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케이프, 유니크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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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케이프, 유니크란 이런 것
  • 손은정
  • 승인 2018.12.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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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역에서나 난무하는 ‘유니크(Unique)’. 진짜 뜻은 영어로든 프랑스어로든 ‘유일무이한’, ‘하나밖에 없는’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영국인 친구가 “한국에선 흔한 수식어로 사용하지만 정말 하나밖에 없을 때만 붙이는 말”이라고 조언한 적 있다. 그렇다면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스파앤스위트에 딱 어울리는 형용사다. 기나긴 텍스트가 필요 없는,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는 그곳을 사진으로 구성했다.

비누부터 소파까지 
하루 숙박비가 1000만원인 클리프하우스 거실이다. 3년 전 배용준과 박수진의 신혼여행지로 낙점되면서 골퍼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명성을 떨쳤다. 해안 절벽에 자리 잡은 3층짜리 풀 빌라다. 이 객실에는 여덟 명까지 묵을 수 있다. 49개의 모든 객실에 들인 초고가 침구 브랜드 덕시아나의 침대와 침구는 이미 유명하다. 욕실은 히노키 목재와 이솝 욕실용품, 거실에는 프랑스 명품 리네로제 소파와 네스프레소 머신, 제네바 오디오 등 하이엔드 브랜드로 채웠다. 마룻바닥조차 예사롭지 않다. 이탈리아 최상급 목재 소재로 알려진 리스토네 조르다노(Listone Giordano) 제품이다. 어느 것 하나 그저 놓아둔 건 없다.

물결치는 벽면 
사우스케이프에 도착해 처음 대면하는 광경은 볼 때마다 놀랍다. 두 동의 건물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첫 방문객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알면 알수록 찬사가 아깝지 않다. 체크인을 위한 리셉션 공간 뒤쪽은 친환경 소재의 마그네슘 고리 약 3만 개를 조립해 물결무늬 벽체를 완성했다. 프런트 데스크는 수백 년 수령의 거목을 끊어 만들었고 남은 나무로 레스토랑의 그랜드 테이블을 제작했다. 사진은 골프 코스로 이어지는 클럽하우스 외벽이다.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 또한 패브릭 느낌을 줘 커튼을 드리운 듯하다. 과거 여성 패션 브랜드 한섬을 이끌었던 패션 대부 정재봉 대표이사가 이 리조트에 쏟은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절벽 위 그린 
해안가 절벽 위에 조성된 16번홀 그린이다. 후반 9홀은 대부분 바다를 곁에 두고 플레이할 수 있다. 16번홀은 그중 백미다. 15번홀 그린 앞 그늘집에서 바라보는 이 장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그린피의 값어치를 한다. 토요일 그린피가 39만원이다. 링크스 코스 설계의 대가로 잘 알려진 카일 필립스(Kyle Phillips)는 해안선과 코스가 어우러지도록 하는 데 특히 신경 썼다.

발길 잡는 편집숍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왼쪽 모퉁이에 프로숍이 있다. 이곳 역시 보통의 프로숍과는 달라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편집숍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골프용품은 혹시 모자랄지 모를 골프공과 바닷가 날씨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짧은 행어 두세 줄 정도 양의 골프웨어를 판매한다. 열 평 남짓한 공간에 흔치 않은 패션 아이템을 구성지게 모아놔 출구를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독일 아이웨어 브랜드 미키타(Mykita)의 선글라스, 지드래곤의 코트를 만들어 더 유명해진 신예 디자이너 서혜인 씨의 이름을 단 혜인 서(Hyein Seo), 의류 브랜드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 등이 입점해 있다. 1년에 2~4차례 해외 바잉을 통해 골프와 리조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제품으로 큐레이팅한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한국에 단 하나밖에 없을 초록색 무톤(무스탕)은 300만원대. 알록달록한 털실 또는 퍼를 활용한 크로스백은 20만원대다.

아날로그의 클라이맥스  
사우스케이프의 예술 작품에는 ‘손대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없다. 심지어 앉을 수도 있다. 굳이 강조하지 않았지만, 시설을 누리면서 천천히 쉬어가기를 바라는 리조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 한다. 레스토랑 아래층에 위치한 뮤직 라이브러리는 온종일 머물러도 모자랄 장소다. 괴테 시집, 드뷔시 전기, 그 밖에도 고전 명작과 실용서 등이 벽면을 채웠다. 의자는 어느 자리에서도 최상의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정면에 나란히 놓인 네 대의 스피커가 압권이다. 히틀러가 애지중지했다는 독일 스피커 클랑필름(Klangfilm)이 가운데, 양쪽 날개에는 세계 오디오 역사를 쓴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을 뒀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음악 애호가인 방송인 황인용 씨의 자문을 받았다.


[손은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ejson@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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