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의 무대가 된 제이드팰리스 [국내코스 :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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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의 무대가 된 제이드팰리스 [국내코스 : 1710]
  • 김기찬
  • 승인 2017.10.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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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의 무대가 된 제이드팰리스 [국내코스 : 1710]
메이저의 무대가 된 제이드팰리스

공연이 끝난 무대를 바라보면 쓸쓸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정적과 고독을 노래한 어떤 이의 노랫말 때문일 게다. 1만 명이 넘는 갤러리가 휩쓸고 지나간 골프장 역시 비슷한 느낌이다. 그때의 활발함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한 이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글_고형승 / 사진_이승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메이저 대회는 모두 다섯 개다. 그중 올해 처음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것이 바로 ‘한화클래식’이다. 지난해까지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골프리조트에서 열리던 대회가 올해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제이드팰리스골프클럽으로 옮겨왔다. 상금도 12억원에서 2억원 늘어난 14억원 규모로 열렸다. 제이드팰리스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대한민국 베스트 코스(11위)이기도 하다. 대회는 오지현이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마무리됐다. 대회가 끝난 지 2주가량이 지난 후 다시 제이드팰리스를 찾았다. 아직도 제이드팰리스는 메이저 대회의 여운을 한껏 머금은 듯 보였다.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한화클래식 2017’이라는 오렌지색 대회 로고가 담쟁이덩굴과 절묘한 어울림을 선사하며 여전히 내장객을 반기고 있었다. 골프장 연못에 떠 있는 대회 타이틀도 가을 하늘의 청명함이 더해져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제는 오리들의 휴식처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제이드팰리스는 대회 두 달 전부터 메이저 대회를 치르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제이드팰리스는 18홀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산악형 골프장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아 프로 선수들이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긴 거리 외에는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레그 노먼 특유의 깊은 페이스드 벙커쯤은 선수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아마추어 골퍼와 달리 정확한 샷을 구사하기 때문에. 결국 프로 선수들도 당황할 만한 장치가 필요했다. 김동석 제이드팰리스 코스관리팀장의 말이다. “기존의 페어웨이 폭이 30m 정도인 걸 20m 이내로 모두 줄였습니다. 러프도 원래 45mm에 맞춰서 깎은 걸 대회 때는 70~100mm 정도로 유지했습니다. 또 그린의 경도(딱딱한 정도)와 스피드를 높여서 정확한 샷이 이뤄지지 않으면 튕겨 나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옆에서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지성 제이드팰리스 본부장도 거들었다.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고 총상금도 많아졌으니 선수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한 조치입니다. 요행으로 우승자가 나오기엔 대회의 규모가 커졌잖아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우승할 수 있게끔 페어웨이와 러프 그리고 그린의 난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회를 일주일 남겨놓고는 하루에 5~10개 팀만 받으며 코스 관리에 치중했다. 하지만 시간당 45mm 이상의 비가 내리면서 그린의 경도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그 주에 내린 잦은 비로 대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본부장의 말이다.



“대회가 열리는 주에는 매년 늦더위로 고생을 하던 터라 저희는 그걸 염려하고 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폭우가 쏟아지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코스관리팀 직원들이 그린에 비닐을 덮고 최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유지하느라 고생이 정말 많았어요. 다행스럽게도 대회 기간 내내 비는 오지 않았고 예년처럼 늦더위가 선수나 갤러리를 괴롭히지도 않았습니다.”

제이드팰리스는 대회를 앞두고 페어웨이 벙커에 있는 턱을 모두 없애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 깊은 페이스드 벙커에 볼이 박히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콤팩트로 다져 볼이 맞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릴 수 있게 했다. 문제는 또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프라이빗한 골프장이기 때문에 장소의 협소함에서 오는 문제였다. 일단 방송 중계 차량이 코스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로를 확장하고 일부 카트 도로에 대한 보수 공사를 했다.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가 코스 내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제이드팰리스 측은 잔디를 키우는 공간에 그물망과 타석을 설치해 임시로 드라이빙 레인지를 만들었다. 이지성 본부장은 이어 주차장 문제도 언급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심지어 대회 마지막 날은 전세 열차를 운행해 역에서 대회장까지 갤러리를 셔틀버스로 실어 나르기도 했죠. 특히 첫 열차는 약 1200명 정도가 이용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일시에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습니다만 모든 갤러리가 골프장을 벗어나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그동안 저희가 시뮬레이션을 하며 여러 상황에 대비했는데 그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나흘간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의 수만 1만2000~1만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대회 마지막 날은 6000~7000명 정도의 갤러리가 운집했다. 그런데도 갤러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낸 골프장 측의 철저한 준비로 큰 불편함이 없었다. 선수들만의 전용 주차장도 임시 드라이빙 레인지 근처에 마련했을 정도다.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한화클래식의 격전지 제이드팰리스는 이제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대회가 끝난 후 그동안 골프장을 잘 찾지 않던 회원들까지 부킹 러시에 가담하고 있다. 또 비회원이지만 라운드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회원권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배경에는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의 대회를 준비해온 제이드팰리스 임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노고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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