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용빈의 바쁜 일상 속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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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용빈의 바쁜 일상 속 여유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01.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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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서용빈을 만났다. 거침없는 언행이 양날의 칼이 될 때도 있지만 최대한 가식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다. 야구 해설과 대학원 공부까지 하며 자신을 최대한 다그치는 서용빈에게 골프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과도 같다. 

중년의 품격과 여유가 얼굴에 고스란히 녹아 잠깐씩 미소 짓는 모습마저 자연스러운 서용빈은 마음가짐도 한층 더 너그러워진 느낌이다. 

1994년 LG 트윈스에 지명 받아 입단했고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기도 하며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해 오다 2006년에 은퇴했다. 일본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고 코치 생활도 하던 그가 돌연 필드를 떠나 지난해부터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 코칭과 심리학(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서용빈의 말이다. 

“새로운 걸 알아 간다는 건 언제나 어렵다. 학교에 다니면서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는 중이다. 사실 코치로서 그동안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도자의 임무는 정말 중요하다. 코칭 스킬을 조금 더 배우고 그것을 구체화한 뒤 필드로 나가 선수를 지도하고 싶다. 그게 야구인으로서 꿈이다.”

하루에 9시간씩 듣는 대학원 수업과 해설 준비로 녹초가 되더라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골프’다. 

“공익근무요원 시절 처음 배웠다. 야구는 왼손잡이 타격을 하지만 골프는 오른손잡이 스윙을 한다. 타격 자세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갈까 봐 염려한 결과였다. 솔직히 지금의 골프 스윙 자세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은퇴 이후에 야구 타격 자세처럼 바꿔 볼까 고민도 잠깐 했지만 그건 생각뿐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스윙을 배우기엔 그동안 들인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웃음)”

그는 한체대에서 공부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유명인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체육학과 교수님과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무척 낯이 익은 남녀 학생이 들어오더니 인사를 건넸다. 나는 속으로 ‘저 여학생은 골프 선수 이정은을 정말 많이 닮았네’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학생은 정말 이정은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남학생은 왕정훈이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선수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데 골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게 더 신기할 뿐이다.”

서용빈의 핸디캡은 13~14. 요즘 고민은 벙커 샷이다. 일단 볼이 벙커로 들어가면 그건 그에게 9회 말 투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모래를 어느 정도 떠내야 하는지 또 어느 정도 볼이 날아가는지 아무래도 가늠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벙커 샷은 앞으로도 한동안 그를 괴롭히겠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졌다. 최근 야마하골프에서 피팅을 받고 실력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골프 클럽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부족한 점은 ‘나 자신’이라고만 생각했다. 선수 시절에는 라운드도 자주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클럽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사용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 피팅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그는 동료 야구인 중 김재현(1994년 LG 트윈스에서 루키 시절을 같이 보낸 선수)과 라운드를 자주 하는 편이다. 전적은 서용빈이 많이 앞서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재현이가 골프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라운드한 적이 있었다. 파5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거리는 270야드 정도 남아 있었다. 재현이는 그린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이 볼에 맞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나는 ‘공도 제대로 못 맞히면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쳐’라고 핀잔을 줬다. 그는 샷을 했고 볼은 그린 위에 있는 플레이어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우리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미안해 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못 친다는 뜻이다.”

서용빈에게 골프는 힘들고 빡빡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와 같은 구실을 한다.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며 여유를 찾는다. 좋은 클럽과 마음이 통하는 친구 그리고 필드의 시원한 바람은 그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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