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색’ 세 여자의 수다 [People :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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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세 여자의 수다 [People :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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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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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세 여자의 수다 [People : 1601]

사진_공영규, 이승훈 / 헤어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by서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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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세 여자의 수다

반가운 얼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아마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중계를 유심히 지켜본 독자라면 이들이 더욱 반갑지 않을까 싶다. 생생한 현장을 시청자에게 놓치지 않고 전달하기 위해 필드를 동분서주했던 SBS골프의 코스 코멘테이터 신나송, 배경은, 박시현을 만났다. 그녀들이 대방출한 다양한 에피소드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였다. 글_고형승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날은 연말을 맞아 SBS골프에서 기획한 특집 프로그램 ‘세 여자 쇼’의 녹화가 한창이었다. 담당 PD의 양해를 구해 한자리 슬쩍 꿰차고 앉아 세 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프로그램은 2015년 KLPGA투어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1년을 돌아보고 핫이슈와 최고의 명장면을 선정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의 MC들처럼 막힘없이 술술 진행하는 모습에 전문 방청객으로 빙의해 연신 물개 박수를 쳐댔다.

 



배경은, 신나송, 박시현은 2015년 KLPGA투어의 코스 코멘테이터로 1년을 보냈다. 코스 코멘테이터는 말 그대로 대회가 열리는 코스에 직접 나가 현장 중계를 하는 해설자를 뜻한다. 이들은 각 대회를 하나씩 맡아서 교대로 해설을 했기 때문에 시즌 중에는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가 꺼져도 그녀들의 수다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3인방 중 배경은과 신나송이 1985년생으로 동갑이며 박시현은 1988년생으로 이들 중 막내다. 특히 배경은은 만 열다섯 살(KLPGA 2000년 입회)에 프로에 데뷔한 원로(?) 골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방송 경력은 이와는 반대다. 박시현이 가장 먼저 방송에 얼굴을 비쳤고 그다음이 신나송 그리고 배경은 순이다. 박시현은 2014년부터 코스 해설을 시작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코스 코멘테이터의 원조는 서아람 현 한남대학교 교수다. MBC ESPN 시절이니 꽤나 오래전 일이다. 최근 LPGA와 KLPGA투어의 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결을 펼친 ING생명챔피언스트로피에서 김성주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추며 오랜만에 해설자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후 지금은 JTBC골프에서 활약 중인 한설희가 코스 해설의 계보를 이었고 현재 2세대 코멘테이터가 등장했다.



계속해서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쯤에서 그럼 퇴장. 사실 우리는 이들 세 명과의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중 마침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슬쩍 한번 가본 것이다. 맛있는 점심까지 사주며 격하게 환영해준 SBS골프의 허철영 PD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아, 밥값은 해야지. ‘세 여자 쇼’는 2015년 12월29일(세 여자 중 박시현의 생일이기도 하다) 화요일 저녁 10시30분에 방송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시청 바란다.

자, 그럼 지금부터 우리의 2세대 코멘테이터들은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또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자.

 

 

 

Park Shi Hyun

박시현

 

 

GD : 코스 해설을 해보니 어떤가? 박시현 : 가장 신기한 건 그동안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적은 없었는데 직접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가까운 곳에서 보니까 느낌이 정말 달랐다는 것이다. 특히 박성현이나 이정민 선수처럼 거리가 많이 나면 골프가 참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플레이는 나와는 아주 많이 달랐다.

 

코스 해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 같나?

