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김선우의 롱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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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김선우의 롱 샷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8.12.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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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의 골프 강자 중 한 명인 김선우를 만났다. 첫인상은 그가 한때 미국에서 거구의 메이저리거들을 시속 155km 전후의 테일링패스트볼(일명 뱀직구)로 요리하며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인 투수였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미소가 매력적이었다. 해설할 때도 흥분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그의 목소리 톤이 급격하게 올라간 것은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였다. 그리고 선수 시절 등판 음악으로 쓰인 켈리 클라크슨의 ‘롱샷(Long Shot)’이 흘러나올 때처럼 그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첫 질문을 기다렸다.

유명인이라면 아니 굳이 유명하지 않더라도 방송인(요즘의 1인 미디어를 포함해서)이라면 악성 댓글로 도배되는 알림판을 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의 동요를 느낄 것이다.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해설자도 그 영역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심지어 어떤 이는 “저 사람 목소리가 이유 없이 듣기 싫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MBC스포츠플러스>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해설하는 김선우를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먼저 튀어나온다. 싱글 A부터 트리플 A를 거쳐 메이저리그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이기에 가능하겠지만 선수들의 심리는 물론 상황 대처 방법 등에 관한 설명까지 아주 세심하게 짚고 넘어간다. 그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휘문고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선우 위원은 반듯한 이미지와 선한 인상 그리고 박사 학위는 몰라도 석사 학위 한두 개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것 같은 스마트한 오라(Aura)를 풍긴다. 그래서일까? 도무지 허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인간미가 살짝 떨어지는(?) 아주 재미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건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그를 괴롭히는 게 바로 골프다. 어쩌면 그는 괴롭힘당하는 걸 은근히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야구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김 위원이 그토록 일방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골프는 호락호락하게 넘어오지 않는다. 그의 말이다.

“어제는 분명 드라이버 샷이 완벽했는데 오늘은 그렇게 안 될 때가 있어요. 같은 날 골프장을 옮겨서 치는데 전혀 다른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야구도 그건 비슷하니까요.”

맞는 말이다. 야구도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의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고 더블헤더(하루에 두 경기를 연속으로 같은 상대 팀과 치르는 방식)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의 감각이 다르게도 나타나니까. 그건 골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가 가장 견딜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계속해서 김 위원의 말이다.

“제 폼은 정말 엉성해요. 프로 골퍼의 밸런스 좋은 타격 자세(그의 표현이다)를 머릿속에 항상 담아놓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스윙해도 절대 그렇게 나오지 않아요. 가끔 제 자세를 동영상으로 볼 기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왜 저렇게 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김선우의 골프 사랑은 야구계에서 유명하다. 누군가가 “골프를 정말 좋아한다면서요?”라고 물으면 그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입이 아프죠”라고 답한다. 그에게 골프 대회 중계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요즘은 직업이 해설위원이다 보니 선수의 표정에 집중해요. 그의 머릿속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거죠. 또 선수가 어느 지점에서 몇 번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는지 유심히 지켜봅니다. 제가 그 위치에 서 있는 것처럼 몰입하는 경우도 있어요. 상당히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로 활동할 때 골프를 시작했다. 혼자 하는 게 무척 지루해서 동료 선수인 서재응에게 같이 하자며 꼬드겼다.

“제가 꼬셨죠.(웃음) (서)재응이를 골프의 세계로 인도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둘이서 하니까 확실히 재미를 붙이기 쉽고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재응이는 야구인 골프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잘하지만 아직 저를 이긴 적은 없습니다.”

김 위원은 평균적으로 80대 타수를 기록하지만 오비를 내지 않는 날은 70대 타수를 기록하곤 한다. 야구계의 실력자로 통하는 이종범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고 하니 그의 표현대로 ‘두말하면 잔소리’다. 

김선우는 최근 야마하골프에서 피팅을 받았다. 그는 타격할 때의 소리와 손에 전달되는 느낌에 집중했다. 

“1년 만에 피팅을 받았어요. 피팅 과정에서 특유의 손맛을 느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소리가 다른 클럽과 비교할 때 깔끔했어요. 저는 무엇보다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야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투구할 때 손에 긁히는 공의 느낌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골프를 잘 알지 못하던 시절부터 그런 부분은 유독 꼼꼼하게 챙기고 따졌습니다. 저에게 딱 맞는 클럽으로 피팅이 된 것 같아 만족합니다.” 

한참을 밝게 웃으며 말을 이어가던 그는 다시 야구 이야기로 돌아오자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야구 글러브가 아닌 마이크를 들고 야구장에 들어서지만 어느 위치에서든 긴장감은 비슷하다고 그는 말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죠. 공부를 더 해야죠. 더 공부해서 생생하고 정확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골프와도 좀 더 친해지면 좋겠어요. 이제는 길게 보고 나아가야죠. 즐거운 마음으로.” 

그의 롱 샷을 기대해본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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