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가득했던 인도네시아 골프 트립[해외코스 :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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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했던 인도네시아 골프 트립[해외코스 : 1601]
  • 김기찬
  • 승인 2016.01.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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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했던 인도네시아 골프 트립[해외코스 : 1601]

사진_이승훈

 

그동안 접해온 골프장의 유구한 역사와 디테일한 레이아웃을 소개한 기사는 모두 잊어라. 그런 내용은 양념에 불과하다. 어찌 보면 골프장은 다 거기서 거기다. 또 누군가에게 최고의 골프장이 다른 누군가에게 최악의 골프장일 수도 있다.

우리는 아마추어 골퍼로서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면 그만 아닌가.

팸투어로 다녀온 인도네시아 골프장 네 곳을 인간의 본능에 아주 충실하게 소개해보겠다. _고형승

 

 

 

제목에 이끌려 이 글을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아마 90% 이상이 XY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사심’이라는 단어가 왠지 끌렸을 테니 말이다. 혹여 여기까지 읽고 속으로 뜨끔해서 헛기침을 한다든지, 지금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자꾸 의식돼 눈치를 보게 된다든지, 빨리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는 독자는 부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사심이 무척 궁금하지 않은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일곱 시간을 날아가면 마주하게 되는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열도가 인도네시아다. 수마트라, 자바, 발리, 보르네오 등 낯익은 이름의 섬을 비롯한 1만3677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국가다. 수도는 자카르타이며 인구는 약 2억5361만 명으로 세계 4위 규모다. 약 300여 종족이 혼합되어 있으며 인도네시아어를 공용어로 한다. 인구의 약 87%가 이슬람교도이며 약 9%가 그리스도교, 약 2%가 힌두교 그리고 약 1%가 불교를 믿고 있다. 인도네시아 관광청의 초청으로 마련된 이번 골프 팸트립(Familiarization Trip)은 일주일 동안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에 위치한 네 개의 주요 골프장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팸트립에는 잉글랜드, 뉴질랜드, 홍콩, 중국, 인도에서 초청받은 기자들도 함께했다. 아무래도 관광청이 주최한 행사이다 보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바지만 관계자들의 후한 환대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매일 새벽 5시에 모닝콜을 돌리며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힘쓰는 모습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 물론 연신 하품을 해대느라 흘리는 눈물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첫 번째 사심 : 보고르라야의 여인들 그리고 갈증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극심한 교통 체증 때문이다.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숙소에서 우리 일행의 첫 방문지인 보고르라야골프클럽(Bogor Raya Golf Club)까지는 약 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비를 만나거나 출근길 오토바이 행렬과 맞닥뜨린다면 두 시간이 걸릴지 그 이상이 걸릴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꿀맛 같은 새벽잠을 포기한 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태프들이 준비해준 나시고렝(인도네시아식 볶음밥)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때 먹었던 나시고렝의 짭조름한 맛을 잊을 수 없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보고르라야는 그레이엄 마시(Graham Marsh)가 설계한 인도네시아 명문 코스 중 하나다. 1993년에 개장한 이 골프 클럽은 2006년에 인도네시아 관광청이 최고의 서비스상을 수여했을 만큼 직원들의 응대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지금부터 약간의 사심이 들어가주시겠다. 