개인적으로는 2014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아니 지금도 배우고 있다. 인터뷰는 재미있는 것 같다.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현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좋다. 또 함께 활동하던 선수들과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그 마음을 잘 아니까 어떤 말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친한 언니나 동생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져야만 인터뷰가 자연스럽고 시청자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었다면? 박인비와의 인터뷰다. 인비와는 동갑인데 ‘인비님’만의 포스가 있다. 항상 인터뷰 들어가기 전에는 서로 이런저런 사전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푼다. 질문의 내용도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미리 생각을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인비한테는 말을 편하게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함께 플레이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같은 프로 골퍼이고 나이도 같은데 그녀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골프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나 그녀가 세계 랭킹 1, 2위를 다투는 선수라서 그런 게 아니라 범접하기 힘든 그녀만의 포스가 있다. 언니 포스. 물론 인비가 결혼도 했으니 인생 선배와 같은 느낌은 있었겠지만 말이다. 인생의 무게를 오롯이 다 짊어지고 있는 듯, 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치러내 경지에 오른 듯 무심한 말투로 툭툭 내뱉는 데에서 그녀만의 내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인비느님!

 

방송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룰 부분이 항상 민감하다. 공이 어떻게 놓여 있느냐에 따라 룰을 적용하는 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해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 공이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으면 간단한 상황 설명과 함께 내가 자주 쓰는 말이 있다. “경기위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이정민이 친 볼이 나무를 맞고 케이블 선에 걸린 채 놓여 있었다. 룰 판정으로 인해 15분 정도 지연됐는데 그 뒤에는 우승 조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혜윤이 속한 조였다. 나는 방금 일어난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볼이 날아오는 게 아닌가. 왼쪽 카트 도로를 맞고 크게 튀어 오른 공에 맞을 뻔한 것이다. 너무 무서웠지만 다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방금 김혜윤 선수가 샷을 했는데요. 제가 맞을 뻔할 정도로 크게 튀어나갔습니다. 볼이 어떤 상황인지 한번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스튜디오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가?

코스에서 볼 때와 카메라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약간 다를 수 있다. 그린의 모습은 스튜디오에서 잘 볼 수밖에 없다. 코스에서 “그린 쪽으로 잘 간 것 같습니다”라고 해도 볼이 굴러서 그린 밖으로 나가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선수들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멀리 떨어져서 해설을 하는 편인데 “김효주 선수 위치라면 나무에는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하자마자 레이업을 하는 것 아닌가. 물론 그게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잘못 볼 수도 있다는 걸 항변하고 싶어 꺼낸 말이다.

 

코스 코멘테이터의 주요 역할은?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당시 바람의 세기나 방향, 선수가 구사한 샷의 구질, 그린 위의 브레이크 등을 카메라에 모두 담기란 시스템적으로 어렵다. 또한 선수가 그 샷을 하기 전에 어떤 경기의 흐름을 타고 있었는지, 선수의 현재 심리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해 스튜디오에서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선수가 걸어가면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한다거나 물을 심하게 자주 마신다거나 캐디와의 잡담이 늘었다거나 하는 모습을 통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그런 모든 일을 시청자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게 코스 해설자의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신이 해설한 걸 모니터링도 하나? 그날 바로 하는 편이다. (신)나송 언니는 우승자 인터뷰를 할 때 참 침착하게 잘한다. 하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너무 감정이입이 돼서 함께 흥분하는 편이다. 전인지가 한·미·일 메이저 대회 석권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흥분이 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금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며 급 흥분 모드에 들어가자 담당 PD가 좀 자제하라고 했다. 나는 특히 첫 우승한 선수나 오랜만에 우승한 선수에게는 정말 감정이입이 100% 되는 것 같다. 함께 울컥하기도 하고 내 표정이나 톤은 이미 우승한 선수와 다름이 없다.

 

이제는 갤러리도 많이 알아볼 것 같은데?

코스에서 스탠바이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함께 사진을 찍자며 요청해올 때는 정말 난감하다. 요즘 가장 좋은 건 갤러리가 먹을 걸 많이 가져다준다는 것. 나에게는 은재라는 꼬마 팬이 있는데 자신이 직접 손 글씨로 “늘 응원한다”는 편지를 써서 줄 때는 정말 감동이었다. 원래는 이정민을 응원하러 할머니와 함께 오는 아이인데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오기도 한다. 언젠가는 할머니가 내 얼굴이 담긴 볼마커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낀다.

 

2015년 KLPGA투어를 한번 정리해보자면?

