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의 우아한 휴식, 록언 [해외코스: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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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의 우아한 휴식, 록언 [해외코스:1406]
  • 김기찬
  • 승인 2014.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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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의 우아한 휴식, 록언 [해외코스:1406]


 

북아일랜드 록언은 호수를 따라 흐르는 은밀하면서도 우아하고 평화로운 골프 리조트다. 지난해 G8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동화같은 풍경이 주목받기도 했다. 글_김상록

 

내가 속한 아일랜드 올드헤드골프장 멤버의 연례 행사에 참석했었다. 미국 멤버들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1년에 4번 열리는 행사에 빠짐없이 잘 나온다. 그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넘는다. 그들은 행사를 전후해 영국과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의 베스트 코스를 둘러본다. 그러한 골프 여행은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연한 자랑거리이며 공통 화제다. 언젠가 스위스에서 온 멤버가 ‘호수 위의 올드헤드 록언에 가봤냐’며 넉살을 떨었다. 어떤 호수, 어떤 코스가 올드헤드에 비교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골프장 이름을 머리에 새겼었다. 아이리시어로 ‘록 Lough’은 호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록언 Lough Earn이라면 ‘언 호수’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호수는 골퍼에게 공포다. 물로 들어가는 볼을 보면 마치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록언의 광활한 호수는 지옥이 아니라 천국이라는 게 알맞은 표현이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운영하기에 록언을 아는 골퍼가 거의 없었으나, 지난해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한 G8정상회담 개최장이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이곳은 오는 2017년 유러피언투어 아이리시오픈이 예정되어 있으니 향후에 좀 더 많은 골퍼가 코스의 진가를 알 수 있으리라. 영국의 자동차 보험회사 AA가 평가하는 호텔 등급 중 록언만이 북아일랜드의 유일한 5성급 판정을 받았다. 로리 맥일로이가 나이키와 계약하기 전 자신의 티셔츠 깃에 로고를 새기고 다닐 정도였다. 그는 “가장 머물고 싶은 곳이자 라운드하고 싶은 곳”이라 했다. 코스 설계가인 닉 팔도도 “전 세계 많은 코스 중 나를 이렇게 압도하는 경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곳은 호수 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반도 위에서 전체 호수와 숲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압도적이다. 자연과 잘 어울린 골프장은 삶에 에너지를 충전케 한다. 호텔과 호수가 맞닿은 언덕 위에 흩어진 로지는 목가적인 풍경과 함께 산책로로도 제격이다. 마치 바다같이 넓은 호수 위로 백색의 요트가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낚시꾼들이 플라이 낚싯대를 허공으로 휘젓는다. 새소리 외에 그 어떤 잡음도 없다. 그래서 새소리는 더욱 청아하고 귀를 자극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연 속으로 호수 가운데를 관통하듯 길게 뻗어있는 반도 위에 푸른 잔디가 누워있다. 곧게 뻗은 아름드리 침엽수 사이로 짙은 초록의 페어웨이를 만들어 우리를 경탄케 한다. 페어웨이 잔디는 퍼레니얼 라이라는 초종을 쓰는데, 습기가 많은 그 지역의 특성과 어울려 아마추어라도 아이언 샷에 길게 20센티미터 정도의 디봇 자국이 생긴다. 2009년 당시 우리 일행이 방문했을 때 전년도에 촉발된 리먼 사태 이후 북아일랜드 최악의 경기를 느꼈다. 우리 일행만이 그곳에 머물다시피 했을 정도로 적막했고 또 평화로웠다. 카트를 타고 1번 홀로 가면서 ‘길을 잘못 들었나?’할 정도로 멀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 거리가 족히 300미터를 넘어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는 착각마저 생긴다. 호숫가를 관통하는 리즈브릿지가 1번 홀로 우리를 안내한다. 약 200여 미터를 가느다란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우측으로 펼쳐진 호수와 호수 가장 자리에 자라고 있는 풀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물 위에 풀이 쏟아있는 로고가 심플하지만 록언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우측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파4, 367야드. 1번 홀 치고는 IP(볼 떨어지는) 지점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진다. 좌측은 곧게 뻗은 나무들이 촘촘하고, 우측은 홀의 시작과 끝이 모두 해저드다. 호수 가장자리에 갈색 돌로 쌓아 올린 5개의 티박스가 이색적이다. 보통 디자이너라면 그냥 길게 티박스를 육지로 연결하든지 할 텐데 티 박스 사이사이에 물이 들어오게 해 첫 홀부터 심적 부담이 크다. IP 지점에는 허리가 잘룩한 페어웨이까지 해저드가 들어와 있으니 조심해야만 한다. 4번 홀까지는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풀 향기가 상쾌함을 더한다. 4번 홀 우측으로는 콘도(셀프 케이터링 하우스)가 이어진다. 가족들과 밥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장기간 투어를 다니는 한국 골퍼에게는 그런 곳을 빌려 육개장을 끓여 김치와 함께 먹는다면 비거리가 50야드는 족히 더 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닉 팔도가 교향악을 좋아했던가? 6번(파5, 595야드)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면 마치 전주곡을 지나 파도 타는 음과 함께 사건의 전개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좌우 호수가 골퍼를 숙연하게 한다. 호수 건너편 숲속은 태고의 숨소리가 그곳에서 멎은 듯하고, 아름드리나무로 들어찬 깊은 숲은 호수에 아른거리며 투영된다. 7번(파4, 397야드) 홀에 오르면 닉 팔도의 교향악 전개 부분이 서서히 깊이를 더한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호수 그린 뒤로 병사처럼 호숫가를 지키는 나즈막한 두 그루 나무가 인상적이다. 내리막이라 거리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갈대숲을 낀 우측 도그레그인데 거리 욕심으로 인해 우리 일행 중 3명이 그 갈대숲을 헤매는 신세가 됐다. 9번(파5, 637야드) 홀 티박스, 앞과 뒤 어디를 돌아봐도 사람이 없다. 보온병에 준비해온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햇반, 김치 그리고 김을 카트 위에 펼쳤다. 티 샷을 하고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서 먹기 시작했다. 누구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가끔 새가 지나가며 우리의 수상한 행동을 지켜볼 뿐. 그 컵라면과 햇반을 다 먹고 커피믹스로 디저트까지 마쳐도 골퍼가 없었다. 지금도 당시 일행이 모이면 그날의 추억을 얘기하곤 한다.

