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 핀 '꽃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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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핀 '꽃범호'
  • 김기찬
  • 승인 2018.05.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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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핀 '꽃범호'


 



KIA타이거즈의 이범호는 야구로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뤘다. 이제는 야구보다 골프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더 많다. 그가 야구 타격 감각을 찾기 위해 골프 연습장을 찾는 이유와 전지훈련을 가서 유명 골퍼와 플레이한 경험 그리고 룰을 제대로 알지 못해 억울하게 2벌타를 받은 사연을 공개했다.

대한민국 대표 3루수 ‘꽃범호(한화이글스시절 팬들이 붙여준 별명)’ 이범호는 지난해 K I A타이거즈의 열한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화려한 경력 하나를 추가했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 9.5점(10점 만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주는 데 주저함이 없는 그이지만 골프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모습이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 귀여운 면도 없지 않다.

그는 한화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처음으로 골프를 접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6~7년 전의 일이다. 실내 연습장에서 아이언 샷을 제법 똑바로 날렸다. 아이언 샷만 익힌 채 대전의 한 골프장에서 생애 첫 번째 라운드를 가졌다. 당시 100타 내외의 스코어를 적어냈다는 게 그의 어렴풋한 기억이다. 꽤 훌륭한 성적이다.

이범호가 골프를 직접 접하기 이전에는 골프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가 밝힌 이유는 이것이다. “야구장만 가면 송진우 선배를 비롯한 나이 많은 선수들 이 항상 야구 배트로 바닥을 치고 있는 거예요. 그때는 ‘왜들 저러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고 ‘저게 뭐가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지금은 저도 야구장에서 배트로 바닥을 때리고 있습니다.”

그는 골프가 야구에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범호는 “우(右)타자는 왼쪽 어깨가 도망가면 안 되는데 골프도 어깨를 잡아두고 치고 난 후에 돌아야 한다는 점이 비슷해요”라면서 “타격의 감이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일부러 실내 골프 연습장에 들러 샷을 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확실히 이범호는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골프만 하면 즐겁다고 말한다. 내기 골프를 하다가 돈을 잃더라도 흰색 공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묘하단다. 야구 시즌이 끝나고는 골프장으로 찾아오면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전지훈련을 가도 쉬는 날엔 무조건 골프백을 둘러메고 골프장으로 향하곤 한다.

과거에 그가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이 근처에서 열렸다. 우연한 기회에 양용은과 9홀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의 말이다. “양용은 선배가 대회 연습 라운드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선배와 노승열 선수 그리고 저는 9홀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양용은 선배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골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후에야 그때가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선배를 졸라 18홀을 돌자고 부탁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가장 아쉽고 후회스러운 부분입니다.”

이범호는 야구 선수 중에도 꽤 유명한 장타자다. 지난해 우승 팀이 초청하는 야구인 골프 대회에서 그는 301m를 기록해 손혁 코치(SK와이번스, 307m)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있다. 항상 머릿속에 ‘오비’라는 단어로 꽉 차 있다. 무리하게 드라이버 샷을 하면서 두 번(파4홀)만에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드라이버 샷도 문제지만 퍼트도 어려운 부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제 베스트 스코어는 80타입니다. 퍼트만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면 70타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문제는 한 라운드에 40개 넘게 기록하는 퍼트의 수입니다. 거리 감각이 없는 편이에요. 거리 조절이 힘들어서 클럽 헤드에 납도 달고 퍼터도 바꿔보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보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아요. 유튜브에 있는 레슨 영상을 보고 제 퍼트를 체크해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는 야구 선배들과 라운드를 자주 하는 편이다. 특히 같은 팀의 임창용이나 서재응 코치와의 플레이를 즐기지만 완벽하게 제압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단다. K IA타이거즈의 윤석민(투수)이다. 그는 70타대를 기록하는 선수로 골프에서만큼은 야구 선수 중 최고라 불리고 있다. “항상 지지만 가끔 아주 가끔 이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이길 때가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웃음)”

주로 선배들과 플레이하다 보니 겪는 재미있는 일도 많다. 그중 하나는 룰과 에티켓에 관한 부분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선배 송진우와 라운드를 하다가 실수로 퍼팅 라인을 밟았다. 그러자 송진우는 2벌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범호는 최근까지도 상대의 퍼팅 라인을 밟으면 2벌타를 받아야만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골프장 매너에 대해 호되게 배운 셈이다.

이범호는 자신의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은 몇 가지 내용을 공개했다. 골프에서 70타대를 기록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타이거 우즈와 플레이해보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최근 부활하는 모습을 T V 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타이거가 경기할 때 내뿜는 남다른 포스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요. 모든 이의 바람이겠지만 그와 라운드를 하게 된다면 정말 대단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야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2000경기 출전이다. 그는 이미 우승 반지도 수집했고 300홈런, 1000타점이라는 야구 선수로서 의미 있는 개인 기록도 세웠다. 다치지 않고 1년을 완주하는 것이 자신이 바라는 2000경기 출전에 한발 다가서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야구를 할 때만큼은 신인 때 설레던 그 기분과 떨림 그대로입니다. 제 마음은 아직도 스무 살인 것 같은데 어느새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이뤘고 내려오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내려올 준비도 잘해야 할것 같습니다.”

사진=더그아웃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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