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데이에 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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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데이에 관한 모든 것
  • 유연욱
  • 승인 2018.10.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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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투어 프로로 사는 것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올해 서른 살인 제이슨 데이의 이력은 화려하다. 호주 출신인 그는 PGA투어 생활 11년 만에 메이저 타이틀 하나를 포함해 12승을 올렸으며 세계 랭킹 1위 자리에도 앉아봤고 프레지던츠컵에 네 번 출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콜럼버스 외곽의 조용하고 울창한 지역에 자리 잡은 그의 홈 코스인 더블이글클럽에서 데이를 만났다. 회원제 이면서도 차분한 그곳에서 데이는 자신이 놓친 기회,  골프 스윙, 어린 시절의 우상이던(그리고 자신과 똑같이 골프광인) 타이거 우즈와 친구가 된 것, 좀비 같은 수면 패턴 그리고 아들인 대시에게 펀칭백을 사준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요즘 선수 중 역사를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는 선수는 몇이나 되나? 당신은 그런 선수 가운데 한 명인가? 나는 확실히 그중 한 명이다. 현재 그런 선수가 다섯 명에서 열 명쯤 된다. 대체로 세계 랭킹 상위권에 모여 있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 나머지는 윤택한 삶을 살고 인생을 즐기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선수들이다. 메이저 대회나 승수, 그밖에 목표를 정 해놓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다 보면 오로지 그 숫자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도 20~30승에 여러 건의 메이저 대회 타이틀이라고 해두자. 그걸 해낸 선수는 많지 않다.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달성하고 싶다. 그 위업을 이룬 선수는 다섯 명뿐이다(사라젠, 호건, 플레이어, 니클라우스 그리고 우즈). 세계 랭킹 1위와 20~30승을 거두고 그것까지 해낸다면 상당히 경이로운 선수 생활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25~100년 후에 어떤 선수로 평가받을지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잭과 타이거, 아널드, 게리는 기억하겠지만 그들은 1% 중의 1%다. 성(姓)이 필요 없이 이름으로만 불리는 이른바 ‘원 네임 클럽’. 나도 열심히 연습 하면서 최대한 많은 토너먼트와 메이저에서 우승하려고 노력하지만 언젠가는 사라져서 잊힌 존재가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레그 노먼주니어마스터스에 참가한 선수와 얘기를 하게 됐다. 나야 당연히 그레그 노먼을 알고 그가 이룬 성취에 대해서도 잘 알지만 그가 사는 동네의 아이들은 “그레그 노먼이 누구냐?” 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원 네임 클럽이 아니고 서는 언젠가 그렇게 잊히고 만다.

몇 년 전 아들 대시와 골프다이제스트 부자(父子)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대시는 요즘도 골프를 하나?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권투에 완전히 꽂혔다. 삼촌이 아마추어 권투 선수였고 아버지는 우리에게 권투를 가르쳐줬다. 학교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펀칭백을 사주면서 “매일 펀치 연습을 하라”고 말했다.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다 그런 식이었다. 아버지는 누가 너를 괴롭히면 그 애를 일단 때려눕히라고 가르쳤다. 그게 아버지의 사고방식이었다. 나는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보다 아버지가 더 무서웠다. 내 여동생한테도 일단 다가가서 그 여자아이 얼굴에 주먹을 날리라고 말했던게 기억난다. 대시는 생일 선물로 조그만 펀칭볼을 받았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권투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다르다. 권투는 손과 눈의 협응 능력을 키워주고 그걸 제대로 하면 파워를 활용하는 법을 배워서 그걸 골프에 써먹을 수 있다. 골프에서도 지면을 이용해 장타에 필요한 파워를 만들어낸다. 권투에서 펀치를 날릴 때 도 마찬가지다. 힘을 발휘하려면 발부터 시작해야 한다. 로프의 반동을 이용해 반격하는 것 처럼 아이에게 몇 가지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아주 좋아한다.

