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베스트 코스 탐험기 [해외코스: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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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베스트 코스 탐험기 [해외코스:1404]
  • 김기찬
  • 승인 2014.04.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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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베스트 코스 탐험기 [해외코스:1404]


사진_스티븐 주얼리 Stephen Sjurlej

뉴질랜드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최고의 상품인 나라다. 공항 검색대를 지날 때 골프화에 흙 한 조각이라도 묻어있는지 꼼꼼히 조사하며, 어떤 땐 밑창을 살균 소독해야만 지날 수 있다. 목축과 관광이 주업이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농생물 단속에 엄격할 수밖에 없다. 땅덩어리는 남한의 3배에 가깝지만 인구는 430만명에 불과했다(참고로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소가 660만, 양이 730만마리였다). 뉴질랜드는 세 가지 키위 Kiwi가 모인 나라다.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나라 새 키위는 긴 부리에 통통한 몸통을 가진, 날지 못하는 새다. 야행성에 겁 많고 온난한 성질을 가졌는데, 수컷이 우는 소리가 ‘키위~키위~’여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그렇게 이름 지었다. 식용 과육으로 키위도 있다. 키위새처럼 통통하게 생긴 갈색 껍질에 녹색 속살을 가진 참다래가 1905년 중국 양자강 유역에서 전파된 뒤에 뉴질랜드 토양에서 여러 번 개량된 과일이다.  마지막으로 호주인을 ‘오지 Aussie’라 친근하게 부르듯, 뉴질랜드인을 키위라 부른다. 사람과 식물과 동물이 똑같은 단어로 불릴 정도로 뉴질랜드는 천연 자연과 식생이 특색을 이룬다. 뉴질랜드는 세계적인 스포츠 관광지다. 번지점프나 바이킹, 스키, 배낭여행으로 세계 모험가들이 사계절 바글바글거리지만 골프 여행지로써의 매력은 탁월하다. 흔한 동남아 골프 투어에서 벗어나 색다르고 특별한 골프 경험을 찾는 골퍼라면 뉴질랜드는 최고의 선택이다. 골프 코스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무대같은 탁월한 자연 속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을 뿐 아니라, 골프 여건도 뛰어나다. 세계적인 톱 코스도 부킹 가능하고 숙박과의 연계도 편리하다. 골프장이 400여 곳이니 인구 1만명 당 한 곳인 셈이다. 그린피 저렴하고 특히 주니어를 위한 교육 시스템도 훌륭하다. 이민 간 리디아 고, 대니 리 등이 세계 무대를 휘어잡는 게 이해가 된다.

 

 

2014년 뉴질랜드 10대 코스



순위

코스

위치

그린피(NZD)

1

케이프키드내퍼스 Cape Kidnappers

호크스베이 Hawke’s Bay

490

2

카우리클리프스 Kauri Cliffs

노스랜드 Northland

490

3

킨로크 Kinloch G. Cse

타우포 Taupo

234

4

파라파라우무비치 Paraparaumu Beach G.C.

파라파라우무 Paraparaumu

150

5

티티랑이 Titirangi G.C.

오클랜드 Auckland

150

6

잭스포인트 Jack’s Point G. Cse.

퀸즈타운 Queenstown

195

7

더힐스 The Hills G. Cse.

애로우타운 Arrowtown

500

8

와이라케이 Wairakei International G. Cse.

타우포 Taupo

200

9

애로우타운 Arrowtown G.C

애로우타운 Arrowtown

75

10

클리어워터리조트 Clearwater G. Resort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

150

 

 

