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김지윤, 내가 결정한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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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김지윤, 내가 결정한 골프
  • 김기찬
  • 승인 2018.03.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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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김지윤, 내가 결정한 골프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이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원하는 것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는 이는 더 드물다. 이미 스무 살도 되지 않아 이 이치를 깨달은 선수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등장했다. 김지윤이 올해 강력한 신인상 후보 중 한 명인 이유다.

나는 원래 수영을 했다. 잘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것 같다. 긴 팔다리 때문에 어머니를 비롯한 어른들은 내가 수영 선수에 적합한 체격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물에만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수영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다는 걸 그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어떤 스포츠든 한 번쯤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고비라고 하기엔 눈물이 날 만큼 지루했다. 재미가 하나도 없었고 시간은 무척 더디게 흘러갔다.

어머니는 어린 딸(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이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자 더는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나는 그때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했던 걸로 기억한다. “저는 수영 선수가 되기 싫어요!” 아마도 외동딸의 그런 강한 발언이 어머니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왜 하나밖에 없는 딸을 운동을 시키려고 하느냐는 주변의 만류도 한몫했던 것 같다. 결국 한동안 그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다.



4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어머니와 함께 스포츠센터를 다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일부러 지하에 수영장이 있는 스포츠센터로 나를 이끌었다. 수영장 냄새를 맡으면 언젠가 다시 수영하고 싶다는 말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운동하고 있을 때 나는 6층에 있는 골프 연습장을 들락거렸다. 거기에는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물론 언니, 오빠들이 연습하고 있었다.

일주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가 조용히 앉아서 날아가는 볼을 바라봤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뻘의) 레슨 코치는 어린아이가 드나드는 걸 알면서도 특별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하루는 내가 오랜 시간 동안 보이지 않자 어머니가 직접 연습장으로 찾아왔다. 그러자 그 노(老)코치는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나에게 드라이버를 주고 쳐보라고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내 눈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단번에 볼을 때려냈다.

나는 모든 것이 그런 식이다. 무엇을 배울 때 먼저 유심히 지켜보며 머릿속으로 파악한 후 그것을 수행하는 스타일이다. 당시 30kg에 불과하던 여자아이가 무거운 드라이버를 들고 때려내는 걸 본 주위 사람들도 분명 놀랐던 것 같다. 그날 어머니는 “너 그게 뭔지는 알고 한 거니?”라고 물었다. 나는 “몰라요. 하지만 어른들이 치는 걸 봤는데 재미있어 보여요. 저 그걸 꼭 배워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6개월쯤 연습장의 노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다. 일주일에 세 번씩, 1시간 정도 배웠는데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닐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러자 그때 어머니는 수영에 대한 미련을 버렸던 것 같다. 정말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그 시간이 소중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아 속상하고 화날 때가 많았다. 이상한 건 지금도 골프를 하지 않는 날은 시간이 무척 더디게 흐르는 느낌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대회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무척 창피한 일을 겪었다. 파3홀에서 아이언으로 한 샷이 섕크가 나면서 오른쪽 해저드로 들어가고 말았다. 왜 섕크가 나는지 스윙의 원리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다시 휘둘렀지만 또 볼은 오른쪽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또 한번. 다시 또. 결국 한 홀에서 다섯 번의 섕크를 내고 말았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건 최악이었다.

내 롤모델은 모두 남자 프로 선수들이다. 타이거 우즈는 당연히 그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의 파워풀한 스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자 선수들은 파워보다 리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몇몇 선수들은 파워풀한 스윙을 구사하지만 남자 선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는 스윙 스피드를 빠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많이 미흡하다.

지난해 상반기에 열린 KLPGA 준회원선발전은 내게 시련을 준 동시에 동기를 부여한 중요한 대회다. 나름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나흘간 10오버파를 기록했다. 충격이었다. 이후 KLPGA 3부투어에 출전하며 한 디비전에서 상금 순위 2위에 올라 준회원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3부투어 7차전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정회원이 됐다. 1년 안에 나는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한다.

2018 시즌 첫 대회로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챔피언십이 내 1부투어 데뷔 무대였다. 공동 36위에 오른 것으로 아주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배울 소중한 기회였다. 롱 게임보다 쇼트 게임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타수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에 태국 파타야로 40일간 훈련을 다녀오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평소 TV로만 보던 선배 선수들과 만남은 무척 떨렸다.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자에 손을 집어넣어야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선배들은 내가 걱정한 것이 무색할 만큼 잘 대해줬다. 그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냥 즐겼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김지현 선수는 실물이 훨씬(?) 예뻤다.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는 연신 “예쁘다”는 말을 내뱉었다.

최혜진과 나는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하지만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그는 항상 주목받던 유망주였고 나는 그렇지 않았다. 참가하는 대회의 수준이 달랐기 때문에 자주 마주칠 일도 없었다.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올해 신인상 경쟁을 해야 하는데 부담스러운 상대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꾸준히 플레이하는 게 내 강점이기 때문에 시즌 내내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친다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내 플레이 스타일은 다소 공격적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닥공’ 스타일도 아니다. 전략을 잘 짜서 덤비는 걸 좋아한다. 다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념을 갖기 위해 스스로 계속 주문을 건다. 고집도 있고 독기도 있다. 욕심도 많은 편이다. 욕심이 과하다는 건 집념이 뛰어나다는 말과 다른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사실 골프 외에는 모든 걸 양보할 수 있다. 골프처럼 다른 걸 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니까.

경기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항상 모든 것이 좋을 수만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럴 때는 클라이밍을 하거나 서핑을 즐긴다. 특히 클라이밍은 골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악력도 강화할 수 있고 코어의 힘도 키울 수 있다. 단점이라면 손바닥이 까지는 것이다. 골프 클럽을 잡을 때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에 불편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하고 있다. 요가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올해 목표는 신인상이다. 나는 구체적인 단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세운 가장 먼 목표는 10년 후다. 그 정도는 장기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때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 그것을 위해 지금 어학 공부도 따로 하고 있다.

Kim Ji Yun 김지윤 나이 19세 신장 169cm 소속 스포츠인텔리전스 후원 PNS창호(메인), 타이틀리스트(용품), 파리게이츠(의류) 학교 세종초-육민관중-양곡고 성적 점프투어 7차전 우승, KLPGA 시드순위전 19위(2017년)



사진=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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