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욱의 골프 입문기 #8] 110타 깨기 도전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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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욱의 골프 입문기 #8] 110타 깨기 도전을 마무리하며
  • 유연욱
  • 승인 2019.04.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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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 달 만에 110타 깨기 도전을 위해 라운드를 다녀왔습니다. 전날은 뜬눈으로 밤을 보냈어요. 왜냐고요? 첫 라운드에 대한 설렘과 110타를 깰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죠. 그렇게 비몽사몽 잠이 덜 깬 상태로 골프장에 도착해 선배와 티오프 시간을 확인한 뒤 골프웨어로 갈아입고 카트에 앉아 있었어요.

잠이 부족했기에 기다리는 상황에서 떨림보다 졸음이 우선이었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자 카트는 출발했고 1번 홀에서 캐디와 함께 체조를 했어요. 무언가 생소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일단 몸을 가볍게 풀었습니다. 역시 선배들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제가 더 유연하긴 하더군요.

 

체조할 때까지 ‘졸림’이던 제 상태는 티를 꽂는 순간 ‘긴장’ 모드 스위치가 켜졌어요.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던지··· 그 탓에 몸이 굳어 어드레스부터 스윙까지 모든 게 엉망이었고 생애 첫 드라이버 샷은 최악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시야에 다 보일 만큼만 아주 살짝 날아가 잔디 위로 떨어졌어요. 하필이면 주황색이라 아주 잘 보이는 공이었는데 말이죠. (흑흑)   

초라한 드라이버 샷과 비교하면 선배의 샷은 장관이었습니다. 공이 우주까지 날아가는 줄 알았어요. 헤드에 잘 맞았을 때 보이는 포물선과 ‘까앙’ 하는 소리. 선배는 1번 홀부터 보란듯이 실력을 뽐냈고 옆에 있던 저는 한없이 작아졌답니다.

 

티 샷을 끝내고 두 번째 샷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데 이미 거리 차이가 났던 터라 선배는 카트를 타고 지나갔고 저는 혼자 뛰어다녔어요. 라운드 전에는 ‘설마 내가 뛰어다니게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열심히 공만 찾으러 뛰어다녔답니다.

뛰다 보니 숨은 차고 샷을 하길 기다리는 선배의 눈초리는 매서웠고요. 조급한 마음에 준비도 안된 채 스윙하니 당연히 두 번째 샷도 데구루루루. 마음과는 다르게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상상하던 그림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꿋꿋하게 치다 보니 멀게만 느껴지던 그린에 발을 디디게 됐고 그나마 자신 있던(?) 퍼팅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퍼팅 역시 실전은 다르죠. 그린 빠르기, 오르막과 내리막은 무시하고 무조건 넣겠다는 생각만 하니 홀조차 저를 외면했어요. 또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어떻게 해야 할지 힘들었어요. 그렇게 그린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끝에 1번 홀을 마쳤습니다.

힘겹게 1번 홀을 마친 저와 다르게 선배는 여유가 넘쳤어요. 그린에서 캐디가 놓아 주는 대로 공을 치는 저와 달리 선배는 거리와 경사까지 다 계산해 직접 놓더라고요. 결과도 당연히 땡그랑! 어떻게 먼 거리에서도 쉽게 넣을 수 있는지··· 정말 멋있었죠.

 

2번 홀부터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1번 홀과 비슷한 상태로 9번 홀까지 이어졌어요. 벙커에 빠져 몇 분 동안 빠져나오지 못했고 10m만 치면 되는 거리를 힘 조절 실패로 30m보다 더 멀어지는 상황도 있었고요. 또 공을 찾으러 뛰어다녔죠. 골프를 하러 왔는지 달리기경기를 하러 왔는지. (하하)

정말 무슨 생각으로 쳤는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전반 9홀을 끝냈어요.

 

몸도 녹이고 흐트러진 정신도 다잡을 겸 그늘 집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10번 홀로 향했어요. 전반에는 몸도 굳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10번 홀부터는 힘도 빼고 최대한 여유롭게 하려고 마음먹었죠. 그랬더니 웬일인가요? 연습할 때 나오던 깨끗한 스윙과 더불어 비거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저는 미소를 되찾았고 서서히 자신감이 올라왔어요.

드라이버 샷이 잘되니 뛰어다닐 필요도 없었고 유틸리티, 7번 아이언까지 연습하던 그대로 공이 뻗어갔죠. 샷 감각을 완전히 찾았고 홍태경 프로(투어스텔라)가 알려 준 것들이 서서히 기억이 났어요.

 

그러자 후반에 들어와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어요. 선배가 뛰고 제가 카트를 타고 다니는 상황도 몇 번 있었답니다. ‘혼자 카트를 타고 다니는 게 이 느낌이구나!’ 엄청 기뻤어요. 뒤로 갈수록 저는 점점 살아났고 선배는 잠시 주춤했습니다.

당황한 틈을 타 제가 치고 나가려 했지만 구력은 역시 무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잘되자 흥분한 나머지 쇼트 게임에서 실수가 나왔어요. 반대로 선배는 전반부터 후반 9홀까지 한결같은 느낌과 템포를 유지하며 쳤습니다. 그 결과 들쑥날쑥한 제 스코어와 다르게 일정했죠. 이것이 바로 초보와 구력자의 차이인가요?

 

점점 재밌어지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18홀이 허무하게 끝나 버렸어요. 그렇게 생애 첫 라운드를 마쳤고 아쉬운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죠.

아쉬운 것도 있지만 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전반 홀 58개, 후반 홀 56개, 합계 114개로 두 달 만에 110타 깨기 도전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도전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체육대학 출신에 여러 종목을 접해봤고 운동신경도 좋아서 두 달이면 이 도전을 쉽게 이룰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샷을 해야 하니 운동신경만으로는 되지 않고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또 인내심, 마인드 컨트롤, 자신과 싸움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114개라는 기록과 많은 깨달음 그리고 눈물의 굴욕 영상을 남긴 채 첫 라운드를 마무리했습니다.

클럽 하우스로 들어가는데 두 달 동안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이것저것 생각이 났어요. 퇴근하고 지친 몸으로 매일 같이 연습장에 가던 순간, 연습하며 웃기도 화내기도 했던 순간, 허리와 갈비뼈의 통증 그리고 손가락이 파스로 덮여 있던 모습까지. 초보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이 소중한 경험을 간직한 채 본격적으로 골프의 매력에 빠져 보려고 합니다.

‘골알못(골프를 알지 못하는)’인 저를 두 달 만에 드라이버 샷 180야드 날릴 수 있게 만들어 준 투어스텔라 홍태경 프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 두 달 동안 유연욱의 골프 입문기를 읽으며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유연욱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ency94@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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