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골프와 가족의 의미 [People: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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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골프와 가족의 의미 [People:1502]
  • 김기찬
  • 승인 2015.02.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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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골프와 가족의 의미 [People:1502]
 

 사진_박영현 / 헤어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by서일주

 

 

‘필드의 패션 모델’이라 불리며 2000년대 후반 국내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던 여자 골퍼 서희경이

지난해 득남을 했다. 투어 복귀를 앞둔 프로 골퍼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건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직접 만나 들어봤다. 글_고형승

 

서희경이 효돌이(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의미로 붙여준 태명)를 품에 안은 건 작년 8월15일 오후 7시13분이었다. 효돌이는 한시라도 빨리 엄마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을까, 출산 예정일보다 3주 일찍 태어났다.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시아버지와 함께 삼겹살을 먹고 집에 들어와 배가 너무 불러 누워있던 서희경은 느낌이 이상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양수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걸 알아챘고 집에서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던 남편 국정훈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양수가 터졌다는 건 곧 아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뜻일 텐데도 저와 남편은 비교적 의연하게 대처했던 것 같아요. 겁이 나지도 않았어요. 병원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 10시부터 진통이 시작됐어요. 본격적으로 진통이 있었던 건 아마 오후 4시 정도였을 거예요. 무통 주사를 맞아서였는지 그렇게 큰 고통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7시가 지나서 자연 분만으로 아이가 나올 때는 정말 남자들은 모르는 고통이 밀려왔죠.”

 



우렁차게 울고 있는 효돌이를 받아 안았을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했다. 요즘도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끔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라고. 아마도 그건 세상의 어머니들만이 느낄 수 있는 애틋하고도 미묘한 감정일 것이다. 서희경 부부는 아이에게 태명인 효돌이 대신 ‘도현’이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아이를 안고 있으면 ‘내 아들이 되어주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었고, 출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요. ‘예전에 어머니도 나를 안고 이런 느낌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또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아이와 365일 붙어있을 수 있는 다른 엄마들과는 다른 환경에 있으니까요.” 도현이를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희경이지만 올해 3월에는 눈물의 생이별을 해야만 한다. 그녀는 현재 3월에 피닉스에서 열리는 파운더스컵을 복귀 시점으로 잡고 체력 훈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투어에 복귀하겠다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남편의 남다른 외조가 컸다.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 가지 생각이 뒤엉켜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해요. 도현이가 아직 어리니까 저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고 투어에 복귀를 하는 것도 생각해봤고, 아예 골프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볼까 하는 고민도 했어요. 그때 저에게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나이 50~60을 먹고 과거를 돌아봤을 때 ‘아 그때 이랬을 걸’이라는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남편은 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할 테니까. 고민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정말 고마웠죠.” 올해는 미국LPGA투어로 복귀할 예정이지만 그 이후의 상황을 놓고 그녀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남편이 국내에서 직장 생활(은행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미국을 갈 수가 없다. 또 아직 어린 도현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다. 결국 혼자 투어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태평양을 사이에 둔 생이별을 오랜 시간 겪어내야만 한다. 결국 한국LPGA투어로의 컴백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 국내 시드가 없는 상황이라 그 부담 또한 클 수밖에 없다. 2015년은 그래서 그녀에게 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투어 생활을 하는 게 제 스스로 즐겁게 골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남편도 아이도 함께 지낼 수 있으니까요. 올해는 한국LPGA투어에 시드가 없기 때문에 초청을 받아서 나올 수 있는 대회가 있다면 최대한 많이 참가하려고요. 그런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서 대회를 참가하는 게 심적으로 안정을 찾기 쉬울 것 같아요. 어린 아이를 놔두고 타국에서 투어 생활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서희경이 요즘 들어 가장 부러운 선수가 있다면 지난해 결혼한 박인비라고 했다. 남기협 씨가 코치이자 배우자로서 함께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남편으로부터 격려도 받고 위로도 받을 수 있어 그런 점이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투정을 부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둘이서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은 ‘도현이를 잘 키우는 것에 대해서’라고 했다. 멀리서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도 했다. “제가 없는 자리를 남편이 메워야 할 거예요. 그 점이 무척 고맙기도 하고 우려가 되기도 해요. 제발 단 음식만 먹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밀가루 음식이나 단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인성이나 교육에 대한 부분은 말을 안 해도 잘할 것 같은데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것만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시어머니께서 옆에 사셔서 지금도 많은 도움을 주세요. 최대한 저를 불편하지 않게 배려를 해주시는 부분이 정말 고맙고, 며느리에게도 거리감 없이 지내기 위해 더 노력하시는 부분이 존경스러워요.” 서희경은 결혼 후에 훨씬 더 편안해졌고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도현이를 낳고 돌보면서 진정한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남편에게 고마운 건 저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이끌어줬다는 거예요. 인생의 배우자이자 제가 보고 배울만한 점이 많은 롤모델이기도 해요. 저를 어른으로 한 단계 성장시켜준 소중한 사람이에요.” 출산을 위해 한참을 골프와 떨어져 지내다 보니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달라졌다. 골프를 더 사랑하게 됐고 애틋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또한 마음이 한층 더 여유로워졌다고도 했다. “도현이를 낳기 전에는 오로지 저만을 생각했어요. 마치 옆은 가리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생활했던 것 같아요. 가장 뚜렷하게 바뀐 건 행복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그 전에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골프를 할 수 있을까’ 또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골프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투어 복귀를 앞두고 있는 그녀가 가진 고민 중 하나는 넓어진 골반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다. 예전에 입었던 바지를 꺼내 입었는데 맞지 않아 고민이란다. 오히려 골프 기술이나 체력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작년에 도현이 100일 기념으로 떡을 돌리기 위해 골프 연습장을 오랜만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에요. 7개월만에 클럽을 잡아봤어요. 스윙을 몇 번 해보고 동영상을 찍어봤는데 신기하게도 달라진 건 없었어요. 몸이 아직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체력 훈련만 더 열심히 하면 3월에 복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최근 옹알이를 시작한 도현이의 얼굴만 보면 자꾸 웃음이 지어진다는 서희경은 새로운 활력을 얻어 201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이제 막 꾸려 한다. “예전에 누군가가 꿈을 물어봤을 때는 그냥 막연하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라고 답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기준과 제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어요.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를 통해 주변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최선을 다해 복귀 준비를 하고 있으니 팬 여러분께서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고 계속해서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The Past 서희경의 화려했던 과거

‘필드의 패션 모델’이란 수식어는 지난 2008년 하이원컵 우승 직후 에디터가 처음으로 붙여준 것이다. 동양적인 미인형 얼굴에 172센티미터의 큰 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상•하체의 환상적인 비율과 섹시한 S라인, 그리고 탁월한 패션 센스까지 갖춘 그녀를 수식하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다고 판단했다. 05년 한국LPGA에 입회한 서희경은 08년 하이원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의 인지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생애 첫 우승 이후 KB국민은행스타투어와 빈하이오픈까지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언론과 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남은 시즌 동안 3승을 추가했다. 09년에는 5승을 거두며 그 해 대상, 상금랭킹 1위, 다승부문 1위, 최저타수상까지 휩쓸며 명실상부 국내 1인자 자리에 올랐다. 2010년에는 미국LPGA투어 기아클래식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하며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미국으로 건너간 서희경은 11년 US여자오픈에서 2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거두며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13년에 은행원 국정호 씨와 결혼을 했고 지난해 8월 아들 도현이를 얻었다.

 

Hee Kyung Seo

서희경 : 나이 29세 신장 172cm 소속 하이트진로 우승 국내 11승 해외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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