일행이 버스에서 내리자 그날 함께 코스에 나갈 캐디들이 예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녀들은 클럽하우스 입구까지 이어진 빨간색 카펫을 중심으로 나뉘어 서서 가지런히 손을 모은 채 우리를 반겼다. 오키드 컬러의 캐디 유니폼을 맞춰 입고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그녀들 사이로 지나갈 때는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서둘러 그 어색한 공간을 빠져나오자 짧은 치마를 입은 웨이트리스가 환영 음료를 들고 다가왔다. 반드시 눈은 다른 곳(?)이 아닌 음료로만 향하고 있어야 했다. 정말 힘든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음료수 잔을 들고 주위를 살펴보니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게 아닌가. 다른 일행은 여전히 전진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캐디들과의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이 양반들아! 운전할 때처럼 항상 시선은 멀리 두라고. 조금만 앞으로 오면 훌륭한 음료가 기다리고 있는데. 들뜬 마음을 부여잡고 실내로 들어가니 처음 마주하는 공간이 바로 프로숍이었다. 꽤 큰 규모로 각종 골프용품이 진열되어 있고 프런트가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물론 여기에서도 미스 인도네시아라고 해도 믿을 법한 아리따운 직원들이 우리를 응대했다. 라커룸은 다시 밖으로 나가서 일본식 정원을 지나 별도의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보고르라야의 라커룸은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로 지어져 있다. 우리나라 웬만한 클럽하우스에 버금가는 크기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첫 라운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클럽하우스를 나섰다. 앞서 일행을 열렬히 환영해주던 캐디들은 18홀을 함께할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에디터와 동행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182cm의 훤칠한 사진기자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은 마치 한류 아이돌을 맞이하는 소녀 팬들과 닮아 있었다.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신체 구조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배가 볼록 나온 에디터를 그 아이돌의 매니저쯤으로 생각하는 눈치였다. 뭐, 아무려면 어때. 쳇! 라운드나 즐기자고. 파71(6300m)의 보고르라야는 비교적 쉬운 코스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야디지북에 의하면 곳곳에 워터해저드와 계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물이 보이는 곳은 11번과 12번홀 사이 커다란 해저드뿐이다. 우리가 방문한 11월은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내리지 않아 그린 일부가 타들어가 있었다. 코스는 평이한 반면 가장 힘든 건 날씨와의 싸움이었다. 여덟 시가 조금 넘어서 티오프를 했지만 그때도 이미 숨이 턱턱 막힐 만큼 후텁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습도까지 높아 9홀이 끝났을 때 이미 물 두 통과 이온음료 한 통을 비운 상태였고 긴바지를 가위로 잘라버릴까 고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18홀을 모두 마치고 클럽하우스 2층에 위치한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을 때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행 중 60세가 넘은 뉴질랜드 기자는 들어오자마자 탄산수에 레몬즙과 소금을 넣어 연달아 두 컵을 들이켰다. 그래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며 점심으로 시킨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곤 더 이상 먹지 못했다. 에디터 역시 간혹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신을 차려보고자 했지만 허사였다. 다른 일행도 웨이트리스에게 연신 차가운 물수건을 요청하며 땀을 식혀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무더운 날씨라는 복병 때문에 모두들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첫 라운드를 마쳤다.