나는 지난 2월 말 왕복 항공료가 낮아진 기간을 이용해 코스 설계가인 송호 대표와 1주일간 뉴질랜드 남북을 종횡단하며 베스트 코스를 둘러보았다. 송 대표는 제주도의 세인트포를 비롯해 드비치, 남촌, 송추 등 국내에서만 80여 곳의 코스를 설계했다. 세계적인 코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노하우를 코스에 반영한다고 했다. 여정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북섬의 세계적인 톱 코스 4곳과 남섬 퀸즈타운 인근에 모여 있는 4곳으로 잡았다. 짧은 기간에 8곳을 폭풍처럼 돌아본 이번 스케줄의 하이라이트는 남쪽 끝 파라파라우무비치 Paraparaumu Beach에서 오전 7시에 티오프하고, 북섬 내륙을 횡단해 267킬로미터 떨어진 동쪽 끝 네이피어의 케이프키드내퍼스 Cape Kidnappers에서 오후 4시에 티오프한 것이다. 남반구여서인지 밤 8시가 넘어도 해는 남아 있었다. 36홀이 피로했냐고? 전혀. 홀이 주는 재미와 입이 딱 벌어지는 절경 때문인지 풀카트로 걸어서 라운드하면서도 전혀 피로한 줄 몰랐다.

 

 









