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롬과 US오픈 [People :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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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롬과 US오픈 [People : 1706]
  • 김기찬
  • 승인 2017.06.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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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롬과 US오픈 [People : 1706]
사진_파트리크 이아르디노(Patrik Giardino), 게티이미지(Getty Images) 존 롬과 US오픈

거물급 플레이와 고전적인 실력을 갖춘 존 롬을 주목해야 할 이유. 글_제이미 디아즈(Jaime Diaz)

존롬의 체중은 100kg이 조금 넘지만, 185cm의 체격에는 굴곡이 많지 않은 대신 전반적으로 두툼해서 골퍼보다는 전형적인 야구 선수에 더 어울리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발걸음이 특별히 묵직한 건 아니다. 스페인 출신인 그의 드라이버 스윙을 보면 거구의 포유동물이 의외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걸 봤을 때처럼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롬(표기는 ‘Rahm’이지만 ‘롬(Rom)’이라고 발음한다)의 얼굴은 젊은 시절의 스탤론을 연상케 하는데, 강한 골격을 처진 눈꺼풀이 부드럽게 완화해주는 인상이라 ‘람보’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골프 쪽에서는 다부진 폭발력으로 퍼시먼 드라이버를 강타하던 1962년경의 잭 니클라우스에 비견할 만하다. 또는 놀라운 움직임과 완벽한 타격으로 명성을 떨쳤던 근육질의 아르헨티나 선수인 로베르토 데 빈센소의 전성기와 흡사하다.

요즘 프로 골프계에는 파워 플레이어가 드물지 않다. 많은 젊은 선수들이 성공을 구가하고 있지만, 뛰어난 볼 속도와 놀라운 볼 궤도만으로 낮은 스코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타격은 강하지만 칩 샷과 퍼팅에는 취약한 선수들이 많다. 더스틴 존슨도 그걸 극복하려는 고된 노력 끝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이런 패턴에 시달렸다. 반면에 롬은 전천후의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그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췄던 선수는 1990년대 이래 단 한 명뿐이다. 필 미컬슨과 어니 엘스, 타이거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제이슨 데이, 로리 매킬로이와 조던 스피스 가운데 스물두 살 때 롬만큼 여러 방면에서 실력을 발휘한 건 우즈뿐이다. 다양한 분야의 숫자를 살펴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롬은 작년 6월에 프로로 전향했고 처음 출전한 네 번의 대회에서 공동 3위와 공동 2위를 기록하며 출전권을 확보했다. 1월에 토리파인스에서 첫 우승을 거뒀을 때도 드라이버와 5번 우드로 그린 뒤쪽에 볼을 올린 후 마법 같은 18m 이글 퍼팅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롬은 그런 뒤에도 WGC-매치플레이 전까지 공동 16위와 공동 5위 그리고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오스틴의 마지막 날에는 준결승에서 426야드의 드라이버 샷이 작렬하며 빌 하스를 물리친 후 결승에서도 438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선보였지만, 존슨에게 한 홀 차로 무릎을 꿇었다.

롬의 론치모니터 통계는 소름이 끼칠 만큼 최적에 가깝다. 볼 속도는 시속 286km, 클럽 헤드 속도는 118마일, 발사 각도 12도, 2200의 rpm. “그는 이미 높낮이와 좌우, 중앙, 어느 방향으로든 골프계의 그 어느 선수보다 자유자재로 모든 샷을 구사할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키스 스바바로(Keith Sbarbaro)는 말했다. “체격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으므로 볼 속도(현재 그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302.7야드로 투어 22위다)는 더 빨라질 것이다.” 첫 마스터스 출전을 앞둔 롬은 전체 타수 획득 부문에서 투어 4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티-투-그린의 타수 획득은 2위, 드라이버 샷의 타수 획득에서는 3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프로 대회 출전 17번 만에 세계 랭킹 12위로 올라섰고, 존슨을 제외하면 이번 시즌 들어 그 어느 선수보다 많은 포인트를 획득했다. 그리고 유러피언투어에서 2018년에 파리 외곽에서 개최될 라이더컵 자격 포인트를 집계하기 시작하면 그는 상당한 점수로 팀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해줄 후보가 될 것이다. “존은 약점이 없다.” 미컬슨이 1월에 한 말이다. “모든 분야가 그의 강점이다. 그는 단순히 실력 있는 젊은 선수 이상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손꼽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롬의 애리조나주립대 시절의 감독이었고 지금은 그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팀 미컬슨이 그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필의 이런 말을 특유의 과장과 친족 주의가 섞인 칭찬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 맹렬히 질주하는 롬을 본 필은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그가 세계 톱5나 톱10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스는 오스틴에서 롬과 준결승을 치르기 전에 그를 이렇게 평했다. “그는 굶주렸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메이저 대회를 원한다. 그를 보고 있으면 이런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언젠가 대형 챔피언이 될 기질을 갖추고 있다.”

