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의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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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의 골퍼
  • 유연욱
  • 승인 2018.10.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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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매력 넘치는 그: 손예빈

국가 대표 상비군 손예빈은 열여섯 살이다. 유도를 한 아버지와 럭비를 한 작은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를 갖췄다.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그는 감각적이고 창의적이다. 여기에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예의범절을 몸에 익혔다. 매력 넘치는 그가 그동안 숨겨진 날개를 힘껏 펼쳐 비상을 준비하려 한다.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또 한 명의 여자 골퍼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시작
나는 초등학생 때 같은 반 남자 아이들을 팔씨름으로 이길 정도로 힘이 셌다. 그건 아마 유전적인 요인인 듯하다. 아버지는 유도로 대학(용인대)을 갔고 작은아버지도 럭비를 했다. 집안 내력이 전체적으로 덩치도 크고 힘이 세다. 골프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순전히 내 팔심이 좋아서였다. 또 그때 아버지가 골프에 푹 빠져 있었던 이유도 있다.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아버지는 ‘남자는 운동을 시키면 안 된다’는 조금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골프를 시작했다. 동네 골프 연습장에서 6개월 정도 연습했고 골프가 재미있어서 지금껏 하고 있다. 결국 지금 생각해보면 골프를 해야 할 운명이었다.

성격
부모님이 평소 조용한 스타일이라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낯도 무척 가리고 내성적인 데다 부끄러움까지 많이 타는 편이었다. 골프를 하면서 훨씬 밝아졌고 성격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할머니
예의가 바르다는 말을 자주 듣는 데는 친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부모님이 내 뒷바라지를 위해 맞벌이를 하면서 나는 자연스레 할머니 손에 자랐다.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지난해까지 할머니와 늘 함께였다. 연습 할 때도 대회를 치를 때도 언제나 할머니는 내 곁을 조용히 지켜줬다. 의지를 많이 할 수 있어 좋았지만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고모가 캐나다에 살고 있다)도 보지 못하는 할머니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프로 대회에서 자동차가 부상으로 걸린 홀에서 홀인원을 하게 된다면 그건 할머니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첫 상금이랑 첫 우승 상금도 모두.

주니어 상비군
제주도지사배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참가한 큰 규모의 대회였다. 마치 다른 세계에 뚝 떨어진 느낌이었다. 예선 하루, 본선 이틀의 경기였다. 예선에서 1언더파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너무 들뜬 나머지 본선 이틀 경기를 깔끔하게 말아 먹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온오프배꿈나무골프선수권대회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에서 우승하며 주니어 상비군으로 발탁됐다.

편지
나는 의기양양하게 중학교에 진학했다. 주니어 상비군으로 참가한 첫 대회에서 첫날 전반 9홀에서만 6오버파를 기록했다. 아버지는 그날 “역대 주니어 상비군 중 너처럼 못하는 애는 없다. 너는 골프에 재능이 없다” 면서 골프를 그만두라고 했다. 골프 클럽을 며칠째 잡지 못하다가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펑펑 울면서 편지를 써 내려갔다. 아버지는 편지를 보고 “나보다 네가 더 글을 잘 쓰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답장까지 손수 써서 나에게 줬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내가 골프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간절함’이 생겼다.

우승
중학교 2학년 때 다시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중고골프연맹(KJGA) 주관 대회인 스포츠조선배와 지난해 건국대총장배에서 우승했다. 아직 대한골프협회 (KGA)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은 없다.

목표
KGA 주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과 국가 대표가 되는 게 올해 목표다. 올해 11월, 충남 태안에 위치한 골든베이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리는 국가 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이미 다 채운 상태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코스 공략
요즘 코스에서 생각하는게 그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코스 설계가의 설계 의도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이다. 코스를 어떤식으로 공략하면 좋을지, 설계가가 골퍼를 골탕 먹이려고 의도적으로 만든 해저드는 어떻게 피해 가면 좋을지 그리고 그린의 어느 부분에 볼을 떨어뜨리면 좋을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코스 공략이 아주 수월해진다.

쇼트 게임
100야드 안쪽의 쇼트 게임이 문제다. 거리를 정확하게 못 맞추는 느낌이다. 웨지 샷은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데 내 정확한 힘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해 볼이 더 멀리 날아가곤 한다. 성장기여서 체형은 변하고 힘은 점점 늘고 있는데 예전의 근력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몸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아직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롤모델
전인지 선수. 만나본 적이 없다. 큰 경기에 강한 선수를 좋아한다. 여러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부분을 닮고 싶다. 대회에 어떤 생각으로 임하는지 그걸 꼭 물어보고 싶다.

꿈의 포섬 멤버
두말할 것도 없이 전인지 그리고 마쓰야마 히데키. 어떻게 볼을 치면 그렇게 멀리 나가나 보고 싶다.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타이거 우즈. 그의 리커버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직접 보고 싶다.


골프가 잘 안 될 때는 꿈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LPGA투어에 진출해서 세계 랭킹 1위가 되는게 목표이자 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잘되지는 않는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런 것만으로도 필드에 나설 준비는 다 된 셈이다.


나중에 팬들이 손예빈을 ‘선수다운 선수’로 기억해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게 골프 선수로 인정받는 느낌이다. 선수다운 선수? 갤러리와 함께 호흡하고 플레이를 즐기는 선수가 ‘선수다운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날개 사인
아직 사인이 없다. 누군가 사인을 요청하면 그냥 이름을 날려서 쓰는 수준이다. 평소 볼 마킹을 할 때 날개 모양을 그려 넣는다. 그러면 할머니가 그걸 보고 정말 좋아한다. 사인에 날개를 넣는 건 어려운 일일까?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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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상 2018-10-29 18:31:44
손예빈선수! 훌륭한 선수가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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