퀸즈타운의 베스트 4곳 인천에서 호주보다 동남쪽에 위치한 오클랜드까지 12시간 가까이 날아간 다음에 다시 2시간을 더 내려가면 도착하는 곳이 퀸즈타운이다. 2300미터에 여름에도 만년설이 뒤덮고 있는, 이름 그대로 놀라운 ‘리마커블 Remarkable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전원도시이자 비취빛 맑은 물로 유명한 와카티푸호수가 ‘제트 Z’자로 흐른다. 퀸즈타운은 해앙 탐험과 산악 트레킹의 세계적 명소인 밀포드사운드의 출발점이자, 탁월한 설질의 스키장이 수두룩하며 세계 최초로 번지 점프가 시작된 43미터 높이 카와라우 Kawarau 다리가 있는 명소다(모험가 에이제이 해켓 A.J. Hackett이 1988년에 여기서 처음 점프를 한 데서 번지점프란 게  시작됐다).  골퍼 입장에서 보면 여긴 천국이다. 한 시간 거리 안에 뉴질랜드의 베스트 톱10에 드는 코스가 4곳이나 모여 있고, 모두 10여 개의 코스가 산재한다. 도시 인구가 고작 3만명을 넘는 데 비하면 호사스런 골프 환경 아닐까. 언제나 황제 골프가 가능하 다.   공항 왼쪽 5킬로미터 지점에 잭스포인트 Jack’s Point(파72 챔피언 티 기준 6388미터)가 있다. 뒤로는 리마커블산, 앞으로는 와카티푸호수를 향해 뻗은 코스다. 뉴질랜드인 코스 설계가인 존 다비 John Darby가 디자인 해 2007년 개장한 뉴 코스에 해당한다. 파란 하늘, 장엄한 산, 맑은 호수는 무려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골퍼의 피로마저도 사라지게 하는 위력이 있다. 송호 대표는 녹색의 잔디와 황금빛의 페스큐의 색 대비에 연신 감탄사를 (일주일 내내) 내뱉었다. ‘한국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색깔’이란 것이다.   퀸즈타운에서 북쪽으로 15킬로미터에 위치한 애로우타운의 더힐스 The Hills(파72, 6661미터)는 역시 존 다비가 06년에 설계한 코스다. 뉴질랜드에서 그린피(500뉴질랜드달러, 이하 NZ달러)가 가장 비싼 최고급 프라이비트다. 골프장을 만든 이는 북아메리카 대륙에도 수많은 점포를 거느린 보석 브랜드 마이클힐의 창업주 마이클 힐 Michael Hill이다. 골프광인 그는 불타는 밤송이처럼 생긴 지역 특화 식물인 레드 터석 Red Tussock이 우거진 구릉지에 보석같은 코스를 조성했다. 그리고 홀 하나하나마다 설치미술 작품을 사들여 장식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미술작품을 보기위해 이 코스를 찾기도 한다. 보석 전문가가 오너인지라 벙커 에지와 턱이 유럽의 폿 벙커 스타일로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홀마다 보석을 공들여 세공한 듯 빛나고 있었다. 원래 있는 편암의 노출 암반을 그대로 두고서 돌아가는 레이아웃도 세련됐다. 송 대표는 코스의 구릉과 벙커를 멋지게 다듬은 마무리 세공 작업을 ‘매니큐어링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자연 그대로의 해안 링크스 스타일과 달리 오거스타내셔널처럼 잘 다듬어진 파크랜드형 코스에서는 마무리 작업에 해당하는 매니큐어링이 중요하다. 