조니 밀러는 “롬의 이마에 ‘미래의 일인자’라고 적혀 있다”면서 훨씬 더 밝은 전망을 제시했다. 지난해 오크몬트에서 공동 23위를 하며 US오픈 최저타 아마추어로 선정됐던 롬이 에린힐스에서도 우승 후보로 손꼽히리라는 건 이미 확실시되고 있다. “내 플레이 스타일이 US오픈과 상당히 잘 맞는 것 같다.” 롬의 말투에는 스페인 억양이 섞여 있지만 미국에서 5년간 생활하면서 탁월한 어휘를 구사하게 된 덕분에 훨씬 원만하게 들린다. “티 샷의 정확성이 정말 중요한데 그 점에서 걱정이 없다. 나는 쇼트 게임도 뛰어나고 퍼팅 감각도 좋다. 내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대회다.” 롬의 자신감은 거침없다. 그는 파워뿐만 아니라 스윙 톱에서 왼쪽 손목을 구부리는 것까지 비슷한 존슨을 존경한다. “나는 그걸 강점이라고 보기 시작했다.” 스바바로의 말이다. “두 선수 모두 임팩트 구간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본 그 누구보다 클럽을 최소한으로 회전한다.” WGC-멕시코챔피언십에서 세 홀을 남기고 선두를 달리다가 더스틴 존슨에게 우승을 내준 후에도 그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일요일에 재대결할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한다. 그는 메이저 대회 19승이 목표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그 발언을 진화하려고 애쓰며 이런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골퍼가 되고 싶다.”

  "나는 쇼트 게임을 ‘병원’이라고 불렀다. 롱 게임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상황을 호전시켰다. "  



 

 

 

US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위대한 미국인 #009 엘비스 프레슬리.

 

 

