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시 실수는 없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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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실수는 없다(1)
  • 김기찬
  • 승인 2018.06.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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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실수는 없다(1)

1986년에 시네콕힐스에서 US오픈을 차지했으며 그곳의 오랜 회원이기도 한 레이먼드 플로이드는 지난해 에린힐스에서 열린 US오픈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USGA의 전무 이사인 마이크 데이비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7800야드가 넘는 데다 페어웨이가 대단히 넓은(어떤 곳은 60야드가 넘는다) 에린에서 평소에 불던 바람조차 잠잠한 덕에 선수들은 마음 놓고 강타를 휘둘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종 우승자인 브룩스 켑카가 18번홀에서 구사한 티 샷은 379야드가 나왔다. 그것도 3번 우드로. 1986년과 1995년 그리고 2004년에 대회가 열릴 때보다 상당히 넓어진(그리고 2018년에도 그럴 계획인) 시네콕힐스를 최근 들어 자세히 지켜본 플로이드는 경악했다. “내가 ‘마이크, 우리 얘기 좀 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올해 일흔다섯 살인 플로이드는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골프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에린힐스의 페어웨이 폭에 만족하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마이크도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움직이는 것도 없고 흐르는 것도 없으니 시네콕에서는 펄펄 날아다니지 않겠느냐. 당신은 코스를 아주 넓게 만들었다. 우리는 타이트하고 좁았는데도 여기서 세 번의 US오픈을 아주 잘 치렀다.’”

글_가이 요콤(Guy Yocom)

 

플로이드의 염려 외에도 데이비스가 골프계 안팎의 현명한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은 결과 내부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말보 다 행동으로 나타난 그의 반응은 거의 즉각적이었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USGA는 시네콕힐스에 대대적으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건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챔피언십이 임박한 시점인 데다 3년에 걸친 빌 쿠어와 벤 크렌쇼의 복원 공사에 USGA와 시네콕이 흡족함을 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변화의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달라진 현대 골프의 특징에 대응하려는 USGA의 의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이번 US오픈을 잘 치러야 하는 USGA의 절박함도 드러난다. US오픈의 연이은 논란과 실수, 끊임없는 공세에 시달리는 장비 관련 규칙 그리고 2019년부터 시행되는 골프 규칙을 주시하는 비판적인 시선을 겪으면서 모두가 바람직하게 기억할 대회를 치르는 것이 USGA의 당면 과제가 됐다.

미사여구를 빼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번 대회는 절대로 망치면 안된다는 뜻이다. 시네콕힐스가 다시 대회를 개최한다는 사실도 급박함을 높였다. 이번 US오픈은 2002년에 퍼블릭 코스인 베스페이지에서 열릴 때처럼 과감하고 행복한 실험이 아니다. 2013년 메리언의 경우처럼 역사적이지만 짧은 코스에서도 US오픈을 개최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2015년 체임버스베이나 지난해 에린힐스처럼 새로운 코스와 지역을 찾아가려는 대중적인 저변 확대 전략의 일환도 아니다.

시네콕힐스는 USGA뿐만 아니라 골프계 안팎의 모든 관계자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거물급 코스다. US오픈의 중계를 맡은 지 올해로 4년째가 되는 폭스스포츠를 포함해 상업적인 면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시네콕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2004년 대회의 소소한 재앙 수준의 사건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곳은 USGA의 ‘그곳에서는 보기를 할 만하다’는 속 편한 태도가 심각한 판단 착오로 이어지도록 방치하면 절대로 안되는 곳이다.
 

 


영광스러운 과거 그러나 2004년의 실책

US오픈의 테스트 무대로서는 능가할 곳이 없는 시네콕은 USGA의 다섯 개 창립 클럽 가운데 한 곳이다. 1891년에 문을 열었고 1896년에는 제2회 US오픈을 개최했다. 초기 레이 아웃은 1931년에 윌리엄 플린(William Flynn)이 완전히 뒤엎었다. 진가를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보석으로 수십 년을 보낸(시즌제로 개방하며 부자들이 많이 찾고 딱히 스포트라이트를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네콕의 지명도는 플로이드가 환호하는 현지인과 전국의 시청자 앞에서 승전고를 울린 1986년 US 오픈 이후 하늘을 찔렀다.

대회는 1995년에 다시 이곳을 찾아 코리 패번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2004년에는 레티프 구센이 필 미컬슨을 누르고 우승했다. 2004년 대회는 마지막 라운드의 돌처럼 단단한 코스 상태가 오점으로 남았다. 패번은 USGA가 저지른 그 실수를 “사소한 재앙이지만 어쩌면 메이저급”이라고 평했다. 그래도 시네콕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골프다이제스트의 2017~2018년 미국 100대 코스 순위에서 이보다 위에 랭크된 곳은 파인밸리와 오거스타내셔널 그리고 사이프러스포인트뿐이었다. 시네콕은 독보적이다. 파70인 이 코스는 거의 모든 것을 노출해서 야생적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이고, 한여름이면 금빛과 연녹색으로 반짝이며 태초에 바닷가에서 시작된 근원을 떠올리게 한다. 나란히 놓인 경우를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의 페어웨이는 평평하고 휘어져 흐르며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몇 개는 미적인 차원이지만 대부분 전략적으로 배치된 수많은 벙커는 조금 사악하다. 모래가 많고 바운스가 심한 이 코스는 원래 빠르고 단단하며 거의 예외 없이 바람이 휘몰아친다. 네 개의 파3홀은 개성이 다 다르다. US오픈의 테스트 무대라는 측면에서는 말도 안 되게 어렵지만 공정하다.

P. G. 우드하우스의 골프 소설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탠퍼드 화이트(Stanford White)의 아름다운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면 가장자리는 거칠지만 그 안쪽은 순수한 코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모든 면에서 절제된 풍부함, 이를테면 뉴욕의 이스턴 롱아일랜드에서 만날 법한 유서 깊은 가문의 사람들 같은 인상을 풍긴다. 시대를 초월한 극도의 창의력을 드러내는 디자인은 그곳을 제압하려는 골퍼들의 시도를 무력하게 만든다. 라인을 벗어나면 시네콕은 1890년대에 교구에서 운영하던 학교의 교장처럼 회초리를 들 것이다.

샷 메이킹만큼이나 창의적인 어휘력을 발휘하던 패번은 이곳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네콕파(派)…. 시각적인 면과 플레이 방법에서 모두 독특하다. 1995년에는 희미하게나마 녹색을 유지할 만큼은 습기가 있었다. 수많은 코스에서 플레이하며 시네콕파라고 할 만한 코스도 많이 봤지만 시네콕과 같은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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