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오래된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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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의 오래된 증인
  • 김기찬
  • 승인 2018.04.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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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의 오래된 증인


이 커다란 떡갈나무는 오거스타내셔널의 18번홀을 지키는 마지막 파수꾼이다.

골프 코스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오크몬트와 파인밸리를 비롯한 여러 코스가 설계가의 의도와 비전을 복원하기 위해 잔디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의 나무를 제거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또는 상징적으로나마 뿌리로 돌아가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오거스타내셔널에서는 오히려 나무를 애지중지한다. 골프계에서 가장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진입로에 매그놀리아 레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매그놀리아는 목련이라는 뜻이다). 클럽하우스 맞은편에 서 있는 커다란 떡갈나무는 마스터스 주간과 그 전후로 사람들이 즐겨 모이는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무슨 계획이 있으면 이곳을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하 는 것으로 충분하다. “8시에 큰 나무 밑에서 만나.” 코스에는 아이젠하워 나무가 있었다. 대통령과 그의 슬라이스를 괴롭힌 17번홀의 테다소나무를 그렇게 불렀다. 2014년에 눈 폭풍으로 아이젠하워 나무가 쓰러졌을 때는 다들 누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슬퍼했다. 그 후로는 18번홀 그린 근처에 있는 떡갈나무(해마다 그 앞에 커다란 리더보드가 세워지는)가 이 코스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꼽히게 됐다. 1930년대 초에 찍은 사진을 보면 그때는 이 나무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지금은 키가 13~16m까지 자랐고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길이는 거의 29m에 달한다. 아름드리라는 말이 부족할 만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줄기의 지름은 1.6m이며, 아마 살아 있는 떡갈나무 중 가장 크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예상 수령은 200~300년이지만 일부 떡갈나무 중에는 1500년을 넘긴 것도 있다고 한다. 이 특별한 나무가 천수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줄 지지 케이블과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다. 이제 남은 건 이름뿐인데 글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유려한 왕관… 거대한 아름드리… 뿌리 깊은 나무… 정중앙… 햇볕에 물드는 오렌지빛. 이봐요, 짐 낸츠. 그냥 트럼프 나무라고 합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던데.

사진_존 휴엣(John H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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