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캐디가 말하는 ‘내가 맡았던 선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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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캐디가 말하는 ‘내가 맡았던 선수는요!’
  • 전민선 기자
  • 승인 2019.01.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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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회장에서 선수의 조력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투어 캐디 6명에게 ‘나의 선수는요’라는 주제를 던졌다. 

최희창 
(경력 : KLPGA 오지현, 유소연, 서희경, 김해림, 양수진, 이미림, 양제윤)

“지난해 오지현과 호흡을 맞췄다. 오지현은 긍정적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여태껏 크게 긴장한 걸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행여라도 긴장감 때문에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할까 봐 대화를 유도한다. 다행히 그는 야구를 좋아한다. 두산 베어스 팬이다. 나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 주제는 주로 야구다. 지난 경기에 대해 신랄하게 평가한다든지, 누가 홈런을 터트렸다든지. 마음의 안정을 주려고 노력한다. 한국여자오픈에서 그는 샷 감각이 굉장히 좋았다. 샷 컨트롤과 퍼팅이 다 좋았다.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우승을 못하면 이상할 만큼.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는 사실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은 게 서너 번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6타 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는 똑똑하게 플레이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찬스를 만들어낸다. 두뇌 플레이에 강점을 갖고 있다.”

정윤환 
(경력 : KPGA 권성열, 최진호)

“지난 시즌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 대회부터 권성열과 함께 했다. 그전에는 (최)진호 형의 백을 맡았다. 진호 형이 유러피언투어에 진출하기 전까지, 약 2년간 호흡을 맞췄다. 그와 인연을 맺은 게 참 재미있다. 내가 훈련소에서 하사로 있을 때 진호 형이 이등병으로 들어왔다. 그 인연으로 그의 캐디가 됐다. 2016년 KPGA투어 첫 대회인 동부화재프로미오픈부터 백을 멨는데 그 대회에서 우승까지 할 줄 몰랐다. 챔피언 조로 나섰기 때문에 더욱 긴장을 많이 했다. 한 타에 성적이 오르내리는 터라 자칫 실수를 저지르면 형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는데 퍼팅 라인을 볼 때도 보이는 그대로 부담 없이 얘기해달라며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동료들 사이에서 형은 배려심 많고 따뜻한 걸로 유명하다. 인생 선배로도 배울 게 많다.”

이윤상 
(경력 : KLPGA 김지현, 박결, KPGA 박상현)

“2017년 KLPGA투어 첫 대회부터 김지현의 백을 멨다. 그의 캐디를 맡으면서 가장 안타깝고 속상하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지난해 그는 프로 데뷔 9년 차를 맞았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거둬 기분 좋게 마무리했지만 그 대회 마지막 날, 그는 발목이 아파 발을 질질 끌다시피 해서 대회를 마쳤다. 쉬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 함께 출전했고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그 대회 마지막 날, 우리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옆에 묵묵히 있기만 했다.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미국 무대가 처음인지라 내가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대화를 유도했다면 그가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기는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방창욱 
(경력 : KPGA 문도엽)

“지난해 처음 캐디 일을 시작했다. 나 역시 골프를 했는데 팔꿈치 부상으로 골프를 그만두었다. 캐디를 시작한 해에 (문)도엽이 형이 우승을 거둬서 나에게도 잊지 못할 해가 됐다. 사실 마지막 날 대회 시작하기 전에 도엽이 형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느낌이 좋다는 거였다. 자연스럽게 서로 열심히 해보자고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형의 예감대로 형의 생애 첫 우승이자 캐디로서 첫 우승 쾌거를 이뤄냈다. 형은 긴장하면 말수가 확 줄어들고, 긴장감으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자기 화에 못 이겨 실수를 범한다. 그때 우리가 하는 놀이(?)가 있다. PGA투어에서 뛰는 스타플레이어 코스프레를 하는 거다. 예를 들어 거리가 97m면 ‘나인티세븐(Ninety-seven)’이라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면 서서히 긴장이 풀린다. KPGA선수권대회 마지막 날도 우리는 이 놀이를 하고 있었다.”

신경훈 
(경력 : KLPGA 김자영, KPGA 홍순상, 최진호, 김경태)

“2008년부터 캐디 일을 시작했다. 김자영과는 2017년 이벤트 대회였던 박인비 인비테이셔널과 4대 투어 대항전인 더퀸즈에서 호흡을 맞춘 뒤 백을 멨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얼음 공주’로 불리는 김자영과 호흡을 맞춰보니 의외로 정 많고 웃음도 많았다. 동고동락한 시간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해야 긴장이 풀리는지 캐치할 수 있게 됐다. 자영이는 갤러리의 카메라 플래시 소리나 먼 거리에서라도 어드레스에 들어갔을 때 움직이거나 이동하면 굉장히 예민해진다. 그래서 항상 갤러리의 그런 행동을 멈추게끔 제지한다. TV 중계를 통해 선수가 미스 샷을 낸 후 화를 참지 못하고 클럽으로 지면을 내리찍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영이도 어프로치 샷을 실수한 후 클럽으로 땅을 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물에 던지더라도 주워다주겠다고. 그 한마디에 화가 누그러졌는지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순석 
(경력 : KLPGA 김해림, 장하나, KPGA 김비오)

“지난해 김해림 백을 멨다. 그전에는 장하나와 함께했다. 장하나는 내가 담당한 프로 골퍼이기 이전에 친구이자 동기다. 함께한 KLPGA챔피언십 마지막 날, 선두로 시작했는데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긴장하면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때 집중해서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면 서서히 긴장이 풀리곤 한다. 그런데 그날은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옆에서 어떤 얘기를 건네도 웃지 못했다. 결국 동반 플레이한 하민송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그때 그에게 우승 안 해도 좋으니까 치고 싶은 대로 쳐보라고 조언했다. 그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장하나가 우승 소감으로 그 이야기를 했다.”

[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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