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승의 人스타] 홍란,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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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승의 人스타] 홍란,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될까?”
  • 김기찬
  • 승인 2018.03.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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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승의 人스타] 홍란,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될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심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억누를 수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탐욕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합법적 목표를 이루고자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는 사람의 욕망은 타인에게 귀감이 될 만한 행위로 인정받곤 한다.

프로 데뷔 15년 차 홍란(32, 삼천리)이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브루나이레이디스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8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프로 통산 4승째다.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홍란은 “오랜만에 우승하니까 8년 전 우승할 때의 기분이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모든 우승을 통틀어 이번 우승이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8년을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이 더 컸다”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번 우승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홍란이 소위 잘나가던 시절(?) 자신이 누리던 것과 당연하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점차 사라지는 걸 지켜볼 때는 힘들었다.

그는 “8년이라는 시간이 나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기에 충분했다”면서 “나는 주목을 받는 선수가 아닌 수많은 투어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내 위치이고 그 자리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홍란은 “우승자가 많이 나오는 최근 투어 환경에서 내가 우승했다고 예전과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저 묵묵히 투어에서 활동하던 어떤 선수가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했다며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고 했다.

사실 그는 브루나이레이디스오픈 일주일 전 베트남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챔피언십에서 1타 차로 컷 탈락했다. 홍란은 “지금 있는 곳이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곳이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절실히 느낀 대회였다”며 “나는 마음을 충분히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베트남 대회에서 컷 탈락한 이후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인정하기 싫지만,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투어가 힘든 게 아니라 좋지 않은 성적을 냈을 때 그것을 버텨내는 내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힘듦의 무게가 유독 더 무겁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란은 바로 이어진 브루나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은퇴’라는 단어를 더는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게 됐다. 그의 말이다.

“그동안 나는 우승이 없어도 꾸준하게 투어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오랜만에 우승이라는 행운이 찾아왔다.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보려고 한다. 통산 4승을 거뒀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한 번은 메이저 타이틀을 갖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30대에 접어든 홍란에게 투어 선수로서의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홍란 자신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동안 그래왔듯이 그가 밝힌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을 우리는 옆에서 응원하면 충분하다.



사진=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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