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노승열, 다시 시작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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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노승열, 다시 시작된 모험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9.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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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고 복귀전을 준비하느라 여유를 느낄 틈이 없다. 다시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출발선에 선 그가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2015년 2월 골프다이제스트 표지를 장식한 노승열과 4년 만에 재회했다. 지난 8월 2일 전역한 그는 일주일 만에 촬영장에 나타났다. 과거 앳된 얼굴은 사라졌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내면은 더욱 강해졌다.

“나 자신에 대한 승리욕이 있었다. 군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하고 싶었다. 단단해졌고 두려움도 없어졌다.”

입대 전까지만 해도 노승열의 이름 앞에는 항상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중학교 때 국가 대표로 발탁된 그는 16세에 프로로 전향하며 아시안투어로 진출했다. 그의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2008년 미디어차이나클래식과 2010년 메이뱅크말레이시아오픈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또 그해 아시안투어 최연소 상금왕에 오르며 물오른 기량을 선보였다.

이듬해 그는 유러피언투어를 거쳐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2년의 적응 기간을 가진 그는 2014년 취리히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연소 PGA투어 우승자가 됐다. 미국 CBS스포츠에서는 그를 ‘2015년 기대되는 젊은 골프 선수 5명’ 중 3위로 꼽기도 했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 그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체력’이라고 한다. 취리히클래식 우승 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몸의 밸런스가 망가진 것. 군에서 탄탄한 체력을 만든 그는 “투어에 복귀하면 체력 관리를 통해 실수를 줄여 우승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Q&A
강원도 속초 23사단에서 1년 8개월 6일을 보냈다. 전역할 때 기분이 어땠나?
후련하거나 울컥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섭섭함이 밀려왔다. 사실 투어 생활을 할 때보다 군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군 생활을 하면서 골프를 하다가 잘 맞지 않아도 ‘연습하면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골퍼로 돌아온 뒤 복귀전을 준비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고 설레기도 한다.

군 생활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강인함을 키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상근 예비역으로 출퇴근을 했다. 사실 특전사나 특공대로 가고 싶었지만 골프를 계속하기 위해 현역 대신 상근 예비역을 택했다. 하지만 스스로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퇴근하기 전 체력을 단련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날씨가 덥거나 춥더라도 무조건 실외에서 운동하려고 노력했고 힘들더라도 인내하는 법을 익혔다.

훈련은 어땠나?
의외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30km 완전군장 행군, 유격 훈련, 혹한기 훈련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 혹한기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여덟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하며 겨울마다 따뜻한 나라로 훈련을 떠나 추위를 모르고 살아왔다. 특히 지난해 영하 15도 날씨에 훈련을 받았는데 죽다 살았다. 올해는 영하 5도로 꽤 따뜻한 편이었다.

입대할 때보다 체격이 많이 좋아졌다.
입대할 때 75kg이었고 전역 후 5kg 늘어 지금은 80kg이다. 체지방이 전부 빠지고 근육이 늘어났다. 체력 단련 덕인지 입대 전보다 드라이버 캐리 거리가 10야드 늘었다. 요즘 평균 305야드 이상 보낸다.

전역일이 가까워지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나?
두 가지 생각만 했다. 골프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 무사히 마치기. 제대 두 달 앞두고 세 번 정도 악몽을 꿨다. 대회를 치르는 꿈이었는데 오비를 범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꿈이었다.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꿈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입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쳤다고 들었다.
당시 영하 10도인데 달리기 훈련을 했다. 두 발 정도 내딛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추위로 긴장된 몸을 풀지도 않고 전력 질주를 하겠다는 욕심이 불러온 참사였다. 처음에는 담이 결린 줄 알고 며칠을 버텼는데 호전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오른쪽 허벅지 근육 전체가 찢어진 것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5주가량 깁스를 했다.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고 나면 스윙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나?
골프를 해서 그런지 오른쪽보다 왼쪽 다리가 더 튼튼한 편이다. 그런데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달 이상 하고 있으니 근육이 다 빠지더라. 왼쪽 다리와 갭이 커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재활 운동에 힘썼다. 특히 스쿼트를 가장 많이 했다. 하체 운동을 25세트 한다면 그중 10세트는 스쿼트에 투자한다.

투어 생활이 그립지는 않았나?
(강)성훈이 형, (나)상욱 형과 자주 통화하며 틈틈이 소식을 듣고 있다. 어떻게 지내는지, 할 만한지, 요즘 미국 생활은 어떤지 안부를 묻는다. 종종 한국 선수들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단체 영상통화도 한다. 오랫동안 투어 활동을 함께 해오던 선수들이라 오랜만에 봐도 익숙하고 반갑다. 미국에서 한국 선수들은 경쟁자라기보다 동반자와 같은 느낌이다. 형들과 친구들이 없으면 투어 생활이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특히 가깝게 지낸 선수가 있었나?
마이클 김. 생선보다 고기를 좋아하고 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등 음식 취향이 서로 잘 맞았다. 어느 날 (배)상문이 형이 너희는 매일 고기만 먹느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우리는 집을 빌려서 대회 기간마다 함께 지내기도 했다.

