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People : 1704]
  • 정기구독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People : 1704]
  • 김기찬
  • 승인 2017.04.17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People : 1704]

사진_공영규 / 헤어 & 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 by 서일주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촉망받던 한정은이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 후로 4년이 흘렀다. 그리고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더욱 단단해져 다시 돌아왔다. 글_전민선

"올 시즌 신인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4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내가투어를 떠나 다시 돌아오기까지. 2017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컴백한다. 지난해 11월 KLPGA투어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6위를 차지해 풀 시드를 획득했다.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정석으로 밟고 골프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데뷔했다. 2005년부터 2년 동안 주니어 상비군, 2008년부터 3년간 국가 대표를 지냈다. 주장이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김지희, 김현수와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고 세계여자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대회에서도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을 차지했다. 당시에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였다. 그리고 2010년에 KLPGA에 입회했다. 2011년과 2013년에는 정규투어에서 뛰었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프로답지 못한 자세가 문제였다. 프로 타이틀을 달았는데,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 2011년 KLPGA투어 데뷔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2012년 드림투어에서 9•11차전을 우승해 상금왕 자격으로 다시 1부 투어에 입성했지만 그 결과 역시 너무 실망스러웠다. 15개 대회에 출전해 열 번 컷 오프 됐고 세 번은 기권했다. 지금껏 해온 만큼만 하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한없이 자만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주변의 너무 높은 기대감도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컨디션과 체력 관리를 못한 것도 한몫했다. 당시 목 디스크가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천식까지 왔다. 병원에 가니 천식도 천식이지만 왼쪽 어깨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전근개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로 2년간은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잡을 수 없었다.

대신 그 기간에 고려대학교 사회체육학과를 다녔다.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사진 동아리(일상다반사) 활동도 무척 열심히 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또래 친구도 많이 사귀고 선후배들과 함께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 많은 걸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았다.

그중 하나가 골프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 중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뭘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달랐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가 분명했다. 골프였다. 골프를 시작한 후 승부욕과 성취감 위주로 살다 보니 잠시 흥미가 떨어졌을 뿐이었다. 골프를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간절해지다니! 선수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인생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골프 선수로서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좇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지난해 2월 정상 호흡이라는 수치를 확인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다시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다. 바로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훈련을 시작했다. 그때 행복해서 운다는 감정을 처음 알았다. 2년의 시간 동안 골프채를 아예 놓고 지낸 터라 바로 최고의 감을 찾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기보단 차근차근 컨디션과 감각을 끌어올렸고 2부 투어를 뛰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군산CC컵 드림투어 1차전에서 우승을 맛봤다. 지난해 2부 투어 상금 순위 13위에 오르고 시드전을 치러 6위에 올랐다.

정규투어 무대는 4년 만이다. 부상이 100% 회복되지 않은 상태지만 걱정이 되기보단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하다. 더 이상 부상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초심으로 돌아가 신인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승을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체력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체력과 컨디션이 떨어지면 정신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승의 꿈을 접은 것은 결코 아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Han Jung Eun 한정은 나이 24세 신장 170cm 이력 2010 KLPGA 입회, 2012 KLPGA 드림투어 상금왕, 2016 KLPGA 드림투어 1차전 우승, 2016•2017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 6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