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심한데 골프 예약 취소 안 된다?
  • 정기구독
미세먼지 심한데 골프 예약 취소 안 된다?
  • 류시환 기자
  • 승인 2019.03.11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장 규정 없다며 사실상 배짱··· 마스크와 동반 라운드 불가피

골프 시즌이 시작됐다. 초록의 기운이 약해도 따뜻한 기온만큼은 겨우내 골프 갈증을 풀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오랜만의 골프 라운드가 즐겁지만은 않은 상황. 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미세먼지 때문이다. 

3월 초 한반도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뒤덮여 답답했다.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 일수는 기록을 경신했고,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골프장은 어떨까. 산속 골프장이라고 사정이 좋았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골프를 다녀온 골퍼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마스크 없이 코스에 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골프 라운드에 문제가 되는 게 분명하다.

 

모처럼 잡은 기회, 포기할 수 있을까

수도권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골프 시즌 시작 후 3월 주말 부킹은 이미 꽉 찼다고 한다. 회사 업무로 바쁜 주말 골퍼로서는 예약이 만만찮은 상황. 그렇다고 4명이 휴가를 맞춰 평일에 코스로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때문에 수도권에서 떨어진 곳, 아주 이르거나 늦은 시간대 예약도 감지덕지하는 셈이다.

이처럼 어렵게 예약을 했는데 미세먼지가 가득해 비상 저감 조치가 시행된다면 어떨까. 골퍼로서는 모처럼 잡은 라운드 기회를 포기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포기, 아니 취소가 쉽지 않다. 골프장과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일 예약 취소는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 

골프장은 악천후에 따른 예약 취소 및 중단 규정이 있지만 미세먼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골프장의 이행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골프장 대다수가 회원사로 가입한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 측에 이에 대해 문의하자 발을 빼는 분위기였다.

협회 관계자는 “악천후에 따른 예약 취소 및 중단, 그린피 규정은 각 골프장이 정하기 나름”이라며 “미세먼지 문제도 개별 사업장에서 정할 문제로 협회가 나설 일은 아니다”라고 거리감을 뒀다.

 

“미세먼지와 그린피 규정 없다”

골프장의 생각은 어떨까. 수도권 명문 골프장으로 평가되는 곳부터 지방 대중 골프장까지 곳곳에 전화를 걸었다. “주말 예약자인데 미세먼지가 심하면 당일 예약 취소가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골프장마다 답변은 달랐지만 “규정이 없어서 쉽지 않지만 가능은 하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경기도 광주에 자리한 한 명문 골프장 예약실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단계라면 예약 취소가 가능하지만 복합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관계자의 부연 설명이다.

“날씨와 미세먼지 정보를 계속 살펴 라운드 가능 여부를 따진다. 그런데 도심보다 산속 골프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다. 서울에 비해 상황이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방문한 고객 대부분 문제없이 라운드를 했다.”

두루뭉술한 설명에 “그래서 당일 예약 취소가 가능한 거냐”고 다시 묻자 “취소는 가능한데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르니 당일 문의하라”는 모호한 답이 되돌아왔다. 

충청권에 자리한 대중 골프장에 같은 내용을 문의했다. 대수롭잖게 전화를 받은 예약실 직원의 반응은 다른 골프장과 다르지 않았다. 명확한 규정이 없기에 모호한 답만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고객이 까다롭게 굴면 예약을 취소해 주지만 대부분 라운드를 진행한다”는 분위기였다. 건강을 위한 권리 주장에 ‘까다로운 고객’이라는 평가가 붙었다.

미세먼지가 절정에 이른 3월초, 예약을 취소한 골퍼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집계는 쉽지 않지만 골프장마다 한두 팀 정도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골퍼들인데 골프장으로서는 이런 고객이 미세먼지만큼이나 반갑지 않은 모양새다.

물론 영업이익을 생각하는 골프장 측은 미세먼지로 인한 예약 취소가 반갑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고객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자세가 아쉬운 대목이다. 골프 시즌과 미세먼지의 반갑지 않은 만남, 현명한 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류시환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soonsoo8790@golfdigest.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