마침 우리가 다녀간 바로 다음주에 뉴질랜드오픈이 열렸다. 1907년 시작해 100년 이상 역사를 간직한 최고의 전통 메이저 대회는 개장 8년의 더힐스를 통해서 세계 골퍼에게 홍보되고 있었다. 올해는 일본프로골프기구 JGTO와 공동 개최된 때문인지 일본인 관광객이 퀸즈타운 도심에서 유독 북적였다.     골프 천국 퀸즈타운에는 올드 코스도 당연히 있다. 1911년에 6홀 코스에서 시작해, 30년 뒤 9홀로 늘리고, 71년에 인근 부지를 추가 매입해 18홀로 완성된 애로우타운 Arrowtown 골프클럽GC(파70, 5492미터)을 찾았을 때 그린피 75NZ달러짜리의 평범한 올드 코스라고 느꼈다. 입구가 있는 듯 마는 듯 하고 클럽하우스도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야디지북도 없고, 낡은 풀카트를 내어주기에 라운드를 시작할 때만도 ‘싸고 올드한데 어떻게 뉴질랜드 톱10 코스에 들었을까?’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한 홀 한 홀 지나면서 송 대표의 눈빛이 달라졌다. 3번 홀에서 말문을 텄다. “브리티시오픈이 처음 열린 프레스트윅 Prestwick의 유명한 17번 홀의 별칭이 ‘알프스’다. 티 샷이 잘못되면 블라인드 샷을 남기는데 그린 앞엔 넓고 위협적인 벙커가 있다. 전략성을 살린 홀 모델이다. 왼쪽으로 치면 그린이 안보이고, 오른쪽을 공략해야만 공략 루트가 트인다. 이 코스는 그런 전략성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다.” 라운드를 마쳤을 때는 놀랐다. 코스에 벙커가 하나도 없었고, 18번 홀 왼쪽의 호수를 제외하면 워터해저드도 없었다. 샷을 시험하고 가로막는 가장 기본적인 장애물인 벙커와 해저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코스 난이도는 뛰어났다. 그것을 마운드와 홀 흐름을 통해 구현한 것이다. 오늘날 같은 건축 장비나 이름난 설계가 없이도 전략성을 구현해 낸 점이 놀라웠다. 한번 돌아보자. 우리는 코스를 볼 때 벙커나 해저드라는 가시적인 장애물에 너무나 매몰되어 있는 건 아닐까? 넓고 길어야 어렵다고 생각하고, 짧고 정교하다면 쉬운 코스라 여기진 않는가? 애로우타운GC는 타성과 고정관념의 경계를 깨뜨렸다. 퀸즈타운엔 이밖에도 27홀 코스에 저렴하고 아늑한 콘도를 가진 밀부룩 Millbrook리조트가 있으며, 툭 튀어나온 도심 반도에 조성되어 와카티푸강을 내려다보는 도심 코스 퀸즈타운 Queenstown골프클럽(혹은 캘빈하이츠)도 있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 와나카, 크롬웰 지역까지 합치면 한 시간 거리에 10여 개 코스를 골라가며 라운드할 수 있으니 천국 아닌가. 실제로 퀸즈타운엔 ‘파라다이스’란 지명도 있다.

 

뉴질랜드 코스 특징 10가지

뉴질랜드 450만명 인구에 400여 개의 골프장이 있으니, 5000만명 인구에 500개 코스를 가진 우리나라 보다 골프 환경이 풍족하다 못해 일상이다. 골프 천국인 뉴질랜드엔 다음과 같은 10가지 골프 문화가 특징적이다.

