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에 모인 US오픈 우승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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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에 모인 US오픈 우승자들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9.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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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챔피언들, 사이프러스 그리고 순수한 골프

아주 가끔 골프는 너무나도 초라한 축하를 받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 당시에는 그런 순간이 사실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페블비치에서 US오픈이 열리던 대회 기간 중인 6월 11일 화요일 사이프러스포인트클럽에서 있었던 행사도 그랬다. 떠오르는 햇살에 의해 긴 그림자가 드리운 시각, 열여섯 명의 역대 US오픈 우승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코스가 어디인지에 관해 논쟁을 벌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사이프러스의 헤드 프로 케이시 리머의 초청을 받아 개회사를 맡게 된 나는 오전 7시 15분 4개조의 포섬 중 첫 그룹을 소개했다. 소규모 클럽 회원들 앞이라 따로 마이크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참가자들은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리 트레비노, 톰 왓슨, 제프 오길비, 토니 재클린, 헤일 어윈, 톰 카이트, 스티브 존스, 앤디 노스, 리 잰젠, 앙헬 카브레라, 레티프 구센, 데이비스 그레이엄, 제리 페이트와 마이클 캠벨이었다.

정감 어린 농담과 온건한 우스갯소리가 풍성하게 오갔다. 이들이 단체 사진 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을 때 니클라우스가 오른쪽 어깨 너머를 돌아보더니 농담을 건넸다. “페이트,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요? 당신은 US오픈에서 우승한 적이 없잖아요?” 페이트가 대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1976년에 우승했는걸.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게 나는 1974년 US아마추어에서도 우승을 했다고요.” 제리가 우스꽝스럽게 눈을 굴리자 그와 잭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일생 동안 말문이 막혀본 적이 없는 트레비노가 여기에 오기로 결정하며 아내와 나눈 대화를 전했다. “클로디아가 챔피언십이 열리는 주간에 페블에서 몇몇 행사에 참가해달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래서 아내한테 ‘난 안 가’라고 말했지. 클로디아가 말하길 ‘하지만 사이프러스포인트에서 화요일 아침 라운드도 있다던데요’라고 하길래 ‘우리 갑시다’라고 했지요.”

이만큼이나 대단한 행사에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기억은 1979년 전미 대학 대항 경기로 당시 NCAA챔피언십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대학 행사였다. 이 대회는 나의 친애하는 휴스턴대학 골프 코치 데이브 윌리엄스가 만들었는데 그는 내 꿈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회를 중계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타스코시타컨트리클럽 1번 티에서 마이크를 들고 일하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3일 동안 1번 티에 오르는 모든 그룹의 선수들을 소개했다. 그중에는 당대 최고의 대학 선수였던 브리검영대학의 보비 클램펫도 있었다. 그는 그 전해 여름 체리힐스에서 열린 US오픈에 출전해 플레이하기도 했다. 아직도 보비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안절부절하지 못했던 기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틀 동안 그와 사소한 대화라도 나누기 위해 서투른 노력을 기울였다.

보비를 소개하는 것은 정말 겁나는 일이어서 나는 내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운 나쁘게도 보비와 나는 나중에 CBS에서 한 팀을 이루게 됐고 오래지 않아 골프계에서 그보다 점잖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이프러스에서 소개하기 시작했을 때 오래전의 그 울렁증을 다시 느꼈다. 플레이어, 어윈, 페이트와 함께 첫 포섬의 시타를 하게 된 니클라우스가 별생각 없는 것처럼 “내가 처음이에요?”라고 물어 다시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세 번째 포섬을 소개할 때 나는 1982년 페블비치에서 있었던 톰 왓슨의 유명한 칩인을 언급했다. 왓슨은 “행운의 샷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어디를 겨냥했는데요?” 트레비노가 물었다.
“홀 왼쪽이오.” 왓슨이 대답했다. “그럼 겨냥한 곳보다 오른쪽을 향해 때렸구먼.” 트레비노가 말했다. “맞아요, 그랬어요.” 왓슨이 답했다. 트레비노가 한마디 더 했다. “그럼 행운이 아니네.”

나는 향수를 느꼈다. 니클라우스, 플레이어, 트레비노, 그레이엄, 재클린은 어릴 적 영웅들이었다. 왓슨, 어윈, 페이트, 카이트와 노스 등 다른 선수들은 그들이 선수 경력의 황혼기에 내가 발견한 사람들이다. 구센, 캠벨, 카브레라, 잰젠, 오길비와 존스 등 또 다른 선수들은 그들이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기사화했던 사람들이다.

40년 전 전미 대학 대항 경기 첫 번째 티에서 내가 소개하던 선수 사이에 포함되었던 오랜 친구 스티브 존스를 보자 이런 기억이 생상하게 떠올랐다. 신경 써야 하는 스폰서도 없었다. 심지어 경쟁도 아니었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골프를 하는 것일 뿐이었다. 동료애를 느끼며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우정을 다지며. 골프에 대한 사랑을 위해. 그 찬란한 아침 열아홉 살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가진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글_짐 낸츠(Jim Nantz)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사진_US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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