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여진, 레슨은 근육세포에 기억을 심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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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진, 레슨은 근육세포에 기억을 심는 과정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04.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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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 인스트럭터 강여진은 심오한 레슨 철학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손길로 모양이 바뀌는 도자기처럼 예쁜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교습을 하고 있다. 골프 연습은 반복해서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국가 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2005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해 2017년 8월까지 활동한 강여진이 오랜만에 대중매체에 모습을 드러냈다.  

목 부상으로 더는 투어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는 교습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에서 함께 일해보자며 괜찮은 제의가 들어왔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강여진의 말이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외로움에 지쳐 있었던 것 같아요.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서 첫발을 외국에서 내딛게 되면 한국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속된 말로 질릴 때까지 투어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또 가족과 떨어져 외국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당한 때에 잘 그만둔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저는 매사에 신중한 편이에요. 한번 결정을 내리면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결정을 내리기 1년 전인 2016년에 투어 생활을 접었다면 후회가 남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강여진은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다수의 유명 레슨 프로에게 교습을 받았다. 그는 골프 기술에 관해 그 누구보다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평소 몸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아 운동할 때도 트레이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지식을 쌓았다.  

“레슨할 때도 몸의 움직임에 관해 먼저 설명합니다. 근육에 대한 이해도가 생겨야만 힘을 주는 법도 알게 됩니다. 인간의 몸은 옆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고 조언하면 미세하게나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마치 도자기를 빚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아무런 모양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제 손길에 따라 형태가 만들어지니까요. 예쁜 모양이 탄생하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강여진은 교습가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습가와 피교습자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느낌’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레슨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답을 찾아야 합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몸 상태에 따라 설명하는 방식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아주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 두세 동작만 해보라고 하면 그 안에서 어떤 패턴으로 접근해야 할지 답이 딱 나옵니다. 그 패턴과 자신(피교습자)만의 느낌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레슨입니다.” 

그는 레슨을 하면서 피교습자에게 자신의 느낌을 계속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야만 교습가가 스윙 교정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그는 피교습자에게 맞는 스윙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말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습니다.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입니다. 계속 움직여야만 그 느낌을 알게 되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는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면서 습관처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골프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레슨을 받는 것은 몸이 기억할 시간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골프는 틈틈이 자주 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 강여진은 골프가 한 번 배운다고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평상시 움직일 때 하던 행동이 무심코 나온다고도 했다. 

“백스윙할 때 고개를 클럽 쪽으로 돌려 기울기를 체크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때 근육의 움직임은 고개가 돌아갔기 때문에 실제로 볼을 칠 때와 달라집니다. 자신의 스윙을 체크하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 근육세포는 이미 다른 정보를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고정한 채 느낌을 기억해야 합니다.” 

투어 선수 생활을 할 때도 강여진의 스윙은 예쁘고 방향성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는 예쁜 스윙이 좋은 스윙이라고 말했다.  

“누가 보더라도 예쁜 스윙이 제대로 궤도를 타고 있는 스윙입니다. 예쁜 스윙이 더 편하고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으면서 멀리 칠 수 있어요. 궤도 안에서 스윙이 오가야만 빠른 스피드와 긴 비거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프로 선수들은 각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궤도를 지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궤도를 벗어나면 반드시 꺾이는 지점이 생기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스피드가 줄어들어요. 효과적인 스윙을 위해서는 예쁜 스윙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습가의 스윙을 보면 다 엇비슷하지만 어떤 식으로 설명하느냐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큰 틀에서 보면 같은 스윙을 추구하지만 느낌의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하비 페닉의 리틀 레드 북(Harvey Penick’s Little Red Book)>을 읽고 있어요. 정말 오래된 책인데요. 골프 레슨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교습가 하비 페닉이 자신의 골프 인생 80여 년간 습득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한 교습서예요. 제가 생각해오던 것과 정말 비슷한 점이 많아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강여진  
나이 36세 
신장 160cm 
투어 2005~2017년(JLPGA투어) 
소속 파스텔골프클럽 
현재 골프다이제스트 인스트럭터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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