1모든 그린에 두 개의 홀컵을 미리 파놓고 이틀마다 번갈아 사용한다. 2카트를 타는 골퍼가 거의 없다. 풀카트인 트런들러 Trundler를 쓴다. 3드레스 코드는 비교적 너그러워서 상의 아랫단을 하의에 넣지 않는 골퍼도 많다. 4프로숍에서 핸디캡을 말하면 화이트나 블루 티에 맞춰 스코어카드를 즉석 출력해준다. 5회원제는 멤버십에 그린피까지 포함되어 있어 회원은 돈을 별도로 내지 않는다. 6코스 안에 그늘집이라곤 눈 씻고 봐도 없다. 7거리 말뚝 중 중간인 화이트는 150미터가 아닌 135미터다. 8코스관리 작업을 아침이 아니라 낮에 한다. 키위들은 일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다. 9골프장마다 모래통을 들고 스스로 디보트 자국을 보수하는 게 기본 예의다. 1012~2월인 여름(북반구는 겨울) 시즌에는 오후 4시가 넘어도 티오프가 가능하다.

 





매킨지 스타일 코스들 북섬의 좋은 코스는 대부분 해안선을 타고 조성되어 있다. 서남 해안의 파라파라우무비치는 수도인 웰링턴에서 60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동쪽 네이피어엔 케이프키드내퍼스, 북쪽 노스랜드엔 카우리클리프스 Kauri Cliffs가 있다.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어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2년전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 68위에도 올랐던 파라파라우무비치(파71 6014미터)는 49년 앨리스터 매킨지 Alister Mackenzie와 함께 로열멜버른을 만든 알렉스 러셀 Alex Russel이 설계했다. 파도가 바위에 연이어 부딪치는 소리에서 ‘파라파라우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해안선에서 500미터 가량 떨어져 있어,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갈매기가 날아다니며 바닷바람이 늘 불어오는 링크스 스타일이다. 송 대표의 설명이 이어진다. “페어웨이에 보이는 저 미세한 언듈레이션은 현대 코스 설계 기술로는 어렵다. 아무리 정교한 3D 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써도 자연스런 마운드가 넘실대는 스코틀랜드 링크스는 구현하기 힘들다. 끝없이 넘실대는 페어웨이의 잔 물결을 봐라. 이곳 토양은 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는 규격이 큰 실트 Silt층이다. 그 때문인지 벙커도 링크스 코스처럼 잔디 뗏장을 벽으로 쌓은 소드월 Sod Wall 벙커로 만들었다.” 토양이 코스를 결정한다. 실트는 물 빠짐이 적어 그린이 탄탄하면서 아주 빠르다. 게다가 대부분이 거북등처럼 볼록한 그린을 가진다. 물 빠짐이 좋도록 정착된 방식이다. 국내 몇몇 코스들이 링크스를 표방하면서 수많은 폿 벙커를 시도했지만 매년 무너지는 건 토양에 대한 이해 없이 외형만 본따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파라파라우무비치는 뉴질랜드오픈을 12번이나 개최한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였고, 지난 02년에는 타이거 우즈도 출전했었다. 우리는 일요일 오전 7시에 라운드를 했는데, 실은 새벽부터 회원이 속속들이 도착해 티오프했다. 프로숍은 7시 넘어야 열지만, 골퍼들은 차 트렁크에서 개인용 풀카트를 꺼내와 서너명이 짝을 이루는 대로 티오프하고 나갔다. 회원은 그린피를 내지 않기 때문에 프로숍에 들를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아침 인사만 하고 묵묵히 티오프하는 과정이 마치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뉴질랜드에는 파라파라우무 설계에 영향을 준 앨리스터 매킨지가 직접 설계한 코스도 있다. 26년에 개장한 오클랜드의 티티랑이 Titirangi(파70, 6026미터)GC다. 송 대표는 앨리스터 매킨지에서부터 골프 코스의 전략적 설계 개념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모든 코스가 벌칙형이었다. 잘 친 샷만을 가리고 못 친 샷은 무조건 함정에 빠져야만 했다. 하지만 티티랑이에서는 코스를 공략할 전략을 세우도록 만든 설계자의 의도가 잘 반영되어 있다. 그린이 있으면 한쪽에만 벙커를 조성해 다른 쪽으로 공략할 여지를 두거나, 나무를 코스 중간에 넣어 핸디캡이나 혹은 가이드 역할을 삼는다. 오늘날 설계에서는 전략형이 보편적이지만 벌칙형이 위주이던 20세기 초반 올드 코스는 벙커가 그린을 둘러쌌었다. 매킨지는 다양한 벙커 배치를 통해 전략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매킨지 벙커는 독특한 스타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페어웨이와 러프에 걸치는 벙커 잔디를 살피면 된다. 파라파라우무와 티티랑이에서는 페어웨이와 이어진 벙커 주변은 판판했고, 러프로 이어지는 부분은 페스큐가 무성했다. 마치 스킨헤드족처럼 벙커 입구가 페어웨이 쪽은 삭발이고, 러프 쪽은 장발이라면 매킨지 스타일 벙커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삐죽빼죽 요철이 심하다. 티티랑이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장사 잘하는 골프장일 것 같다. 도심에 위치해 근접성이 탁월하고 일년 내내 오픈해서인지 수많은 아마추어 대회의 연간 계획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전장이 5672미터인 파70 코스라 걸어서 4시간이 넘지 않는다는 점도 애용되는 이유일 듯했다.



