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달라졌다고?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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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달라졌다고? 과연 그럴까?
  • 유연욱
  • 승인 2018.11.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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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의 화두는 단연 다른 사람이 된 타이거 우즈였다. 수술 이후 복용한 약 때문에 운전대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정도로 회복했다. 이런 그에게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표현까지 쏟아졌다. 해설자와 언론의 논조는 여기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더 다정하고 더 친절하며 부담스럽지 않고 더 좋아졌다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다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의 모습에서 일탈한 부분도 있는건 사실이다. 예전의 타이거는 내가 탬파에서 봤던 것처럼 연습장으로 들어오면서 루키들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타이거는 PGA챔피언십에서 브룩스 켑카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그린에 남아서 기다리다가 자신을 이긴 승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이스트레이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눈물을 애써 참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두 번 다시 우승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힘겨운 이혼을 마무리하고 마음을 추스르면서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 몰랐겠지만 타이거는 예전부터 늘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사생활의 영역에서 뭘 하거나 하지 않는 건 다른 문제다. 내가 아는 건 함께 점심을 먹으며 한가롭게 수다를 떨기에 타이거보다 더 좋은 골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내가 루키였을 때부터 늘 그랬다. 일대일로 만났을 때의 타이거는 온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터뷰를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타이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짐작하지 못한다. 그는 거의 영국 스타일에 가까운 건조한 유머 감각을 자랑한다. 유럽 선수와 격의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국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타이거가 나를 놀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4~5초가 걸린 적도 몇 번 있었다. 내가 얼간이라는 내용을 교묘하게 포장해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곤 했다.

별명을 기막히게 짓기로도 유명하다. 내 별명은 밝히지 않겠지만 예를 들어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레인 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놀리면서도 적절하게 띄워주는 절묘한 별명이다. 타이거는 장황하지 않다. 그는 선수들이 좋아하는 선수이고 재치 있는 말장난만큼이나 걸쭉한 농담을 즐긴다. 언젠가 플레이어스에 참가했을 때 연습 그린에서 퍼팅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볼이 굴러오더니 내 신발을 맞혔다. 고개를 들었더니 12m쯤 떨어진 곳에서 타이거가 웃고 있었다. 퉁. 또 다른 볼이 내 신발을 맞혔다. 몇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그는 열 살짜리처럼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볼을 집어서 물에 던져버렸고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똑같이 맞받아치는 걸 좋아한다. 물론 황제가 농담하면 더 빨리 웃게 되는 게 사실이다. 세계 랭킹 200위의 선수가 거친 농담을 하고 다니면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이다. 타이거는 놀리는 말을 주고받기를 좋아하지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내가 알기로도 그가 영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 외국 선수가 두 명쯤 된다. 타이거로 사는 게 어떤 건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라커룸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의 세상은 달라진다. 뉴저지에서 열린 첫 번째 페덱스컵 대회에서는 제한 구역이었던 클럽하우스 뒷문에서 그의 사진을 찍으려고 웅성대는 사람이 30명은 됐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차에 올라타는 거 처음 보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렇게 형편없는 사진을 찍어서 휴대폰에 저장해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오랫동안 골프 팬과 후원 기업이 밀어 올린 단상에 서 있었다. 물론 공개적인 망신으로 몇 계단을 내려오긴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람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사방에서 들리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선수는 늘 그런 모습을 봐 왔다. 타이거는 마침내 늘 한결같던 자신의 모습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됐을 뿐이다.

[글_맥스 애들러(Max A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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