전인지의 해다. 전인지의 샷이 하민송의 배를 맞고 들어온 때가 있었다. 그것만 봐도 느낄 수 있지 않나. 올해는 모든 우승의 기가 (전)인지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아니 4라운드 오전까지만 해도 10위권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치고 올라온다. 그럴 때는 누구도 꺾을 수 없다. 정말 무서운 기세다.

 

2016년을 전망해보자면?

전인지가 미국으로 가면 박성현이 잘하지 않을까. 감정의 기복이 없는 선수라 대회 막판에 무너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말 침착하다. 일단 우승해봤다는 건 이미 다른 선수들보다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2016년은 ‘박성현의 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LPGA 클래스 A 필기와 실기를 모두 통과하고 논문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또 경희대학교 대학원 커뮤니케이션융합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자꾸 찾을 수 있게끔 경험과 지식을 계속 쌓아나가고 싶다.

 

 

Bae Kyeong Eun

 배경은

GD : 코스 해설을 해본 소감은? 배경은 : 선수 입장으로만 투어 생활을 하다가 막상 다른 입장에 서보니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회를 위해 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는지 그동안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 관련 일을 하다 보니까 ‘와, 정말 많은 사람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 선수들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겠지만 정말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골프밖에 모르고 살던 내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처음에는 인이어에서 총괄 PD부터 카메라 감독까지 네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 큐 사인을 잘 골라 들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한국여자오픈 때 양수진과 인터뷰하는 도중에 3초 정도 정적이 흐르는 방송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미리 멘트 준비해서 말하기도 바쁜데 인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도 집중해야 하니까 적응하는 데도 꽤 긴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래도 투어 생활할 때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훨씬 적어서 코스 해설이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투어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었나? 자주 듣는 질문이긴 하지만 ‘내가 저기에서 플레이하고 있어야 하는데’라는 미련은 단 1%도 없다. 오히려 로프 바깥에서 선수들을 지켜볼 때 그들이 지금 어떤 심정이겠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한때 상금 랭킹 1위를 할 만큼 최고의 선수였는데 정말 미련이 없다고? 투어 생활만 15년 했고 그전에도 3~4년 정도 골프를 했으니 인생의 3분의 2(20년 정도)를 골프를 한 셈이다. 골프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었고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막상 골프를 빼버리면 평범한 사람보다 못하다는 걸 느꼈다.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5년이나 10년 단위로 세운 계획을 적어놓은 것이 있었다. 거기에는 30~35세에 은퇴하겠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어느덧 서른 살이 됐다. 아마도 결혼이 그 시기를 앞당기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물 만난 고기처럼 취미 생활도 즐기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고 있다.

 

굳이 코스 해설자로 변신한 이유가 있나?

비록 은퇴는 했지만 골프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더니 대학원 진학, 스포츠마케팅 관련 일, 레슨, 방송 정도로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그중 하나인 방송이 눈에 들어왔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 방송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때마다 지나가는 말로 “은퇴하면 우리랑 같이 일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그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줬고 바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골프는 전문가지만 방송은 초보 아닌가?

일단은 방송에서 쓸 수 있는 용어부터 익히기 시작했다. 방송국 PD가 골프에서 쓰이는 잘못된 용어나 표현을 알려줬다. 예를 들어 그린 경사를 읽을 때 ‘라이가 어렵네요’라고 주로 말을 하는데 ‘브레이크가 어렵네요’ 혹은 ‘경사의 커브가 심하네요’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골프를 치다’가 아닌 ‘골프를 하다’라고 표현해야 하며 선수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퍼터를 하다’가 아닌 ‘퍼트(팅)를 하다’라고 말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간과하고 쓰던 용어 중 잘못된 것이 의외로 많았다. 실수도 많았을 것 같은데?