  자유로운 영혼의 적응력 “우리 지역 사람들은 대체로 강인하고 자신만만하다.” 롬은 바리카라는 바스크 해안 지방(인구 1500명)에서 성장했다. “그러다가 조금 오만해지는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지적이다. 2012년에 애리조나주립대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그는 영어를 거의 못했고, 이메일을 통해 직접 면접 없이 팀 미컬슨에게 스카우트됐다. “기질이 자유분방한 편이지만 그래도 힘들었다.” 롬은 진학 후 처음 몇 주 동안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거의 웃지도 못했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처음 몇 달 동안은 농담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미컬슨은 첫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롬이 크리스마스까지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팀 동료 알베르토 산체스가 도와주고, 에미넘이나 켄드릭 러마의 노래처럼 혀가 꼬이는 수준인 랩을 암기하는 벼락치기 과정을 통해 기사회생한 롬은 첫 학기에 평점 3.6점을 받았고, 커뮤니케이션에서 B를 받고 졸업했다. 그러면서 대학 대회에서 11승을 거두며 재학 시의 필 미컬슨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아마추어 랭킹 1위에 등극했으며 2015년 피닉스오픈에서 5위를 하고 대학 골프 선수에게 수여하는 벤호건 상을 2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존을 설명하는 최고의 단어는 ‘진정성’이다.” 팀 미컬슨은 말했다. “그가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할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내게 졸업할 때까지 다닐 거라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부모를 보면 그가 어떤 아이인지 알 수 있는데, 그의 부모는 절대로 골프에 관해 물어보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존이 학생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생활하는가에 집중됐다.” 어디 한 군데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롬이 선수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쇼트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런 체구와 힘을 지녔으면서도 그는 본질적으로 감각을 중시하며, 스페인이 낳은 최고의 골퍼인 세베 바예스테로스와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로 인해 고착된 ‘스페인의 손’이라는 고정관념은 그에게도 그대로 부합된다. 롬은 바예스테로스를 존경하지만, 그건 그의 게임보다는 카리스마와 존재감에 대해 전해지는 일화 때문이다. 바예스테로스의 플레이를 이해하기에는 롬이 너무 어렸다. 그리고 같은 바스크 출신인 올라사발도 존경하지만 두 사람은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다. 롬의 재능에는 또 다른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롬의 부모는 발데라마에서 바예스테로스가 단장을 맡아 유럽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1997년 라이더컵을 현장에서 구경한 후에 골프를 시작했다. 정유회사의 영업사원이었던 에도르타 롬은 암벽등반이나 등산, 고공 낙하, 스카이다이빙과 프리 스키 같은 극한 스포츠의 애호가다. 유럽의 최고봉인 몽블랑 정상에도 몇 번이나 올랐다. “사실상 골프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존이 말했다. “한 번의 실수가 심각한 결과를 낳는 그런 종목. 아버지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승부욕이 대단하다.” 롬의 어머니인 앙헬라는 산파인데 온순한 성격에 태극권으로 수행을 한다. “집안의 감수성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엄마는 늘 내 성적보다 내 기분을 더 중시한다. 그리고 항상 내가 행복해지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보살피고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나는 두 사람의 가장 좋은 점을 물려받은 것 같다.” 롬의 아버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애는 할머니와 카드놀이를 할 때도 이기고 싶어 한다.” 롬은 여덟 살 때 아버지와 형인 에리스를 따라 가까운 골프 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종목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축구에서는 골키퍼를 맡았고, 하이알라이와 비슷한 바스크의 펠로타라는 스포츠에서는 눈과 손의 탁월한 협응이 요구되는 가늘고 평평한 나무 배트로 플레이했다. 골프에서 소질을 보이자마자 존은 주니어 그룹 레슨을 신청했다. 열두어 명의 소년들(존이 가장 어렸다)은 칩 샷을 하며 연습 그린 주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린 주변에서 클럽을 바꿔가며 어려운 샷을 연습했다.” 그는 말했다. “퍼팅을 50번 연속으로 시도하고 같은 종류의 칩 샷을 반복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그런 건 재미가 없었다.”

 



