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애를 통해 바라본 스타의 조건 [People: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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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애를 통해 바라본 스타의 조건 [People:1504]
  • 김기찬
  • 승인 2015.04.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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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애를 통해 바라본 스타의 조건 [People:1504]

사진_이현우

 

한국LPGA투어를 대표하는 미녀 골퍼인 안신애의 뒤를 밟았다. 그것도 해외에서 3일동안 몰래. 대회장 안과 밖에서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프로페셔널’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글_고형승

 

 

 



대회 둘째 날, 라운드를 끝내고 저녁에 핑크레이디자선행사가 열렸다. 안신애는 이 자리에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등장했다. 세계 유수의 미디어와 대회 관계자들의 눈은 그녀에게 쏠렸다.

 

 

스타는 특출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든, 언변이든, 외모든, 패션 감각이든. 스타라면 말이다. 골프 스타를 생각해 보자. 일단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실력이 아주 뛰어난 그룹과 외모가 뛰어난 그룹으로. 아주 단순하게 구분해 보자면 그렇다는 뜻이니 큰 오해는 없길 바란다. 골프 실력이 뛰어나 세계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라면 외모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골프를 아주 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고 추앙받을 만하다. 그 또는 그녀가 골프장 내에서 어떤 비난받을 행동을 하더라도 슬쩍 눈감아주려는(또는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분명 있다. 스타로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면죄부를 준다. 만약 세계랭킹 200위권의 선수인데 외모가 출중하지 않으면? 그건 그냥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한 번 본듯한 사람(축구나 야구 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에 불과하다. 반대로 그 선수가 어느 누구와 함께 있더라도 빛나는 외모를 가졌다면? 그건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선수가 여자 선수라면 더더욱. 글을 읽으면서 에디터를 외모지상주의자가 아닐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금부터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좀 동떨어진 표현일 수 있다. 에디터는 프로골퍼라면 프로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프로다움이란 무엇일까? 그건 당연하게도 골프 실력이 뛰어나야 하고 매너나 에티켓도 훌륭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잘 가꿀 줄도 알아야 한다. 몇 년 전 선종구 한국LPGA 10대 회장은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여자 선수들을 수식하는 얼짱이나 미녀 골퍼라는 말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던 적이 있었다. 선 전(前) 회장은 ‘골프 선수가 골프만 잘하면 그만이지 외모를 평가하고 부각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 이것에 대해 100퍼센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시대가 요구하는 스타의 조건이 많이 바뀌어 있다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에디터는 한국LPGA의 대표적 스타인 안신애를 중국 하이난에서 열렸던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대회 기간 내내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봤다. ‘외모에 신경을 쓰느라 골프는 뒷전 아니냐’는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에디터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기 위해 파파라치 전략을 세우고 몰래 지켜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대회 셋째 날, 안신애는 파란색 골프웨어와 니삭스를 매치해 세련미를 강조했다. 안신애는 이날 초반 7번 홀 보기와 10번 홀 더블 보기를 기록하면서 무너지는 듯 했지만 후반 7개 홀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4개를 잡아내 3언더파 216타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성을 갖춘 홍보모델 한국LPGA투어는 매년 홍보모델 10명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로 7회째인데 안신애는 1대와 5대를 제외하곤 계속해서 홍보모델로 발탁이 됐다. 한국LPGA 홍보모델은 투어를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투어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에 한국LPGA를 알리기 위해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들을 매년 선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중국LPGA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의 성격도 갖고 있다. 그만큼 외신의 관심도 뜨겁고, 국내 미디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대회 중 하나다. 이 대회에 안신애는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했다. 대회 포스터나 소개 책자에 박인비, 유소연, 수잔 페테르센과 함께 안신애의 얼굴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의 인기는 대단하다. 대회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졌고, 모든 눈은 그녀를 향하기 일쑤였다. 프로암 대회의 만찬, 중국 식목일을 맞이해 가졌던 식수 행사, 오프닝 파티까지 안신애는 다양한 스타일의 의상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까지 준비해 대회 관계자들로부터 예쁘다는 극찬을 받았다. 안신애는 “화려하게 입고 꾸미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다”면서 “한국에서는 과감한 옷을 입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 대회에서는 여러 의상을 입으면서 내 스스로도 리프레시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일탈은 재미있고 나를 흥분시킨다”고 말했다. 가끔씩 ‘외모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 “내가 옷을 입든, 입지 않든 또 격식을 갖춰 입든, 그렇지 않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은 늘 있다. 대회 관계자들은 부끄러움을 타거나 남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선수보다는 당당하고 과감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선수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국내에서는 루키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잘 차려 입은 것이 튀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문화가 조금씩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회 마지막 날, 안신애는 핑크색 골프웨어를 입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했다. 안신애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6언더파 286타를 기록해 단독 7위에 올랐다. 대회 베스트드레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외모도 실력도 최고 대회 주최사 테니얼 추 부회장은 “솔직히 한국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마치 골프 머신처럼 골프나 인생을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선수들만 있는 줄 알았다”며 “안신애는 그런 내 부정적인 생각을 한 방에 날려줬다. 교육을 잘 받은 요조숙녀 같은 느낌이었다. 프로골퍼라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그녀는 잘 갖추고 있었다”고 극찬했다. 안신애가 3라운드까지 리더보드 상단에 계속 머물러 있자, 중국 미디어에서는 공식 기자 회견을 요청했다. 당시 선두권에 있던 다른 선수들과의 인터뷰는 단 10분에 불과했지만 안신애와의 인터뷰는 30분을 넘겼다. 패션에 대한 내용부터 한국 골프에 이르기까지 중국 미디어의 심층 인터뷰는 끝을 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안신애는 밝은 미소와 함께 유창한 영어로 답변을 이어 갔다. 최종 라운드에서 톱10에 진입하면서 베스트드레서상까지 수상하자, 중국 언론은 물론이고 그 전까지 ‘실력에 비해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아니냐’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일부 대회 관계자들도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일색이었다. 클로징 파티에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며 대회에서의 선전을 축하했다. 안신애 역시 스스럼없이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고, 심지어 노래까지 불렀다. 안신애만 그랬냐고? 그건 아니다. 수잔 페테르센을 비롯한 외국 선수들은 그들만의 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안신애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 선수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회에서 함께 플레이했던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고생했다며 서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나누고 있을 때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던 선수는 안신애뿐이었다. 에디터는 바로 이런 점을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마음가짐이 즐거워야 뭐든 재미있게 임할 수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배우면서 삶 자체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좋은 성적도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안신애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가진 겨울 훈련을 통해 리버스 그립으로 바꾸고 체력 훈련을 통해 몸무게를 3킬로그램 가량 늘렸다. 그녀는 대회를 마치면서 “지금과 같은 마음가짐이라면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시즌 중간에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을 잘 일으켜 세워 후회 없이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어떤 장소에서든 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안신애가 프로골퍼로서 멋있어 보였던 일주일이었다. 그래 그게 프로지.

 

 

 



Shin Ae Ahn

안신애 : 나이 25세 신장 166cm 한국LPGA 입회 2008년 소속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 우승 통산 2승 히든밸리여자오픈, 하이원리조트컵채리티여자오픈(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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