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아마추어 대회의 비밀 [Digest: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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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아마추어 대회의 비밀 [Digest:1504]
  • 김기찬
  • 승인 2015.04.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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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아마추어 대회의 비밀 [Digest:1504]


 

미국 첫 아마추어 대회의 비밀

 

공식적으로 미국의 제 1회 아마추어 골프 대회 우승자는 후세에 존경받는 맥도널드다. 하지만 실은 전년도에 이미 대회가 열렸지만 그 사실은 역사 속에 묻혔다. 글_이인세 / 에디터_남화영

 

 

이 그림의 제목은 ‘제1회 미국 아마추어 골프 대회’다. 그림 밑에 쓰인 문구에 따르면 ‘원작은 에버레트 헨리(Everett Henry)인데 1931년 E. 쿠리어(Currier)가 판화로 색칠을 해서 <포춘>잡지에 실은 것’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또한 ‘1894년 미국에서 최초로 생긴 뉴욕 용커스 타운의 세인트앤드루스(St. Andrews)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이며 샷을 하는 골퍼는 찰스 B. 맥도널드이면서 2위를 했고, 뒤에 클럽을 든 선수는 우승자인 L.B.스토다르트(Stoddart)이며, 왼쪽에 파이프를 물고 있는 인물은 존 리드(John Reid)’라고 명시하고 있다. 궁금증이 생긴다. 이 그림은 왜 37년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그려졌고, 왜 그렇게 상세한 부연 설명이 뒤따라야 했을까? 미국에서 열린 최초의 역사적인 골프대회로, 오래 간직할만한 미국 골프의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작가가 이 그림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려 했을까?

 

 

2위를 한 맥도널드가 주인공 파이프를 문 존 리드는 ‘미국 골프의 아버지’라 불린다. 1887년 영국으로부터 여섯 자루의 골프채를 들여와 바로 이 골프장에서 미국에 골프를 처음으로 전파시킨 인물이다. 그가 대회에 초청을 받았는지 감독관인지에 대해서는 그림에서는 알 수 없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샷을 하는 찰스 B. 맥도널드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유학 시절, 골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드 톰 모리스로부터 골프를 사사했고, 또 아들 영 모리스와 함께 라운드를 했던 인물이다. 유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와 주식 투자로 갑부가 된 맥도널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9홀, 18홀의 골프장을 시카고에 만들었다. 독재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람이나 미국 골프의 설립 공헌자 중 한 명이다. 1894년 9월에 로드아일랜드의 뉴포트(Newport)골프장과 10월 뉴욕의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에서 각각 20명과 27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최초의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각각 개최됐다. 물론 맥도널드도 출전했다. 그러나 출전한 양쪽 대회에서 모두 2위에 그치자 성질이 난 그는 두 대회에 모두 클레임을 걸었다. 이유인즉, 뉴포트에선 클럽 멤버인 로렌스가, 세인트앤드루스에서도 클럽 멤버인 스토다르트가 우승했다면서 ‘초청 경기에 불과한 대회에 공식 미국 아마추어 대회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내친 김에 그는 두 달만인 12월22일 자신이 만든 시카고클럽(시카고), 세인트앤드루스클럽(뉴욕), 더컨트리클럽(메사추세츠), 뉴포트클럽(로드아일랜드), 시네콕힐스클럽(롱아일랜드)의 당시 영향력 있는 5개 클럽 맹주들을 소집했다. 이 모임이 미국골프협회(USGA)의 탄생이었고, 내친김에 그는 초대 부회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5년 10월에 전년도 대회에서 2위로 굴욕을 당했던 뉴포트골프장에서 다시 ‘제 1회 미국 아마추어 챔피언십’이라는 공식 매치플레이 대회를 개최했고, 결국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자기가 협회를 만들자고 제안한 뒤 대회를 열고, 우격다짐 끝에 최초의 공식 대회 우승자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다. 일종의 갑질이었다. 그는 더 이상 그후로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골프 산업 발전에 여러모로 공헌했다. 수십 년간 골프계에 종사하면서 수십 군데의 골프장을 건설해 종종 ‘골프 건설의 아버지’라고 불렸다.

 

37년 뒤에 나온 풍자와 항의 그의 막무가내식 행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이 그림이 바로 그걸 풍자했을 것이다. 1894년 대회에서 37년이 지난 1931년에야 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당시 이 대회에서 맥도널드가 2위’라고 굳이 그림 아래에 명시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게다가 왼쪽에 존 리드를 마치 감독관처럼 집어넣은 것은 ‘미국 골프의 아버지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대회를 왜 최초의 대회로 인정하지 않는가’라는 맥도널드를 향한 풍자가 있는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회자되는 풍자 일러스트는 너무도 많다. 얼마 전 프랑스의 잡지사에서 이슬람을 풍자하다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의 화가 역시 1894년에 이 그림을 공개했다면 맥도널드에게 보복을 당할까봐 37년이 지난 뒤에 내놓지 않았을까? 화가는 이 그림에서 ‘역사는 왜곡할 수 없으며, 1894년 대회를 공식 1회 대회로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 맥도널드의 갑질을 풍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본다.

 

 

 

이인세 : 미주중앙일보 기자로 골프 투어를 취재했으며 남양주에서 골프박물관을 운영하는  앤티크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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