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에 조금만 노력하라 전해라 [Feature :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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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에 조금만 노력하라 전해라 [Feature : 1601]
  • 엔디소프트(주)
  • 승인 2016.01.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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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에 조금만 노력하라 전해라 [Feature : 1601]




사진_KPGA, KLPGA 제공 한국남녀프로골프투어의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자 선수들은 정규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왕중왕전, LPGA와 KLPGA투어의 맞대결, 4개투어 대항전인 ‘더퀸즈’까지 이벤트성 대회가 끊이지 않고 열려 바쁘게 연말을 보냈다. 또 12월 중순에 2016 시즌 개막전까지 중국에서 열렸다. 반면 남자 선수들은 지난해 11월 초에 끝난 대회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접었다. 한국남녀프로골프투어 여고남저 현상의 원인을 분석해보고 미래를 전망해봤다. 글_고형승

이제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가 한국프로골프투어(KGT)보다 상금이나 대회 수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지난 한 해 수많은 언론을 통해 또는 지인들과의 수다를 통해 충분히, 아니 어쩌면 과하게 자주 접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언급하자면, KLPGA투어의 상금 규모나 대회 수가 KPGA투어의 2.5배 정도 된다.

외신 기자들이 한결같이 물어오는 질문은 “왜 한국은 여자 투어가 강한가” 또는 “왜 한국 여자 선수들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가”이다. 솔직히 에디터도 100% 확신할 수 있는 정답을 알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두루뭉술한 답변만 장황하게 늘어놓곤 했다. 어떠한 결과가 어찌 한두 가지의 원인으로만 설명이 되겠는가.

그동안 KLPGA투어가 세계적인 투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서는 ‘해외 투어에서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더 선전했기 때문에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국내 투어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고 ‘남자 대회에는 스타가 없지만 여자 대회에는 끊임없이 스타들이 배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분석도 여러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서 이미 식상하리만큼 계속해서 반복되어온 원인을 또 한 번 강조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금은 새로운 관점에서 또 조금은 깊숙하게 파고들어 그 원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 역시 하나의 의견에 불과할 뿐이니 너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길 바란다. 앞서 언급했듯이 100% 정확한 정답은 있을 수 없으니.



KPGA의 현실 안주는 적폐만 양산

19세기 미국의 의학자이자 문필가였던 올리버 웬들 홈스(Oliver Wendell Holmes)는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지혜다”고 말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이가 더 현명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갑자기 홈스의 말을 인용한 이유는 현재 한국남녀프로골프협회의 단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일단 KPGA는 현실 안주를 넘어 과거로 퇴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움직임이 미비하고 역동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모양새도 아니다. 그냥 정체되어 보인다.

KPGA는 2012년 제16대 회장으로 선수 출신의 황성하를 선출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4년의 임기 동안 KPGA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고 협회 발전을 위해 회원들의 단합과 화해에 힘쓰겠다”고 했다. 황 회장은 임기 초부터 투어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그의 노력은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잡음과 협회를 둘러싼 의혹을 없애고 분위기 쇄신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분위기를 도출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KPGA투어는 침체를 거듭했고 임기 말까지 그 분위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선수 출신의 회장으로서 거대한 물살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협회 임직원들이 투어 선수들을 독려하며 팬 서비스 강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회를 개최하려는 기업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갤러리의 흥미를 일으킬 만한 이슈 메이킹에도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정치도 그렇지만 행정도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 환경의 변화 그리고 대중의 요구를 분석하고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리더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KPGA는 점점 감을 잃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협회 사무국 직원들이 아무리 전문가이고 베테랑이면 무엇하겠나. 정작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행정 시스템과 다양한 마케팅 툴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지원해주는 이들이 없는 걸. 

매년 열리는 KPGA 대의원 총회에 가보면 특히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일부 원로 회원들에게 협회는 ‘우리 것’ 또는 ‘우리만의 것’이다. 따라서 ‘그들만의 것’을 탐하는 이는 모두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그들이 항상 이상한 기준에 비춰 사람들을 판단하려는 데 있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권을 나눠주는 사람, 단돈 1만원이라도 거마비를 조금 더 쥐어주는 사람은 좋은 편이고, 자신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일을 벌이려는 사람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편이다. 정말 단순한 것인가 아니면 몰상식한 것인가. 정말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기준이 그들에게 존재한다.

