한 채를 빌려서 번갈아가며 지냈다. 기분은 나아졌지만 그래도 교통 정체가 빚어질 때면 인종주의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현지 가게에서 냉대를 받는다든가 하는 일상적인 일은 피할 수 없었다. 지금과 다른 시절이었다. 

나는 옷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화요일에는 오렌지색 옷을 입었고 수요일의 연습 라운드에는 빨간 셔츠에 바지를 입었다. 목요일의 오프닝 라운드에는 녹색 앙상블을 차려입었다. 금요일에는 라벤더색을 선택했다. 주말을 위해서도 멋진 의상을 준비해뒀지만 그걸 입을 기회는 없었다. 74-78타를 기록하면서 네 타 차로 컷 탈락했다.

이틀 동안 진 리틀러, 밀러 바버와 한 조가 됐다. 티오프를 하기 전에 진이 나를 한쪽으로 불렀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힘든 라운드는 아마 없을 거요.” 그가 말했다. “내가 방해가 되거든 주저하지 말고 소리를 쳐요. 나는 조금 독특하고 코스 위에서 나만의 세계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내 주의를 끌기 위해 어떤 수를 써도 좋아요. 다 이해할게요.”

밀러는 약간 산만해서 함께 플레이하면 주의가 흐트러질 수도 있지만 두 번의 라운드 동안은 마치 교회에 있는 것처럼 플레이했다. 클럽에서 신경을 써서 조금 더 편하게 플레이하도록 나를 그들과 한 조로 편성해줬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고마웠다.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진이 노력했는데도 목요일에 첫 티 샷을 하려는데 그렇게 긴장이 될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은 것이 거기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건 그저 한 번의 샷이었고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너무 낯선 압박감이었다. 그때까지 플레이를 잘하지 못하던 터라 티에 볼을 올려놓는데 민망한 일만 일어나지 말라고 속으로 빌었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티 샷은 근사했고 길고 곧게 날아가는 드로 샷이 나왔다. 그때의 안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글_가이 요콤(Guy Yocom) / 정리_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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