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X] 골퍼가 마사지사에게 큰돈을 투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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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X] 골퍼가 마사지사에게 큰돈을 투자하는 이유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6.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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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을 때 나는 모든 대회에서 함께 일한 트레이너에게 6만 달러(약 7200만원)를 지불했다.
 
주당 3000달러(약 360만원)로 나는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받았을까? 이 친구는 하루 두번씩 마사지를 해준다. 두 번의 연습 라운드를 포함해 한 대회에서 10~12번의 마사지를 받은 셈이다. 지나치게 자주 받는 수준에 가깝기는 하다.

라운드 전에 그는 내 모든 근육이 활력을 띠도록 돕는다. 추나요법도 동원됐고 필요한 다양한 조치를 받았다. 라운드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풀어줬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내 몸은 매일 11km 이상 걸어 다니고 나면 스물다섯 살 때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통증을 느끼면서도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을 때 좋은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다지 체계적이지 못한 편이다. 따라서 마사지사가 있다는 것의 좋은 점은 루틴이다. 정확히 티 타임 1시간 45분 전에 골프 코스에 도착한다. 마사지 예약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사지가 끝난 후 티 타임 55분 전에 연습장으로 향한다. 나 혼자였다면 으레 늦게 코스에 도착해 서둘러 준비운동을 마쳤거나 아니면 너무 일찍 도착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 서성거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 몇 년 전 진짜 심각하게 위기 상황을 맞았다. 연속해서 미스 컷을 기록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매주 3000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신경 쓰였다. 내 캐디, 스윙 코치, 항공료, 호텔 숙박비, 식대 등 나는 매 대회에서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었다. 다시 좋은 플레이를 펼쳐서 충분히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마사지사에게 지불하는 지출을 줄일까? 아니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그에게 계속 돈을 지불할까?

PGA투어에서 마사지사는 적정 수준의 수당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마사지사는 궁핍하지 않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7명의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마사지사 대부분 고학력자여서 고향에서 개업할 경우 15만 달러(약 1억8000만원)는 쉽게 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우승 선수와 상위 10위권 골퍼들이 받는 상금만 보고 프로 골퍼들이 돈 걱정 없이 산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나는 어릴 적에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지만 돈과 관련해서는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경우 나는 아주 나쁜 소비 습관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슬럼프를 겪던 때였다. 리비에라에서 월요일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있었는데 백 안에 골프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도 골프장에 없었기 때문에 골프숍에 가서 타이틀리스트 Pro V1 12개들이 한 박스를 주문했다. 직원은 “65달러(약 7만8000원)예요”라고 말했다. 나는 “슬리브(세 개들이) 한 개만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연습 라운드에서 이 볼 세 개를 잃어버렸다. 예선 때 나는 다른 프로에게 중고 볼 여섯 개를 얻었다.

그중에서 가장 흠이 적은 볼을 골랐다. 그것으로 68타를 쳐 연장에서 패했다. 라운드를 마친 후 나는 “고마워, 친구. 그 볼 그리 나쁘지 않던데”라고 말해줬다.

그 후 나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적이 나아졌다. 올 시즌에서 약 10개 대회에서 나를 담당하는 현재의 마사지사에게 2만5000달러(약 3000만원)가량을 지불할 예정이다. 또 개인적인 스트레칭 훈련에도 좀 더 부지런히 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돈을 많이 쓰고 있을까? 아니면 긴축재정 중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고 본다. 하지만 내 캐디는 이것이 골프의 다른 부분과 똑같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고민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거지.

글_미스터 X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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