골프광 줄리앙의 세계 100대 코스 뉴질랜드의 베스트 코스는 2000년 카우리클리프스와 2004년 케이프키드내퍼스가 등장하면서부터는 판도가 바뀌었다. 케이프는 현재 ‘2014년 세계 100대 코스’에서 22위, 카우리는 39위에 올라 있다. 이 둘은 뉴질랜드의 산수에 반한 미국의 골프광 줄리앙 로버트슨 Julian Robertson이 화룡점정하듯 하늘에서 점찍어 만든 코스다. 농장 입구에서 8~10킬로미터를 가면 해안 절벽을 따라 기막힌 코스가 흐른다. 줄리앙은 90년대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양대 산맥을 이루던 타이거펀드 설립자다. 80년대 800만달러 밑천으로 금융업을 시작해 90년대 말에 220억달러(무려 275배)로 키웠다가 2000년에 큰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었지만, 2011년 월간지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23억달러(약 2조3000억원)로 추정했다. 미국 북부에 사는 그는 겨울이면 따뜻한 남반구를 찾아 3개월은 카우리클리프스 로지, 2주는 케이프키드내퍼스에서 머문다. 그런데 마침 우리가 방문한 두 코스에서 모두 줄리앙을 만나 얘기 나누는 행운을 가졌다. 올해 84세인 데도 반바지에 캐디 한 명을 동반하고 혼자서 케이프키드내퍼스를 라운드하고 있었다. 3번 홀에서 파를 잡고는 한국에서 온 우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줄리앙은 송호 대표가 ‘타이거’라고 이름을 소개하자 더 반가워했다. 자신이 키웠던 펀드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 골프에 대해 얘기 나눌 때 그의 눈빛은 형형했다. 최경주의 코치였던 필 리츤이 한국에선 어떤 이미지인지 묻더니 지금은 ‘쫄딱 망했다’는 얘기를 하며 웃었다. 80대 노인이 오후 늦게 정력적으로 골프를 즐기는 점도 새로웠지만 2조원 대의 억만장자가 경호원 없이 소탈하게 다니는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케이프키드내퍼스(파71, 6532미터)는 톰 도크 Tom Doak가 설계를 마치고난 뒤 “나는 이 코스에서 3개 홀만 만들었고, 나머지 15개는 원래 있던 곳에 길을 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원래 있던 천혜의 지형을 따라 홀이 흘러간다. 마치 손가락을 쭉 뻗은 것 같은 평평한 계곡 사이로 홀이 흘러갔다가 돌아온다. 석회암층의 절벽 높이만 140미터에 달한다. 시그니처 홀인 15번 홀은 손가락 중지에 해당하는데 594미터의 파5 홀이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끝없이 나간다. 이 코스는 15번 그린에서 걸어서 16번 홀로 가는 오솔길이 백미다. 저 멀리 석회암 절벽의 흰 속살이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듯 몽환적이다. 그리고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이 세상 끝에 와 있는 느낌마저 든다. 270도로 펼쳐지는 극도로 잔잔한 바다. 시릴 듯 푸른 하늘. 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북쪽의 카발리군도를 배경으로 자리한 카우리클리프스(파72, 6510미터)는 아놀드 파머 디자인에서 일하던 데이비드 하만 David Harman이 설계했다. 촉망받는 설계가였던 그는 플로리다의 집에서 이곳을 무려 46번이나 찾을 정도를 열정을 쏟았지만, 05년에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설립자 줄리앙은 하만을 기리는 명판을 14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새겨 기념하고 있었다. 높이 40~50미터에 몇천년을 산다는 카우리 소나무는 이 지역의 대표 수종이고, 코스는 그 숲 아래 절벽을 타고 흐른다. 대부분의 홀에서 바다가 보이는데, 전반 9홀은 내륙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후반 9홀은 시계 방향으로 도는 구조다. 송 대표는 앨리스터 매킨지의 코스 설계 철학이 여기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매킨지는 인-아웃 코스의 홀 배치가 시계, 반시계 방향이어야 한 라운드에서 각각의 바람을 모두 맞으면서 라운드한다고 강조했다. 후반 14번 홀부터는 바다를 향해 샷을 하는 레이아웃이 압권이다. 시그니처 홀인 16번은 ‘유혹 Temptation’이란 별칭이 있다. 그린이 움푹 밑으로 파여 있어 세컨드 샷이 마치 바다를 향해 날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코스를 돌면 바다를 동경한 마도로스가 풍랑을 만나고 계곡을 지나 너울을 넘고 넘어서 귀환하는 모험을 하는 느낌이 든다. 송호 대표는 풍경에 연신 찬사를 보냈다. “좋은 코스는 확실히 부지에서 결정된다. 이런 좋은 땅이니 세계적인 코스가 안 나올 수 없다. 설계가는 코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홀이 흘러가는 루트를 발견하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케이프에서는 자연의 위대함을 좀더 감상하도록 레이아웃을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는 코스를 보는 관점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자연에 압도되는 코스가 좋으냐, 자연에 도전하는 코스가 좋으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진정 좋은 코스는 어떤 것일까? 2년 반 전에 뉴질랜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카우리와 케이프 두 군데만 취재했었다. 케이프가 세계 최고인 줄 알았다. 이번에 다시 체험하니 카우리가 더 앞선다. 풍경을 멀리서 감탄하는 것보다는 풍경 안에 들어가 하나가 되는 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다음에 또 찾는다면 어디가 더 나을지는 모르겠다. 설계가와 매일매일 코스를 돌아보고 품평을 한 덕에 감식안이 높아진 듯하다. 다시 보고, 더 알고, 새로 체험하니 확실히 더 많은 것이 보였다.

 

Information

뉴질랜드 면적은 26만7710제곱킬로미터로 남한의 3배에 해당하지만, 인구는 430만명에 불과하다. 1인당 GDP가 4만465달러로 높은 편이며 1뉴질랜드달러는 902원이다. 농업, 축산업이 주요 산업이며 남반구에 위치해 4월이면 가을로 접어든다. 온대성 기후로 연중 10~30도대의 완만한 변화를 보인다. 대한항공 직항(인천-오클랜드)은 11시간50분 소요. 시차는 한국보다 4시간 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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