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회, 흥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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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대회, 흥해야 산다!?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01.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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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프로 골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조하는 이들에게 ‘대회 흥행의 조건’을 물었다. 그들이 제시한 다양한 키워드를 알아봤다. 

우리나라에서 골프 대회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골프계 관계자 여럿에게 물었다. 대회 주최사와 기획 운영사, 남녀 프로골프협회 그리고 방송사의 전·현직 임직원이 주를 이뤘다.

우선 ‘대회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기준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열 명 중 다섯 명은 ‘시청률’, 나머지 다섯 명은 ‘갤러리 수’라고 답했다. 정확히 절반으로 갈린 건 아니다. 대략 그렇게 팽팽한 비율을 보였다는 뜻이다.

높은 시청률과 많은 갤러리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재차 물었다. 그러자 그 답변이 다양하게 나왔다. 키워드를 스무 개로 추려보니 다음과 같았다.  

접근성, 메이저, 국제 대회, 여자 골퍼, 골프 채널, 스타플레이어, 셔틀버스, 식음료, 경품, 입장권, 기념품, 편의 시설, 화장실, SNS, 이벤트, 주최사, LPGA, 주차장, 상금, 무료(이상 20개 키워드).

집과 아주 가까운 골프장에서 세계 랭킹 50위권의 여자 프로 골퍼 대부분이 참가하는 대회가 열린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국제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 접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입장권 가격도 저렴하다. 고급 승용차가 갤러리 경품으로 걸리고 무료로 모자와 우산도 나눠주는 등 재미있는 참여 이벤트도 가득하다. 골프를 좋아한다면 이런 대회에 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에디터가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의견을 물어본 대부분의 담당자는 어떻게 하면 흥행 대회로 만들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산상 이유로 어쩔 수 없어요”라고 답했다. 상대가 곧 팔을 내뻗어 자신을 공격한다는 걸 뻔히 아는데 얌전히 얼굴을 들이밀며 ‘제발 살살 때려줘’라고 기도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흥행 조건으로 가장 많이 거론한 것이 ‘출전 선수의 라인업’이다.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타이거 우즈를 부르면 1명 모일 게 100명 모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초청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박인비나 박성현이 참가하면 그 대회는 100% 흥행이 보장된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꼭 실력 있는 선수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외모가 특출하게 예쁘다든가 특이한 스토리를 가진 선수는 흥행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유인 요소다. 예를 들어 독특한 스윙 폼과 스토리를 가진 최호성이 PGA투어 대회에 초청받은 게 세계 유수 매체에서 주요 기사로 다뤄지는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부분은 바로 ‘여자 프로 골퍼’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보다 여자 프로 골프의 인기가 더 높다. 일례로 지난해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이하 더CJ컵)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기아자동차한국여자오픈을 단순 비교해봐도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총상금 규모만 놓고 보면 더CJ컵이 950만 달러(한화 약 106억9500만원)로 10억원의 한국여자오픈보다 약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흥행 지표로 거론된 시청률(표 참고)은 더CJ컵 마지막 날이 0.579%(SBS 지상파), 한국여자오픈 마지막 날이 0.651%(SBS 지상파)로 조사됐다. 

‘접근성’에 관한 부분도 주요 조건으로 거론됐다. 제주도에서 열린 더CJ컵의 4라운드 갤러리 합계가 4만1000명이었다. 반면 인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L인터내셔널크라운(송도)이 7만5000명, KEB하나은행챔피언십(영종도)이 6만8047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CJ그룹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부터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해슬리나인브릿지로 대회장을 옮길 계획이다. 현재 PGA투어 기준에 걸맞은 골프장으로 리노베이션이 한창 진행 중이다. 

더CJ컵은 ‘중계 채널의 편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SBS골프는 KLPGA투어를 우선으로 중계하는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따라서 같은 시간대에 국내에서 개최하는 대회일 경우 제아무리 그 대회에 외계인이 나와서 플레이한다고 해도 다른 채널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역시 더CJ컵은 1~3라운드를 SBS골프가 아닌 SBS스포츠에서 생중계하며 시청률에 피해를 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 외에도 흥행 조건으로 몇몇 업계 관계자들은 넓은 주차장이나 갤러리 플라자, 충분한 간이 화장실 등 ‘갤러리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갤러리 ‘경품’과 각종 ‘이벤트’ 등이 의외로 골프 팬들에게 인기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갤러리를 위해 ‘푸드 트럭’까지 들여와 서비스하는 대회도 점점 늘고 있다.  

기획 운영사의 한 임원은 “이제는 대회를 개최할 때만 반짝 홍보하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팬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자치단체와 함께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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