코스 해설가 세 명 중 내가 사고를 가장 많이 쳤을 것이다. 때에 따라 마이크를 하나만 줄 때가 있고 두 개를 줄 때가 있다. 한번은 내가 질문을 하고 멍하니 답변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마이크가 하나밖에 없었다. 또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선수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는데 갑자기 눈앞으로 주황색 물체가 휙 지나가는 게 아니겠는가. 라커룸 키를 손목에 차고 있었는데 깜박하고 그대로 카메라 앞에 나선 것이었다. 결국 중간에 마이크를 바꿔 잡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생방송으로 내 라커룸 번호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말았다. 한번은 손등이 타는 걸 염려해 착용한 토시가 그대로 화면에 잡힌 적이 있었다. 담당 PD가 “도대체 손은 어디 있는 거야?”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댔다. 잠깐 짬을 내서 화장실에 갔는데 그 사이에 스탠바이 사인이 떨어져 심장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뛴 적도 있었다.

 

모니터링은 직접 하나?

직접 하기도 하고 투어 생활할 때의 팬들이 모니터링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지적을 많이 해주니 정말 고맙다. ‘어’가 너무 많다, ‘음~’을 너무 길게 하지 마라, 말할 때 자신 있게 해라 등등. (신)나송이는 여성스러운 톤이 정말 듣기 좋다. (박)시현이는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이끌어간다. 순발력도 뛰어난 것 같다. 나는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미국에서 활동할 때도 코스 코멘테이터를 봤을 텐데?

나이 많은 코스 해설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한 가지 확실히 차이가 나는 건 중계에 투입되는 물량의 규모가 다르다는 것. 와이어리스 카메라 수나 투입되는 인력 그리고 장비의 퀄리티 면에서 많이 앞서가는 것 같다. 미국의 방송 스타일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도중에도 인터뷰를 한다. 우리 선수들은 게임에 너무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니 그런 게 경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쉽지는 않겠지만 투어가 더 활성화되고 게임이 많아지면 그만큼 부담이 적어질 테니 국내 투어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코스에서의 활동 범위가 폭넓어진다면 여러 가지 상황을 시청자에게 자세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해설자와 의견이 달랐던 적은?

물론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투어에서 최근까지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그린 스피드가 3.5 정도면 그렇게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해설자는 스피드가 2에서 3으로 넘어가면 빠르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럴 때는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당당히 의견을 내는 편이다. 가끔은 내가 틀린 정보를 전달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바로 정정하려고 노력한다.

 

2016년을 전망해보자면?

아무래도 박성현이 큰 활약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일단 기본기가 탄탄한 스윙을 가지고 있다. 우승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성격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대회도 많이 열리기 때문에 객원 해설자로라도 참여해보고 싶다. 영어로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건 내 장점이기도 하다. 현재는 기업 강의나 개인 레슨을 위주로 하고 있다. 경희대 골프경영학과를 나왔는데 앞으로는 대학원에서 골프심리를 공부해보고 싶다. 마케팅 관련 일도 적성에 맞을 것 같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 좋다. 술도 제법 즐기는 편이니까. (웃음)

 

 

Shin Na Song

신나송

 

 

GD : 코스 해설로 처음 대회장에 갔을 때 기분은?

신나송 : 예전에 투어 생활을 잠깐 하기는 했지만 대회장에 가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느낌처럼 무척 설레었다. 내가 대회에 직접 참가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심장이 정말 심하게 요동친 걸로 기억한다. 첫 대회에서 첫 티오프 할 때와 비슷한 떨림이었다. 처음이라는 것은 사람을 어색하게 만든다. 또 대회 코스 안의 느낌은 묵직하다. 우려와 낯섦이 공존했던 것 같다.