결국 원로 회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행정을 하려니 자연스럽게 줄서기 문화가 생기고 구태의연한 적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른바 악순환의 알고리즘에 갇히게 된다. 협회의 행정이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투어 환경의 선진화나 회원들의 복지는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일밖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척박한 환경에서 양질의 종자를 심은들 제대로 영근 열매를 기대할 수 있겠나. 땅을 뒤집어엎어 비옥하게 만들고 공을 들여 비료를 주고 맑은 물을 공급해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현재 KPGA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목표는 둘째 치더라도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자기분석이 우선 필요한 시점이다.

 



KLPGA가 부러움의 대상이 된 이유

1978년 KPGA투어 대회 상금의 일부를 떼어 처음으로 여자프로골프대회를 치르던 때가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88년에 KLPGA는 KPGA로부터 독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후 채 30년도 되지 않아 KLPGA는 친정집이었던 KPGA를 능가하는 재정 상태를 확보하고 투어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KLPGA라고 그동안 순풍에 정주행만 해온 것은 아니다. 선수 출신을 회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일부 회원들의 주장으로 지금은 별세한 구옥희가 잠깐 동안 회장직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선출 과정상의 문제로 구 회장은 물러났고 이후 약 1년간 변호사가 회장 직무 대행을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다 2012년 3월,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이 KLPGA 제12대 회장으로 추대되어 당시 휘청거리던 협회를 빠르게 정상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KLPGA는 한솔 조동만, 보광 홍석규, 하이마트 선종구 그리고 현재의 구자용 회장까지 모두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투어의 안정화에 힘써왔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10~12개에 불과하던 대회 수를 꾸준히 늘려올 수 있던 배경에는 역대 회장들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외부 감사는 물론 회장사의 감사 팀까지 동원해 협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믿음을 회원들의 뇌리에 계속해서 심어줬다. KLPGA는 국내 스포츠 단체 중 가장 투명하며 비리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단 자금이 함부로 유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KLPGA 회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적이고 발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해도 이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려 한다. 물론 이사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함이지 헤게모니 싸움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게 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단지 집안싸움이 장기화되지 않고 역대 회장들의 네트워크로 대회를 개최한 것만으로 승승장구해온 것은 아니다. 현재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무국 직원들이 어떤 방향을 향해 노를 저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 KPGA와는 약간 다르다. 

KLPGA 사무국은 단순히 현재가 아닌 미래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건 홍보 영상만 보더라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챌 수 있다. KLPGA 홍보 영상을 보면 주인공이 선수가 아닌 ‘유민’이라는 대여섯 살의 어린 여자아이다. 부모는 골프에 푹 빠져 있는 유민이를 위해 골프장으로 소풍을 간다는 내용이다. 영상에 출연하는 프로 선수들은 유민이에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인 볼은 건네는 역할만 할 뿐이다. 반면 KPGA의 홍보 영상을 보면 선수들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선수 개개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 감동을 이끌어내거나 플레이하는 장면을 경쾌한 음악을 걸어 내보낸다.

어떤가. 이제 두 단체가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보이시는가. KLPGA는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를 등장시켜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선수나 팬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건 자연스럽게 골프 대중화로도 이어지게 된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던 소년이 나중에 자신의 아들 손을 붙잡고 야구장을 다시 찾는 현상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KPGA는 당장의 스타 만들기에 급급하다.

KLPGA는 5년 후 아니 10년 후를 내다보고 홍보 전략을 짜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애쓴다. 그동안 회장이 바뀔 때마다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왔다. 거기에는 투어의 선진화부터 홍보 계획 그리고 마케팅 플랜까지 모두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10년 전 만들어진 마스터플랜을 살펴보면, KLPGA 홍보 모델의 선정부터 로고송 제작, 엠블럼의 필요성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실행에 옮겼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KPGA 역시 매년 사업 계획에 각 팀별 추진 전략을 실어오고 있지만 그야말로 전시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아닌 보여주기식 나열에 불과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만 즐비하다. 

 



KPGA에 새로운 바람 불까

최근 KPGA는 양휘부 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을 제17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까지 4년이다. 그는 선수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로 KPGA의 수장에 올라 침체된 남자프로골프투어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양 회장은 “KPGA의 발전을 위해 회원들과 많은 논의을 하겠다”면서 “2016년 KGT 대회를 18개 이상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선수 출신을 회장으로 앉혀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그것이 결코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언젠가는 KPGA든 KLPGA든 수장의 자리에 회원이 올라가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하지만 양 단체 대부분의 회원들은 선수 출신이 회장을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설령 대회 수가 늘었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골프는 이미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국 투어의 수준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수장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자제해야 한다. 하나의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KPGA는 지금부터라도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하나하나 실행해야 한다. 어차피 KPGA가 단기간에 KLPGA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앞으로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협회의 체질을 개선시켜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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