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X] 아내를 일터로 데려가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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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X] 아내를 일터로 데려가지 않는 이유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4.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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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해에 30개 대회에 출전한다면 아내는 채 열 번도 골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우리에게 적절한 균형을 맞춰주는 숫자를 찾아낸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없다. 따라서 다른 선수처럼 학교 일정이나 다른 가족사의 여러 요소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 하나 위태로운 것은 내 정신 상태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골프는 직업이고 투어 대회장에 아내가 나타나는 것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것을 아내가 드디어 이해하게 됐다.

물론 처음 아내에게 경기장에 나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을 때 불편한 대화가 오간 것은 사실이다. “다른 여자가 있어요?” 아내는 이것부터 물어왔다. “아니야, 여보. 그냥 골프일 뿐이야.”

나는 대회 기간 동안 내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기를 원한다. 만일 부진한 성적으로 라운드를 마치면 연습장에서 1~2시간 볼을 칠 수밖에 없다. 그때 예약한 저녁 식사 시간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내 의사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식사 예약을 좀 더 늦출 수 있을까? 만일 다른 커플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이 계획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만일 식사 약속을 취소한다면 아내는 얼마나 화를 낼까? 다음 날 아침 일찍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면 얼마나 늦게까지 식당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여러 걱정거리를 정리하려고 애쓸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야기되는 문제가 추가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원치 않는 일이다. 누구의 마음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연습그린에서 퍼트를 하고 호텔로 돌아가 잠들기 전 치폴레를 먹을 자유를 원한다. 다시 말해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재능만 따졌을 때 투어 선수 가운데 하위 25%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하지 못하는 샷을 마음껏 구사하는 선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20년이 넘은 내 선수 생활은 엄청난 노력을 증명한다. 정확히 언제라고 말할 수 없지만 골프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 이미 오래전이다. 우리의 꿈은 늘그막에 이르도록 풍족한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돈을 가지고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집에 사는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예선 탈락이 없는 월드골프챔피언십 이벤트 때 대회장에 오라고 한다. 꼴찌를 해도 확보된 상금이 있다는 점 덕분에 긴장이 덜하고 주말까지 대회장에 있는 게 확실하므로 계획을 정확히 세울 수 있다. 그 외에는 아내가 어떤 대회에 오고 싶어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뉴욕, LA, 유럽 그리고 그곳이 어디든 열대 기후를 즐길 수 있는 곳 말이다.

나는 아내가 함께한 가운데 뛰어난 플레이를 한 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아내의 마음이 아프겠지만, 오히려 없을 때 성적이 좋았다. 운동선수는 어떤 경우에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그 결론이 주위의 사람을 만족스럽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선수라면 우리의 결론을 참고하시라.

글_맥스 애들러(Max Adler)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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