 

 



16번부터 절정인 팔도 교향곡 닉 팔도 교향곡의 전개 부분 절정인 10번 홀은 파4, 351야드다.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가 그린과 맞닿아 ‘에메랄드 섬’이라는 별칭을 가졌다. 티 샷부터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S자 모양인데 티 샷이 반드시 오른쪽 나무숲을 피해 왼쪽 페어웨이로 220야드 정도는 거리를 확보해야 오른쪽 나무숲이 그린을 가로막는 낭패를 피한다. 세컨드 샷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샷이 물로 향하지 않도록 짧게 공략해야 한다. 노란 말뚝을 꽂아둔 둥근 아일랜드 그린인데, 핀과 가깝지 않게 드롭할 곳이 없다. 11번 홀부터 15번 홀까지 파크랜드 스타일이다. 숲속 상쾌한 나무 향을 맡으며 힐링을 느낀다. 16번 홀부터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마지막 3홀이 이 코스의 백미다. 닉 팔도 교향곡의 최고의 절정이 전개된다. 우측으로 호수를 끼고 1킬로미터 거리에 파5, 파4 그리고 파3 홀이 연결된다. 좌측은 로지, 클럽하우스, 호텔 그리고 콘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16번 홀에 올라서면 그린 뒤 언덕 아래 호수를 바라보며 줄지어 선 로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종의 골프텔인데 골퍼 스스로 음식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다. 페어웨이 좌우가 숲으로 싸여 IP 지점을 찾기가 만만치 않는데, 페어웨이 좌측 벙커를 보고 드라이버 샷을 해야 한다. 그린 우측으로 펼쳐진 호수는 더 없이 정겹지만 경치에 빠져 샷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그린 앞 잘록하게 들어온 호수에 볼을 헌납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 샷을 100야드 정도 남기도록 한다. 17번 홀은 우측으로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도그레그다. 길이는 짧지만 호수를 건너가는 티 샷이 부담스럽고 IP 지점에 2개의 벙커가 자리잡고 있다. 좌측은 로지와 그린 뒤 클럽하우스와 호텔이 웅장하지만 자연스럽게 자연과 동화되어 우리를 기다린다. 역시 그린의 우측 반이 물과 접해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18번이 파3 홀이라는 게 이색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8번 홀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아름답다. 좌측은 호텔이 있고 그린 뒤로 리즈다리가 녹색의 잔디 위에 하얀색 선으로 더욱 선명하다. 이 홀이 과연 승부처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막상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면 호수를 건너 228야드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부담이 압박한다. 특히 앞바람이 부는 날이면 공략이 최악이다. 그린 앞뒤와 우측은 모두 해저드이고, 그나마 그린 좌측은 벙커로 장식되어 부담을 높인다. 더구나 앞바람이 분다면  볼을 1~2개 정도 물에 넣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겸허한 골퍼를 위한 페어웨이가 친절하게도 그린 앞으로 펼쳐져 있으니 2온을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잔디 냄새가 퍼지는 시골길을 걷고,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를 들으며, 해가 지는 노을을 가슴으로 품는다. 그래서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코스가 바로 록언이다. 애초 우리 일정은 여기서의 라운드를 마치고 다른 코스를 향해 2시간 여 차를 타고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이 마력의 골프장에서 내일 한 번 더 라운드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맥일로이의 말처럼 ‘머물고 싶고 라운드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Information ―――――――――――――――――――――――――――――――――

록언 Lough Erne 팔도 챔피언십 Faldo Championship 코스, 캐슬흄 Castle Hume 코스 주소 : 북아일랜드 벨렉 로드 에니스킬른 퍼마나 Belleek Road  Enniskillen Fermanagh BT93 7ED, Northern Ireland 홈페이지 : loughernegolfresort.com 전화 : ++ 44 (0) 28 6632 3230 거리 : 벨파스트공항에서 약 147Km, 약 2시간 20분 개장 : 2009년 참고 : 전동 카트 사용 가능, 캐디 없음, 리조트 숙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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