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신인 한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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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신인 한진선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8.09.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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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선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인이다.

 

올해? 처음이라 재미있다. 아직 새로운 걸 배워나가야 한다는 게 재미있다. 매 라운드 걸어야 한다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 뿐이다. 지난해까지는 카트를 타고 이동하며 잠깐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여유를 부려볼 수도 있었지만 이제 그건 사치가 되고 말았다.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늠이 안 된다. 대회가 없는 월요일엔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그때도 대회에서 미흡했던 부분이 머릿속을 자꾸 어지럽힌다. 휴식도 취하고 시간 안배를 잘해서 연습도 하려고 노력하지만 시간이 무척 빠듯하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10년에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그전엔 태권도와 사격 그리고 배드민턴을 했다. 태권도로 근성을, 사격으로 집중력을 그리고 배드민턴으로 지구력을 키웠다. 기초 체력과 정신력을 충분히 키운 셈이다.

사격은 골프와 가장 많이 닮았다. 긴장하고 있다가 고도로 집중한 후 긴장을 완전히 푼다. 골프도 이와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호흡도 마찬가지다. 나는 샷을 할 때 숨을 전혀 쉬지 않는다. 퍼트할 때도 다르지 않다. 폴로스루가 모두 끝난 후 숨을 내뱉는다. 그건 사격의 영향이 크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연습장에서 레슨하던 코치가 “골프는 1등이 아니면 안 돼!”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말에 나는 자신감이 확 떨어지고 말았다. 만약 그 코치가 한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초등학생 때 이미 내 키는 169cm였고 중학교 1학년 때 172cm였다. 신체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이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었다. 아마 사춘기였던 것 같다. 모든 문제와 갈등의 원인이 골프라는 걸 알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골프 실력이 점점 늘면서 우울하던 감정은 점차 사라졌다. 일단 주변에서 잔소리가 줄었다는 게 좋았다. 그때부터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니까.(웃음)

사람들이 처음에 나를 보면 말이 없고 조용할 것 같다고 한다. 또 무척 딱딱할 것 같다고도 한다. 땡! 몇 마디만 나눠봐도 내 성격을 금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난 재미있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팬들(꼭 내 팬이 아니더라도)에게 이건 꼭 당부하고 싶다. 대회장에서 사인을 받고 싶어도 머뭇거리기만 하면 선수는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와서 사인을 요청하길 바란다.

평소 짜증이나 화를 잘 내지 않는다. 대회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왜’에 더 집중한다. 이유를 분석하고 이어지는 플레이에서 괜찮은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생각한다. 스윙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완전히 몰입해 연구하고 분석하고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에 연연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어떤 일이든 확 빠져들었다가 다시 확 빠져나오는 스타일이다. 골프는 좀 달랐다. 천천히 스며들듯 골프에 빠져들었다. 아마 나올 때도 무척 더딜 것이다. 그만큼 깊이 빠진 것 같다. 내 골프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 질지는 도무지 예상이 안 된다. 한 치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듯 골프도 마찬가지다. 오늘 좋았다가 내일 좋지 않을 수 있는 게 골프니까. 참으로 다루기 어려운 친구다.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진짜 미친 듯이 해야 한다”라거나 “완전히 푹 빠져서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말에 반항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볼만 쳤다. 나도 모르게 그 말에 수긍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진짜 미친 듯이 골프에만 전념했다.

어릴 때 강원도 속초에 살았다. 아버지와 나는 거의 매일 새벽 속초 해수욕장 백사장에 가서 벙커 샷 연습도 하고 해변을 달렸다. 물론 아버지는 뛰지 않았다. 주변 군부대에서 나온 군인들이 수색하거나 훈련하는 시간과 맞물렸다. 그럼 군인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빤히 지켜보다가 연습을 하곤 했다. 그때는 서로 신기한 듯 쳐다봤다. 아무튼 나는 지금도 페어웨이 벙커 샷만큼은 자신 있다.

신인상? 개인적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현재 나는 그 부문 2위(8월 16일 현재 940점)다. 최혜진 선수가 이미 우승을 두 번이나 했고 매번 성적도 좋다. 내가 그 친구를 이기려면 적어도 남은 대회에서 3승을 하고 톱 10에 열 번 정도는 들어야 가능하다. 올해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에 2018 시즌 첫 대회인 효성챔피언십에서 그 아이가 우승을 했다. 솔직히 그때 나는 쿨하게 포기했다. 이건 결코 독기나오기의 문제가 아니다. 경험의 문제이고 아직 실력 부족이다.

나도 언젠가는 크게 한 방 날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언제 어떻게 튀어 오를지 모르는 존재감 있는 선수로 주목을 받으면 좋겠다. 골프라는 종목에서 누군가가 계속해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골프로 내 눈을 사로잡은 사람은 박인비 선수뿐이다. 그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퍼트 연습하는 걸 옆에서 그냥 지켜보고 싶다. 그럼 뭔가 느낌이 올 것 같다. 이상하게 대회장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분명 연습할 때라도 마주치는 게 정상일 텐데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승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2위에 두 번이나 오르고 톱 10에도 몇 번 진입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하반기에는 우승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기왕이면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 그 무대가 되면 좋겠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사진_양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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