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여자오픈 제패 후 준우승’ 이정은의 LPGA 성공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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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여자오픈 제패 후 준우승’ 이정은의 LPGA 성공 요인
  • 주미희 기자
  • 승인 2019.06.1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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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역사상 5번째 진기록을 수립할 뻔했다. 비록 2주 연속 우승은 놓쳤지만, 이정은은 LPGA 투어에서 연이어 맹활약을 펼치며 '핫식스' 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은(23)은 9일(현지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02타를 기록,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일 'US 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LPGA 투어 사상 5번째로 US 여자오픈에 이어 2연승을 달성하는 대기록은 무산됐다. 그러나 이정은은 올해 10개 대회에서 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 5번에 오르고 20위 밖으로 나간 적이 단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다.

<b>▲ 슈퍼루키 이정은 서포트하는 전담팀</b>

지난해 11월 4일 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수석으로 합격한 뒤 LPGA 투어 진출 확정 발표를 11월 28일에서야 했다.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 한국에선 레슨, 체력 훈련, 마사지 등 삼박자가 다 갖춰졌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고, 미국에 나가서도 집, 차, 매니지먼트, 매니저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자신의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년간 활동인 이정은을 관찰한 결과, 이정은은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그 전략은 매우 합리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2016년 KLPGA 투어 루키 시즌 때는 신인상이 목표였고 신인상이 되기 위해선 컷 탈락을 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그린에 올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2년 차인 2017년엔 우승을 목표했고 그래서 공격적으로 핀을 보고 치는 골프를 했다. 그 결과, 2016년 우승 없이 신인상을 받았던 이정은은 2017년 4승을 거두며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최저 타수상을 싹쓸이했다.

이정은은 박인비, 유소연 등이 속해 LPGA 투어 선수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탁월한 브라보앤뉴와 손을 잡았다.

지난 5년 동안 지도를 받은 지산 아카데미의 이준석 코치가 이정은의 코칭을 계속 담당한다. 미국까지 동행하진 못하지만 이정은이 한국에 들릴 때마다 스윙을 점검한다.

미국 현지에선 다이스케 사이토(일본) 트레이너에게 마사지 등 컨디션을 관리를 받는다. 사이토 트레이너는 지은희와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 다수의 선수를 관리하고 있고 이정은이 그 팀에 합류했다. 사이토 트레이너는 매 대회, 대회 기간 매일 이정은 등 선수들을 관리한다.

영어 공부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정그린 대표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멘탈 트레이닝도 받는다. 이정은은 US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작년 초반에 경기가 안 풀렸을 때 풀어나가는 방법들에 관해 많은 방법을 이야기해 주셨고 그래서 '한화 클래식' 우승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긴장 상황에서의 콘트롤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 오늘도 경기 중에 그 방법을 활용했고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낯선 미국 생활 적응을 위해 매니지먼트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구한 전담 매니저 제니퍼 김도 이정은에게 큰 힘이 된다.

이정은과 동갑내기인 제니퍼 김은 미국 일리노이주립 시카고 대학교에서 마케팅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제니퍼 김 매니저는 최근 US 여자오픈에서 이정은이 "지금까지 우승했던 대회들과 느낌이 정말 다르다. 지금까지 (힘들게) 골프 했던 게 생각나서 눈물이 많이 난다"며 펑펑 울자, 이 소감을 통역하며 함께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국골프협회(USGA) 트위터에 소개됐고, 많은 골프 팬들은 "이정은과 매니저의 눈물은 진실되고 감동적이었다", "지금까지 우승자의 통역가가 목이 메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멋진 장면", "이정은이 목이 메었고 통역가도 목이 메었다. 나도 목이 메었다. 훌륭한 챔피언이다"며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담 매니저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사 측의 한국 직원도 미국으로 파견돼 이정은을 보살핀다.

<b>▲ 욕심 없이 차근차근…15년 골프 인생 중 가장 즐기고 있는 시기</b>

이정은은 LPGA 투어에 진출한 뒤 "골프 친지 15년 차인데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골프를 했다면, 이젠 오롯이 자신을 위한 골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US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엔 "지금까지 골프를 너무 힘들게 쳐왔기 때문에 즐기지 못했는데 LPGA 진출 이후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즐기면서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LPGA 투어에 진출하기 전 오랜 기간 고민했던 게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응을 잘하고 있는 이정은은 "처음에 골프가 안 됐으면 잘하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거고 그럼 오히려 적응이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샷감, 퍼터 감도 좋았고 편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 또 잠도 머리를 대기만 하면 자는 스타일이다. 양식, 햄버거를 워낙 좋아해서 '한식 먹고 싶다' 이런 것도 없다. 먹고 자는 게 편하니까 적응이 잘됐다"고 돌아본 바도 있다.

"초반엔 겁을 먹었는데 막상 미국에 가보니 너무너무 좋았다"는 이정은은 '무조건 우승해야지'라는 조급한 마음도 없었다. KLPGA 투어에서 활동할 때도 "차근차근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정은은 미국에서 역시 그 마음을 잊지 않았다.

지난 4월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 출전 당시 이정은은 "한국에서처럼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맞다고 본다. 천천히 올라가야 올라가서도 빨리 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첫해부터 큰 관심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무조건 1승을 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매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우승) 기회가 올 거로 생각하고 플레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US 여자오픈 우승과 숍라이트 LPGA 클래식 준우승, 상금 1위 등의 성적이 따라왔다.

이정은은 오는 14일 열리는 '마이어 LPGA 클래식' 출전에 이어 21일 개막하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겨냥한다. 5주 연속 대회 출전이라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정은은 "KPMG 대회를 위해 컨디션 조절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USGA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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