 

 





두 번째 사심 : 바다의 영감 그리고 플람보얀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셋째 날 아침에도 여전히 새벽 5시에 모닝콜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날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디자인한 PIK(Pantai Indah Kapuk)골프클럽에서의 라운드가 예정되어 있었다. 라운드를 마치면 바로 족자카르타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풀어놨던 짐을 다시 꾸리고 호텔을 나섰다. 역시 아침 식사는 버스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메뉴는? 나시고렝. 아, 전날과 달라진 점이라면 달걀 프라이가 하나 올려져 있었다는 것. 도심으로부터 40분여를 달려 도착한 PIK골프장은 자카르타와 서자바(West Java)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PIK는 1993년에 개장했으며 최근 7년간 인도네시아오픈이 열린 파72(6048m)의 토너먼트 코스로 유명하다. 페어웨이는 널찍한 대신 그린이 작고 스피드가 빨라 까다로운 코스 중 하나다. 버뮤다 잔디를 식재해 발로 전해오는 푹신함은 마치 고급 융단을 밟는 듯한 느낌이지만 러프에서 볼을 빼낼 때는 엉킴 현상이 발생해 한 클럽 정도 더 잡는 편이 낫다. PIK는 호수를 향해 볼을 날리는 드라이빙레인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런데 볼은 누가 어떻게 건져 올리는 걸까?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본다는 걸 그만 깜박했다. 혹시라도 이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계획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알아보고 제발 좀 에디터에게도 알려주길 바란다. 치핑과 벙커 샷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연습만 하더라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다. 호수로 드라이브 샷 연습을 하는 레인지를 만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스 곳곳에 워터해저드를 만들어 골퍼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이유도 있다. 자바 해안가에 자리 잡은 PIK골프클럽은 ‘바다의 영감(Spirit of the Sea)’이라는 디자인 철학에 의해 설계된 코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스피릿’이라는 단어를 ‘시대정신’이나 ‘힙합정신’, ‘알코올 음료’ 등에서 접해왔기 때문에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코스 디자인도 설계가의 영혼이 담긴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로시나 페르마타사리(Roosina Permatasari) 마케팅 매니저는 15번과 18번홀을 시그니처 홀로 꼽았다. 하지만 에디터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4번홀(파4, 282m)이 코스의 백미였다. 살짝 왼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 홀로 왼편은 워터해저드로 이어져 있다. 해저드 중간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하얀색 모래로 이뤄진 섬이 몇 그루의 야자나무와 어울려 장관을 연출한다. 짧은 홀이지만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드라이버 샷을 할 때 괜스레 쭈뼛거리게 된다. 그럼, 그렇지. 또 볼은 여지없이 해저드행 급행열차를 타고 사라져버렸다. 페르마타사리 매니저가 꼽았던 파3, 15번홀(171m)도 아름다운 홀임에는 틀림없다. 홀 왼쪽의 잔잔한 호수에 비친 플람보얀(Flamboyan: 화염목)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플람보얀은 다홍색의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 나무다. 바람에 흩날려 꽃잎이 호수로 떨어지는 모양새를 볼라치면 왜 이 코스가 바다의 영감을 강조했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한국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흘러나온 빅뱅의 ‘루저’는 정말 아니었던 것 같다. 혹시 음악과 함께 이 홀을 방문하려거든 힙합은 제발 피하길 바란다.

 

 



세 번째 사심 : 활화산을 향한 무한 질주 그리고 눈물 팸투어 참가자들은 셋째 날 PIK골프클럽에서의 라운드를 마치고 족자카르타로 향했다. 자바 섬의 왼쪽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을 이용해 한 시간가량 날아가면 족자카르타의 자그마한 공항에 착륙을 하게 된다. 족자카르타는 메라피 화산의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자바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다. 일행은 넷째 날 오전 티오프를 위해 메라피골프클럽(Merapi Golf Club)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족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숙소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메라피는 1994년에 개장한 파72(18홀)의 아기자기한 코스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벌하고 무서운 코스이기도 하다. 현재도 하얀 연기를 스멀스멀 피우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메라피 화산 바로 옆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골프 코스’이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코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화산 폭발은 2010년 11월의 일이었고 이때 메라피 코스의 절반이 피해를 입었다. 물론 현재는 완벽하게 복구되었지만. 그런데 그 위험천만한 곳에서 플레이를 하라고? 생명보험이나 빵빵하게 들어놨어야 했는데. 메라피골프장 입구에는 화산 폭발로 타다 만 소나무 일부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 ‘노약자나 임산부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경고문처럼 느껴졌다. ‘그래, 무슨 일이야 있겠어? 여차하면 소싯적 달리기 실력을 뽐내며 눈썹이 휘날리게 한번 달려보지.’ 어이없는 상상을 하고 있자니 ‘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기우가 기우가 아닌 곳에서의 플레이임에는 틀림없었다. 피터 톰프슨에 의해 디자인된 이 코스는 해발 800m에 위치해 있어 언뜻 보면 우리나라 산악지형의 골프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페어웨이는 평평한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구겨놨다. 그린도 마찬가지. 스탠스가 불규칙한 골프장은 에디터와 같이 체중 이동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런 하이핸디캐퍼에게 시련과 아픔을 주는 곳일 뿐이다. 아마 골프 고수들이라면 챌린징하면서도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메라피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메라피에서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페어웨이 내로 카트 진입을 허용한다는 점이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습도가 높은 날, 코스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충분히 비축할 수 있었다. 비가 상습적으로 내리는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임에도 필드를 개방했다는 건 무척 고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우려와 달리 페어웨이 상태는 최상이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메라피 화산을 바라보며 샷을 날리는 기분을 더욱 만끽할 수 있었겠지만 구름에 숨어버려 아쉬움이 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최선의 서비스를 선보인 캐디는 서른한 살이었는데 아홉 살, 다섯 살의 아이를 두고 있다고 했다. 비로 인해 잠깐씩 플레이가 중단되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아이들을 위해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라운드를 마치고 그녀에게 30만루피아(한화 약 2만5000원)를 팁으로 건네며 “아이들과 함께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인도네시아 2015년 최저임금 월평균이 약 200만루피아(한화 약 17만원) 정도니 꽤나 많은 액수를 팁으로 건넨 셈이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이럴 때 ‘졸부 코스프레’ 한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마지막 사심 :

