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특집] 오거스타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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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특집] 오거스타의 향수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4.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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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낸츠가 가장 좋아하며 되풀이되는 스포츠의 순간
▲ 1999년 샘 스니드가 지켜보는 가운데 샷을 하는 명예 시타자, 진 사라젠.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이벤트의 순간을 떠올린다면?”이다.

나는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한 기억이 없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CBS 스포츠에서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세 개의 대회인 슈퍼볼과 NCAA 남자 결승 그리고 마스터스는 각각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가슴 벅차게 지켜보는 순간은 마스터스 개막식의 명예 시타(honorary starter) 행사이다. 목요일 아침 7시 40분경 이 드라마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특별한 대회임을 잭 니클라우스와 게리 플레이어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킬 것이다.

올해는 내가 이 행사에 34년째 참석한다. 처음 참석했던 1986년에는 샘 스니드, 바이런 넬슨과 진 사라젠이 등장했다. 나는 단 한 차례도 빠져본 적이 없다. 이 행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행사 참가자들은 더 이상 플레이하지 않는다.

그동안 해왔던 치열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그쳤고 그 자리는 이제 사랑과 우정이 대신 채우고 있다. 나는 우리가 이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을 보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향수와 감상 그리고 영웅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절감하는 깨달음까지 뒤범벅된 감정을 아우른다. 여기에는 그들과 우리의 도덕관념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50년 전 보여주었던 똑같은 스포츠 선수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다른 어떤 스포츠에서도 일어날 수 없음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양상은 현역 시절 이들 참가자들을 위대하게 만들어주었던 긍지라는 가치를 우리에게 엿볼 수 있게 한다.

나는 샘, 바이런, 진에게 처음 이것을 보았다. 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중하게 이 행사에 임했다. 예를 들어 샘은 이 단 한 번의 티 샷을 위해 사전에 스윙을 가다듬는 연습을 하곤 했다. 2002년 2월 자신의 마지막 행사 참석이 가까워졌을 때 그는 친구들에게 “나는 마스터스를 위해 트레이닝을 받고 있네”라고 밝혔다. 샘은 마지막 드라이버 샷을 한 지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이것이 그가 생전에 친 마지막 볼이었던 것이다.

말년에 플레이는커녕 연습도 한 적이 없었던 바이런은 악화된 히프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몇 번 드라이버 샷을 했다. 생애 마지막 해에 회장 후티 존슨과 내가 만나러 갔을 때 바이런은 자신이 사라젠의 1935년 유명한 더블이글을 기록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한때 15번홀과 17번홀 사이에 서비스 통로가 있었는데 17번홀에서 플레이하던 바이런은 자신의 볼이 그 통로 가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라젠은 15번홀 페어웨이에서 15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이 둘이 한 지점에서 만나 “칠 준비됐어요? 아니면 내가 먼저 칠까?”라고 서로 물었다. 그 대지주(the Squire, 진의 애칭)가 먼저 치기로 하고 바이런은 그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진도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개막식 티 샷 행사에 참석한 해인 1999년 이른 봄 나는 플로리다주 마르코아일랜드에 있는 그의 집 근처 켄 벤투리 자선 모금 행사에서 그를 만났다.

진은 97세였고 더 이상 골프를 치지 않았지만 그날 자신은 마스터스 행사 참석을 위해 연습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스트레칭 루틴을 실천한 다음 볼 하나를 쳤다. 이는 그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쏟아부은 샷이었다.

1개월 후 그는 연약한 손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을 두 겹으로 낀 채 오거스타에 도착했다. 그는 또 새 그라파이트 샤프트 드라이버를 들었는데 두말할 것도 없이 비거리를 좀 더 늘이려는 노력이었다. 그가 약간의 드로성 타구를 공중에 띄워 올려 75야드를 날려 보냈을 때 지켜보던 사람들로부터 쏟아져 나온 환호성은 내가 다른 곳에서 들어본 그 어떤 함성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이는 내가 지금껏 목격한 가장 아름다운 골프 샷으로 남아 있다. 샘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진의 마지막 샷이었다. 그로부터 5주일 후 진은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우리에게는 잭 니클라우스와 게리 플레이어가 있다. 내게 첫 번째로 마스터스 대회 현장에서 짜릿한 스릴를 느끼게 해준 사람이 바로 잭이었다. 1986년 그는 16번홀에서 거의 에이스를 잡을 뻔하면서 자신의 여섯 번째 그린 재킷을 걸쳤다. 그날 오후 16번홀 타워에서 내가 건 전화는 내 경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잭이 개막식에서 드라이버 샷을 할 때마다 감사하다.

게리는 그의 마지막 마스터스 출전이었던 2009년 18번홀 그린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마스터스가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이는 게리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또 감상을 떠올리게 한 순간이었으며 4월 목요일 아침 드라이버로 풀 위에 맺힌 이슬을 멋지게 쓸어낼 사람들이 스포츠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할 때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느끼게 될 감정의 순간일 것이다.

글_짐 낸츠(Jim Nantz)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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