자신이 부상이나 사고에 취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사람보다 부상이 잦고 병에 잘 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가?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내 수면 시간은 평균 5시간이다. 이틀 전에는 2시간 반을 잤다. 늘 깨어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을 못 자면 회복 능력이 떨어지고 회복 능력이 떨어지면 면역체계가 약화된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투어에서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 선수가 있나? 그렇지 않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개인적으로 얘기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다른 선수의 사정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타이거는 나한테 허튼소리를 할 수가 없다. 그가 얼마나 많은 부상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는 내 허리가 환상적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어날 때는 조금 쑤시고 아프지만 허리에 문제가 있거나 어깨 때문에 고생할 때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것이 전부 옛날얘기가 됐다는 게 기쁘다.

현기증은 가라앉았나? (데이는 체임버스베이에서 열린 2015년 US오픈 2라운드에서 기절 한 적이 있다.) 귀의 바이러스 때문에 1년 반 정도 항생제를 복용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먹을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딱 중단해버렸다. 이따금 재발하는데 그건 아주 최악이다. 올해도 두세 번쯤 그런 일이 있었지만 9홀 정도 만에 사라졌다. 캐디와 아내 말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스윙 속도가 빠른 것이 부상의 원인이 되고 선수 생활을 단축할 거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일부에서 그런 분석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얘기해보자. 누가 기침을 한 번 했다고 해서 독감에 걸린 거라고 단정할 수 있나? 스윙도 마찬가지다.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회전이 충분한지 아니면 회 전이 제한된 것인지를 타인이 어떻게 알 수 있나? 누군가는 히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식으로 스윙해야 할 수도 있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골프 스윙에 대해 뭐라고 지적하면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쓸데없는 허풍이기 때문에 귀담아듣지 않고 그냥 웃고 만다.

지금 이 시점에서 자평했을 때 현재의 성과는 기대 이상인가, 기대 이하인가? 기대 이하다. 내 실력 정도면 지금보다 더 많은 메이저 대회 타이틀과 승수를 기록했어야 한다. 유일한 걸림돌은 나 자신이다. 이건 욕망의 문제일 수도 있다. 타이거를 생각해보라. 그가 13년 동안 골프계를 장악할 수 있었던 힘이 뭘까? 5년 동안 단 하루도 훈련을 쉬지 않았다는 마이클 펠프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뭘까? 저 깊은 곳에,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게 만드는 어떤 동기가 자리 잡고 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타이거와 상당히 친한 사이가 됐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그때가 2013년이었다. 그의 캐디인 조 라카바(Joe LaCava)가 당시 내 캐디인 콜린 스워튼한테 “타이거에게 문자를 보내게 해보라”고 말했다. 그전에 만난 일은 있었지만 타이거의 번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이가 내게 번호를 알려줬다. 그렇게 해서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욕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요즘 우리가 그런 문자를 주고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길 만큼은 그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우리는 문자를 주고받고 통화도 많이 한다. 그의 집에도 몇 번 갔지만 그는 여전히 사생활을 매우 중시하고 내향적이다. 개인적인 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대체로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정도다. 우리는 주로 골프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그는 골프광이고 그건 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지’에 도달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 그리고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예를 꼽는다면? 올해도 토리파인스와 퀘일홀로에서 우승하면서 두 차례 그런 상태에 도달한 바 있다. 보통은 선두권에 오르면 거기에 도달한다. 긴장하면 경지에 도달 하기가 더 수월하다. 티오프하기 직전에, 심지어 연습장에서 올 수도 있다. 일단 리듬을 타 면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상태는 왔다가도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온종일이나 아주 오래 머무는 경우는 없지만 가끔은 그러기도 한다. 경지에 도달한다는 건 결과를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올해 퀘일홀로에서 마지막 날에는 샷을 잘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경지에 올랐다. 쇼트 게임만큼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업-앤-다운에 성공할 것이기 때문에 볼이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는 걸 알았다.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더라도 대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 결과를 걱정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런 차분함을 갖게 된다. 부디 그런 상태를 더 자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에 최악의 순간으로 꼽은 때는 언제인가? 아이고, 2012년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대시가 태어나서 난생처음 아빠 노릇을 하느라 고생했다. (데이의 딸 루시는 2015년에 태어났다.)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골프가 이기적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가장 높은 수준에서 내가 성취하려고 한 것을 성취하려고 노력할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기적인 게임을 하면서 책임질 일이 생기고 나 자신을 최우선시하지 못하게 되면 아주 힘들다. 1년 동안 그걸 어떻게 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서 우리 팀이 회의를 했다. 코치와 캐디, 아내와 에이전트가 함께 하는 자리였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늘 그렇게 회의를 한다. 그때는 아주 치열했다. 꼭 들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들리는 얘기는 전부 귀에 거슬렸다. 골프 코스에 나가기도 싫었다. 집에도 있기 싫었다. 연습도 하기 싫었다. 내가 어디 있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그게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최고 수준의 프로 선수로 살기보다 쉬웠으니까. 지난해도 상당히 좋지 않았다. 엄마가 암에 걸렸고 그게 늘 걱정돼서 힘들었다. 랭킹 1위를 고수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었다. 그 자리에 르는 데도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일단 올라간 다음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 자리는 올라가는 것보다 고수하는 게 훨씬 힘들다. 타이거가 그걸 그렇게 오래 지켜냈다는 게 그래서 더 놀랍다.