  중압감의 끝판왕 그들이 하던 게임 중에는 소설 <파리대왕>에서 영감을 얻은 게 있었다. “한 명이 홀에 가장 가까이 볼을 붙인 횟수가 여섯 번이 되어야 한 가지 샷에서 다른 샷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때 그 횟수가 0인 사람은 벌칙을 받았는데, 이를테면 무릎 꿇고 그린 두 바퀴 돌기 같은 것이었다. 그것도 절대 쉽지 않았지만, 최악은 바지와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고 어느 홀에서 승리한 후에야 올릴 수 있게 한 것이었다. 그건 단순한 중압감이 아니라 처절한 두려움 수준이었다. 장담하는데 토너먼트의 우승이 달린 퍼팅보다 훨씬 더 심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나는 바지를 내린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직전까지 간 적은 있었다. 그 게임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사람이 중압감을 느끼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0이었던 친구가 어떻게든 성공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승부사 본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처음 몇 홀을 이기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 앞으로 네 홀을 내리 이겨서 전부 다 바지를 내리게 만들어주겠어.’ 그런 일도 두 번쯤 있었다.” 그의 쇼트 게임은 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롬은 컨트롤이 탁월한 샷 메이커로 성장했지만 어려서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볼이 사방으로 휘어지곤 했다. 쇼트 게임은 아마 지금보다 주니어 시절에 더 좋았던 것 같은데, 그걸 훨씬 많이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한 라운드에서 아홉 번쯤 그린을 맞히고 5언더파를 기록하곤 했다. 파5홀에서는 그린 앞까지 볼을 보내놓고 늘 업-앤-다운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는 쇼트 게임을 ‘병원’이라고 불렀다. 롱 게임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상황을 호전시켰다.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애리조나주립대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브록 존슨(Broc Johnson)은 롬을 ‘커다란 곰 인형’이라고 부른다.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데도 그는 4번 아이언으로 우리가 60도 웨지로 시도하는 것보다 더 월등한 플롭 샷을 할 수 있었다.” 롬은 인조 잔디가 깔린 허름한 연습장에서 바스크의 티칭 프로인 에두아르도 세예스(Eduardo Celles)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면서 볼 스트라이킹 실력이 월등해졌다. “에두아르도를 찾아갔을 때 열세 살이었는데, 또래보다 체구가 더 컸기 때문인지 강타에 집착했고 그러다 보니 스트롱 그립을 쥐고 무작정 멀리 보내려고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에두아르도가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너는 탁월한 쇼트 게임 실력을 지녔고, 네가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잖아. 그렇다면 페어웨이와 그린에 볼을 올려놓고 지금보다 버디를 더 많이 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는 위크 그립으로 내 그립을 조정하고 스윙의 길이도 조금 줄였다. 그래도 거리는 줄어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열다섯 살이 되자 모든 부문에서 실력이 좋아졌고 이후로도 계속 발전했다. 아주 쉬웠다.” 세예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열네 살 때 크게 도약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함께 연습을 하고 있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 ‘에두아르도, 나는 세계적인 챔피언이 될 거예요.’ 그의 목소리에 가득한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어린 소년에 불과했지만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하자’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예스는 롬의 유일한 스윙 코치였지만, 존은 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에두아르도는 내게 스윙 동작이 어떻게 작용하고 그걸 어떻게 바로잡는지도 제대로 가르쳐줬다.” 롬은 말했다. “대부분은 어떻게 바로잡을지 알지만, 어쩌다 모를 경우 그에게 문자를 보내면 그가 정확한 해결책을 알려준다. 그런 일이 1년에 네다섯 번쯤 있고 12월에 내가 고향에 갔을 때 함께 스윙을 점검한다. 하지만 되도록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롬에게 약점이 없다고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 가장 뚜렷한 약점이자 롬 자신도 인정하는 건 ‘청춘의 혈기’다. 애리조나주립대 시절에도 첫 매치에서 분을 못 이겨 가방의 지지대를 부러뜨렸고 팀 미컬슨은 축구장의 계단을 뛰어서 오르내리라는 벌을 내렸다. 이제는 평정심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오스틴에서 존슨과 결승전을 벌일 때 전반 나인에서 짧은 퍼팅에 실패한 후 당황한 나머지 다음 여섯 홀 중 다섯 홀을 패하고 말았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다스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롬은 며칠 후에 이렇게 말했다. “보다시피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고,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게 골프고, 또 그런 게 인생이고, 그러면서 뭔가를 배우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롬은 애리조나주립대에서 3학년에 진학하기 전에 동향 출신인 호세바 델 카르멘이라는 멘탈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이 문제에 진지하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그는 프로 농구 선수 생활을 했고 경찰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테러리스트가 설치한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임무를 주로 맡았다. “마음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호세바일 것이다.” 롬은 말했다. “호세바는 나의 진정한 감정을 읽고, 그것이 내 게임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 사실상 우리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인생 전반이다. 나는 늘 골프를 인생에서 첫 번째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는 내게 골프 코스 밖에서 더 행복해질수록 플레이를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깨닫도록 도와줬다. 내가 코스를 벗어나면 골프를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대단한 효과를 발휘한다.” “나는 그저 사람들이 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강요해서 그가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라이더컵 유럽 팀의 단장인 토마스 비외른은 말했다. “왜냐하면, 즐거움이야말로 그가 지금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스코츠데일에 사는 롬에게는 애리조나주립대 1학년 때 만난 같은 학교 투창 선수 출신인 켈리 케이힐이라는 여자 친구가 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탁월한 요리 실력으로 롬의 식단 조절을 돕고 체력 단련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응원하면서 115kg이었던 체중을 102kg으로 줄일 수 있게 했다. “켈리 덕분에 기분도 좋고 플레이도 계속해서 더 잘할 수 있다.” 롬은 말했다. “그녀와 함께 일주일 동안 스페인에 간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켈리는 스페인이 처음이었고 나는 모든 시간을 그녀를 위해 할애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첫날 아침에 일어나더니 ‘오늘은 연습하러 안 가냐’고 묻는 것이었다. 네가 여기 있는 동안은 가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너는 연습을 해야 해.’ 그녀는 늘 내 선수 생활을 응원한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준다.” 에린힐스 출격을 앞둔 지금, 존 롬에게 그런 신뢰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면 바지와 속옷까지 전부 내려야 했다…. 장담하는데 그건 토너먼트의 우승이 달린 퍼팅보다 훨씬 더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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