 

방송 생활은 많이 해봤기 때문에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 것 같은데?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레슨과는 약간 달랐다. 시즌 초반에 PD가 “방송을 오래 했으니까 떨릴 거 없잖아”라고 했는데 오히려 그 말이 더 떨렸다. 같은 카메라이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것을 레슨하는 것과 코스의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방송 중에 실수한 적은 없었나? 물론 당황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크게 실수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화면에 자주 잡혀 부끄러웠다. 선수들이 샷을 하면 볼의 위치를 확인하고 거리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큐 사인이 들어오기 전까지 뛰어다녀야 한다. 또 방송에서의 실수가 아니라 필드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당황한 적이 있었다. 선수들이 연습 라운드를 할 때 우리도 마지막 조로 플레이하면서 코스를 답사한다. 하루는 전반 9홀을 끝내고 후반 9홀은 그냥 걸어서 코스를 체크하려고 했다. 카트를 세워두려고 급하게 코스를 빠져나가는데 앞 조에서 플레이하고 있던 홍란의 클럽이 걸려서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7번 우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바로 다음 날이 대회였으니 그야말로 서로 ‘멘붕’ 상태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하필 그 대회에서 홍란이 장염에 걸려 대회 도중 기권을 했다. PD들이 “너 때문에 기권한 거야”라며 놀려댔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코스 해설가 세 명의 색깔이 정말 다 다른 것 같은데? (배)경은이는 내가 가지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우승 경험도 있고 해외 무대에서의 경험도 있으니 우승권에 있는 선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또 최근까지 투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코스를 공략하는 법도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다. (박)시현이는 워낙 말을 잘한다. 멘트가 매끄럽다. 그리고 언제나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방송에 임하기 때문에 보기가 좋다. 정작 내가 나온 방송은 부끄러워서 모니터링을 잘 못한다. TV 속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게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

 

코스 해설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시간 여유가 없다는 것. 어느 특정한 조를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몇 개 홀을 지정해 거기에서 대기하며 선수들을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구질 등을 체크하기가 힘들다. 단순히 볼이 놓인 상황 정도만 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쉽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주로 사용하던 구질이 아닌 다른 샷 스타일을 선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 결국 보이는 상황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답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조금 더 자신 있게 내가 판단한 상황을 정리해서 시청자에게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

 

코스 해설을 앞두고는 어떻게 준비를 하나?

수요일에 생방송이 있어서 4라운드 경기는 주로 가지 못한다. 목요일에 가서 코스를 답사하고 금요일은 9시부터 나가서 기다린다. 오전에는 조 편성과 핀 위치가 어떤지도 확인하고 코스에 대해 경기위원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특이 사항을 알고 싶으면 연습 그린에 가서 주로 캐디들에게 물어본다. 그다음에는 메이크업하고 옷 갈아입고 점심 먹고 12시부터 방송에 들어간다.

 

선수들에 대해 정말 많이 알아야 할 텐데?

주로 인터넷을 활용한다. 마지막 날 서너 명 정도가 우승을 다툰다면 엄청 바빠진다. 잘 알려진 선수라면 모를까 루키나 무명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면 시간이 부족하다. 협회 사이트에 나온 기본 정보부터 그동안의 기록,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검색해서 선수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질문을 정리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암기한다. 내 암기력이 꽤 괜찮은 수준이라는 걸 방송하면서 알게 됐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코스 코멘테이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방송하면서 아마추어 골퍼들을 대상으로 레슨도 해봤고 선수 생활도 해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처한 상황을 시청자에게 자세히 전달해주는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과 호흡하며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가끔씩 헛소리를 해서 문제이긴 하지만.(웃음)

 

개인적으로 2016년에는 어떤 점을 보강하고 싶은가?

선수들 파악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선수별로 어떤 성향이며 어떤 구질을 보유하고 있는지, 또 어느 정도 거리에서 주로 몇 번 아이언을 선택하는지 정도만 파악하고 있어도 양질의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알고 있는 만큼 전달할 것이 많아지니까. 나만의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코스 해설을 시작하면서 ‘혹시라도 내가 잘못해서 이런 시스템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다. 선수들이나 시청자들이 봤을 때 우리의 존재가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스 해설도 중계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성실하게 임해서 골프 해설이라는 롤이 제대로 정착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여자프로골프투어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정반대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KLPGA투어는 대회도 얼마 없었고 상금 규모도 작았다. 지금은 선수들이 투어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다. 규모가 이렇게 커진 것에 항상 감사하고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모두 한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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