올드 코스에서 열린 2015년 디오픈의 72번 그린에서 퍼팅의 길이가 짧았던 걸 놓고 상당히 자책한 바 있다. 요즘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나? 아니, 그 반대다. 그 순간에는 볼을 홀까지 보내지 못해서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자책했다. 볼이 홀에 닿지 않고는 들어갈 수도 없는 것 아닌가. 5cm 짧기 보다는 차라리 1.5m를 지나치도록 강타하는 편이 더 나았다. 하지만 그다음 날 거의 다 잊어버렸다. 집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에이전트 한테 다음 주에 우승하겠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캐나디안오픈 마지막 날 나는 68타, 버바 왓슨은 69타를 기록해 내가 1타 차로 우승했다. 패배와 관련해서는 기억력이 상당히 나쁜 편이다. 골프를 하려면 그래야 한다.

3년 전 휘슬링스트레이츠에서 열린 PGA챔 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입장에서 PGA챔피언십이 세계 전역에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정말로 개의치 않는다. 나는 당연히 계속해서 그 대회에 참가할 것이다. 아무튼 PGA가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그렇게 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럴 경우, 핵심은 부대시설과 현장에 참가하는 팬들 그리고 관광객 유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지원할 수 있는 위치와 국가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PGA는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므로 그 대회도 미국에서 열리는 게 맞다.

프레지던츠컵의 인터내셔널 팀에게 희망이 있다고 보나? (미국이 12전 10승 그리고 한 번의 타이를 기록 중이다.) 인터내셔널 팀이 경쟁력을 가질 대책은 뭘까? 모르겠다. 미국 팀의 실력이 워낙 막강하다. 우리로서는 정말 힘들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서 달라졌으면 좋겠다. 싱글 매치가 더 많아져도 좋을 것 같다. 싱글에서는 우리도 대체로 실력을 잘 발휘하 니까. 매치의 숫자나 포맷을 왜 라이더컵과 똑같이 하지 않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PGA투어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겠지만 인터내셔널 팀은 포인트를 얻기가 힘들다. 죽을 힘을 다하고도 완패를 당한다. 우리가 실력이 충분하다면 그것도 아무 문제가 없고 다 좋겠지만 우리의 실력이 충분하지가 않다. 그렇게 실력이 일방적이라면 누가 보겠는가? 그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패하는 게 민망한가?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 거의 일상이 됐다. 너무 많이 완패를 당하면 그게 정상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신경이나 쓰는지 모르겠다.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번번이 완패하면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대체 왜 여기에 나와 있지?”

요즘 투어에서 제일 재미있는 선수는 누구인가? 맷 쿠처. 건조하고 냉소적이며 재치가 뛰어나다. 일례로 필이 연습장에서 그를 보고는 악어가죽으로 만든 녹색 신발과 벨트를 자랑 하며 쿠처에게 “마스터스에서 세 번은 우승해야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말할 때의 일화를 들 수 있다. 그러자 쿠처는 곧바로 자신은 두 번 만 이겼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타이거도 상당히 재미있다. 우리는 늘 헛소리를 주고받는다. 한번은 베이힐 16번홀에서 그가 한 샷이 너무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나한테 욕을 하기에 나도 곧바로 갚아줬다. 그가 한 말은 지면에 옮기기에 적당하지 않고 내가 한 말도 여기서 해줄 수 없다.

[글_브라이언 왜커(Brian W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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