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나는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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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나는 스타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03.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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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만들고 관리하고 스타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국내 골프 업계 관계자들에게 ‘스타의 조건’에 관해 물었다. 그 중 가장 많이 거론되거나 독특한 답변만 모아 정리해 봤다.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플레이어는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스타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좋아한다면 그를 스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받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스타가 아니면 누굴 스타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스타를 규정하는 기준의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전 세계 50%의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알지만 그들을 가리켜 굳이 스타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는 걸 넘어 좋아하는 수가 어마어마하더라도 故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성직자에게 스타라는 타이틀을 붙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스타를 정의하는 데 앞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자 한다. 미국 프로 레슬링 단체 WWE 주관 여러 포맷 대회에는 다양한 악역 캐릭터가 있다. 악역이지만 스타플레이어라 추앙 받으며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는 어느 하나만 특출해도 그 수식어를 얻을 수 있다. 마이클 조던처럼 실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든 에드 시런처럼 (외모는 아주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곡을 감미로운 목소리로 불러대든 최호성처럼 독특한 골프 스윙을 가지고 있든 메타 월드 피스처럼 괴짜 행동으로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든 리자 소베라노처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선정되든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골프다이제스트는 국내 골프 업계 관계자 수십 명에게 ‘스타의 조건’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뛰어난 실력’을 가장 먼저 꼽았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치는 선수는 주목도가 높다는 것이다. 하루에 7~8언더파를 몰아 칠 수 있는 능력은 스타의 자질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도 했다. 

한 관계자는 “퍼포먼스라고 해서 통계적인 수치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능력이나 결정적 순간의 집중력(축구를 예로 들면 골 결정력)이 스타플레이어가 가진 특징이자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박또박 플레이하는 것은 기록실에서 확인할 때 대단한 수치처럼 보이지만 팬들을 흥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위기와 기회의 순간에 나오는 임팩트 강한 퍼포먼스가 스타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몇몇 전문가는 ‘박성현=장타’, ‘박인비=퍼팅’과 같이 다른 선수보다 뛰어난 하나의 스킬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내 매니지먼트 업체의 모 국장은 “스윙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만의 스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롱런할 수 없고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 자신만의 코스 매니지먼트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 말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며 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짜릿한 장면도 연출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력과 연관되는 조건으로는 ‘쇼맨십’과 ‘스포츠맨십’이 자주 거론됐다. 일단 이 내용은 미디어나 팬과 소통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 

선수가 경기하다 보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상황에 화를 참는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화를 낸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이것을 앵거 매니지먼트라고 하는데 도를 넘지 않는 분노의 표출은 때에 따라 선수의 쇼맨십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과하면 그것은 쇼맨십이 아니라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사람 취급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의적절하고 적당한 세리머니는 현장에 모인 갤러리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선수의 표정과 제스처를 보며 자신이 직접 플레이하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선수의 성공에 함께 환호하고 선수의 실패에 함께 눈물 흘리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선수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를 동경하고 연민하게 된다. 

중견 프로 골퍼 한 명이 강조한 것은 ‘포지셔닝’이다. 스타플레이어가 SNS를 자주 들여다보고 팬과 소통하려는 이유도 바로 화젯거리를 계속 생산해 내기 위해서다. 대중에 지속적인 노출이 자신을 알리고 팬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곁들이면 이보다 좋은 차별화 전략은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오랜 기간 골프 중계를 해 온 아나운서 중 한 명은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논리 정연한 말주변과 적당한 위트가 필요하다. 또 자신의 매력을 잘 알고 어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스타플레이어의 조건을 설명했다. 

스타의 조건으로 ‘성격’은 필수 요소다. 대부분 성격을 언급할 때 “스타플레이어는 인성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선수가 평소 겸손한가 또는 상냥한가에 따라 팬의 마음은 움직인다. 거만하거나 차가운 성격을 가진 사람은 팬들에게 그냥 골프 선수일 뿐이지 스타로 자리 잡을 수는 없다.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은 이도 있었다. 극성 팬의 존재 유무를 살펴보면 스타플레이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안티 팬의 대찬 공격도 필수여야 한다. 따라서 두루뭉술한 성격보다 호불호가 확실한 성격이 스타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갭(Gap) 차이’를 조건으로 언급한 관계자도 있었다. 이 신조어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장소나 시간에 따라 이미지나 성격의 간극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필드에서는 차가우리만큼 매서운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평상시에는 ‘허당미 뿜뿜’인 경우 그 갭이 큰 데에서 오는 매력이다. 

수많은 스포츠 스타의 멘탈 트레이닝을 맡아 온 한 전문가는 높은 ‘자존감’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 그리고 ‘도전 정신’도 스타가 보유하고 있어야 할 마인드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의지’와 ‘열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이다. 

“스타 선수는 항상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의지 역시 강하다. 가장 똑똑한 선수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을 생활에 잘 버무려 활용한다. 쉽게 말해 선수로서 삶과 일반인으로서 삶의 균형이 잘 이뤄져 양쪽 모두 흔들리지 않는 생활을 이어 가는 유형이다.”

수년간 톱 플레이어를 후원해 온 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승부사 기질’과 ‘창의력’ 그리고 ‘강심장’을 스타의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와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 팬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강심장이 필요하다”면서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한 사람이 진정한 스타다”라고 말했다. 

가장 민감한 내용이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외모’다. 여기에는 ‘신체적인 조건’도 포함되는데 스타라면 모름지기 호감 가는 외모와 매력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골프 대회 기획 운영사 모 대표의 말이다. 

“이건 누구나 어느 정도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외모가 배제된 채 스타를 이야기하는 건 요즘 같은 비주얼이 중시되는 시대엔 맞지 않는다. 여기에 과하지 않은 미소가 빠지면 안 된다. 대중은 인상을 쓰고 있는 선수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선수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프로 골퍼는 “타고난 성격이나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선수의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소속사의 임무도 중요하다”면서 “부모님이 해 줄 수 없는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써 주는 소속사가 있다면 선수는 오로지 퍼포먼스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스타를 꿈꾼다. 하지만 누구나 스타가 될 순 없다. 앞에서 열거한 스타의 조건 중 하나라도 다른 사람보다 특출하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또 다른 스타 탄생을 학수고대한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별이 가장 밝게 빛나는 것처럼 다소 침체된 국내 골프 업계에 현재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슈퍼스타가 나타나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해 본다.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는?

골프 업계 관계자들이 말한 ‘스타의 조건’을 바탕으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를 상상해 봤다. 많이 언급한 조건을 가급적 상위에 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몇몇 조건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있어 어쩔 수 없이 끌어내렸다. 수많은 스타플레이어의 탄생을 옆에서 지켜봐 왔고 인터뷰해 오면서 생긴 에디터의 눈썰미로 만들었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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