최고의 골프장 로열 그리고 아쉬움 족자카르타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자카르타로 넘어온 일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베스트 코스로 유명한 로열자카르타골프클럽(Royale Jakarta Golf Club)이었다. 이 코스는 시내에서 15~2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형 골프장이라 불린다. 밥 무어 주니어 & JMP에 의해 설계된 로열자카르타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넓고 탁 트인 전망과 보라색 갈대가 특징이다. 27홀(남, 서, 북코스)로 이뤄진 로열자카르타는 아시안투어 CIMB니아가인도네시안마스터스가 열리기도 한 토너먼트 코스다. 클럽하우스 곳곳에서 선수들의 사진과 사인이 들어간 각종 전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최경주의 모습도 보인다. 조지 찬드라(George Chandra) 로열자카르타 COO(Chief Operating Officer)는 “세계적인 명문 코스에 오신 걸 환영한다”면서 “역대 대통령들도 자주 찾는 골프장이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은 세계적인 코스를 두루 접한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라운드 후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한다”고도 했다. 우리는 남코스에서 출발해 서코스로 들어오는 루트를 택했다. 남코스는 페어웨이도 제법 넓고 러프에서의 공략도 쉬운 편이었다. 왼쪽으로 길게 워터해저드가 형성되어 있는 파5의 도그레그 9번홀이 까다롭다면 까다로울까. 일단 티 샷부터 워터해저드를 넘겨야 한다. 세컨드 샷이나 서드 샷도 볼의 위치에 따라 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그린 주변 대형 벙커들이 마지막 시련의 카운터펀치를 날리곤 한다. 플레이어들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녹다운되기 일쑤다.



서코스는 페어웨이가 상대적으로 좁고 워터해저드와 깊은 러프 지역이 많아 전략적으로 샷을 구사하지 않으면 볼 서너 개쯤 잃어버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그린은 엄청 빠르게 세팅되어 있어 내리막 라인에서 함부로 힘자랑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에디터 역시 세컨드 샷을 잘 보내놓고 그린 주변에서 서너 타를 까먹은 게 여러 번이었다. 누군가 서코스를 “해저드의 천국이자 골퍼의 무덤”이라고 표현했다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코스다.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참, 라커룸에서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미리 나눠준 플레이어 카드를 감식기에 대야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또한 그 카드를 옷장 안 별도의 삽입구에 끼워 넣어야만 잠금장치가 작동한다. 옷장 앞에서 한참 설명서를 읽어봐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카드를 도대체 어디에 끼우라는 거야? 결국 직원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언제나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그리 짧지 않았던 6박 7일간의 인도네시아 골프장 투어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앞으로 살면서 다시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일이 있을까 싶어 아쉬움만 가득 안은 채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심 가득했던 지난 7일간의 여정을 떠올리며 입가에 엷은 미소가 지어졌다. 아름다운 골프장과 오감을 자극하는 자바 전통 음식들 그리고 “오빠, 거기 오비야”라며 반말을 해대던 어여쁜(?) 캐디들. 아마 골프 여행은 그런 추억을 잊지 못해 더 애틋하고 소중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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