친한 선수 중 가장 감각이 뛰어난 선수는?
(나)상욱이 형. 퍼팅을 하자마 홀로 걸어가 공을 기다리는 모습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그건 정말 감이 뛰어나야 할 수 있는 묘기다. 특히 라인을 정확히 읽지 않는 이상 스피드나 경사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퍼팅하자마자 걸어가는 건 들어간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종종 따라 해보지만 잘 안 된다. 일부는 이 장면을 보고 ‘아 잘못 쳐서 걸어가는구나’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줄곧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다니다가 이제는 어느덧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 앞으로 선배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내년이면 벌써 서른이 된다. 벌써 나이를 이렇게 먹었나 싶다. 후배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재 나와 선후배들이 다음 세대 선수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기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남자 골프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다 보면 국내 투어에도 영향을 미쳐 대회나 주니어 골퍼도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최근 후배인 임성재가 PGA투어 페덱스컵 최종전에 진출하며 활약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임성재 선수는 잘 모르지만 지난해 겨울 (안)병훈이 결혼식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다. 골프 중계를 통해 플레이를 지켜봤는데 꾸준히 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그 나이에 미국에 진출해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골프는 나이를 불문하고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배워야 한다. 조만간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를 바짝 따라다녀야겠다(웃음).

먼저 결혼한 친구 안병훈이 부럽지는 않았나?
사실 입대 전부터 제대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결혼하는 게 목표였다. 군대 가기 전 형들과 형수님들이 마련해준 송별회에서 “지금 가지만 돌아올 때는 두 명, 아니 세 명으로 올게요!”라고 외쳤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결혼은 이미 늦은 것 같다. 당분간 투어 생활에 집중할 계획이다.

복귀전을 준비하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편이다. 7시쯤 연습 라운드를 나가 점심 먹기 전에 끝낸다. 그래야 휴식도 취하고 다른 스케줄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집중하는 부분은?
입대 전까지는 틀에 박힌 골프를 했다면 이제는 좀 더 감각적인 골프를 하려고 노력한다. 기술보다 감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서 현재 코치는 두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코치가 있으면 테크닉에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코스 상황을 접하고 이를 헤쳐 나가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다 보면 실력은 저절로 향상될 것이다. 또 떨어진 일관성을 바로잡고 있다. 일관성을 높이려면 연습량을 늘려야 한다. 제대 전에는 매일 2~3시간씩 연습을 했다면 지금은 그 양을 늘려 5~7시간씩 연습하고 있다. 그랬더니 투어 생활할 때 손에 잡히지 않던 물집까지 잡히기 시작했다. 그때 ‘아! 아직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PGA투어로부터 군 복무에 따른 시드권 유예를 받아 26개 투어에 출전할 수 있다. 대회 선택 기준은?
나는 전체적으로 스코어가 잘 나오는 대회보다 스코어가 잘 안 나오는 대회에서 성적이 좋은 편이다. 20개 언더파보다 10언더파, 짧은 코스보다 긴 코스, 부드러운 것보다 딱딱한 코스를 선호한다. 최대한 이런 나의 성향을 반영해 대회를 선택할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굳이 대회에 나가기보다 재정비해서 신중하게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시즌에는 참가 대회를 정해둔다 하더라도 스케줄 변동이 잦을 것이다.

마지막 우승이 취리히클래식이었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지 않나?
그렇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우승 기회가 많았는데 놓쳐서 아쉬웠다. 지나온 경력에 비해 쌓은 커리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복귀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귀전을 앞둔 소감이 궁금하다.
미국보다 국내에서 먼저 복귀전을 가질 예정이다. 신한동해오픈 참가를 앞두고 있다. 올해 목표는 국내에서 2개 대회 이상 승수를 쌓고 미국으로 건너갈 것이다. 첫 대회, 전반 몇 홀을 어떻게 잘 넘길지 벌써부터 긴장된다.


노승열
나이 29세 출생지 강원도 고성
신체 조건 183cm, 80kg
경력 2005~2007년 골프 국가 대표
우승 4승
APGA투어 미디어차이나클래식(2008), 메이뱅크말레이시아오픈(2010),
PGA투어 2부 웹닷컴투어 우승(2013),PGA투어 취리히클래식(2014)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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