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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의 종가, 안양베네스트 [Course : 1203] 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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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곤 했던 코스. 왼쪽이 13번 홀, 가운데 10번, 오른쪽이 9번 홀.

 

한국 골프의 종가, 안양베네스트

 

1968년 개장 이래 안양베네스트는 ‘명문’, ‘전통’, ‘희소성’, ‘종가(宗家)’라는 자존심을 지켜왔다.
역사 오랜 좋은 코스가 지녀야 할 요소가 풍부한 ‘올드 & 골든’의 대표 모델이었다.

 

남화영 사진 신기환 


 

설립자의 철학이 지켜진 코스
1968년 6월16일, 경기도 시흥군 종곡리에 국내 8번째로 안양컨트리클럽이 개장했다. 당시엔 서울 외곽에다 골프장 주변으로 허허벌판이었으나 지금은 아파트들이 빽빽이 둘러싸고 있는 도심 속의 골프장이 됐다.
  코스 설립자인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일본, 구미의 유명 골프장에 견줄만한 코스를 건설한다’는 계획 아래 일본인 설계자 미야자와 조헤이에게 꼼꼼한 지시를 내렸다. ‘무더운 여름이나 한 겨울에도 퍼팅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홀마다 그린 스피드가 동일하고, 다음 홀 티잉 그라운드

까지 걷기에 부담 없어야 한다. 토너먼트보다는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주고, 코스에는 꽃과 열매가 열리는 수종을 많이 심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코스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했다. 72, 75, 78년간 클럽챔피언을 3번 지낸 우승섭 대한골프협회(KGA) 고문의 말이다. “70년대는 에버랜드가 만들어지기 전이었죠. 1번 홀 뒤로 맹수사(舍)가 있었고, 2번 홀 페어웨이 쪽으론 사슴우리, 6번 홀 그린에서 7번 홀 가는 길에 공작 우리도 있었죠. 3번 홀 티잉 그라

운드 옆에는 수영장까지 있어 여름이면 아이들이 와서 물놀이도 했어요.”
  개장 30년이 지나면서 안양은 대대적인 코스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26만평 6854야드 코스가 좁으면서도 골퍼에게 다소 쉬웠고, 홀마다 투 그린을 가졌던 레이아웃이 당시의 코스 추세와는 거리가 있었다. 97년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에 의해 5개월간의 코스 리노베이션을 거쳐 7044야드로 길어졌고, 원 그린 코스로 재탄생했다. 일본인 설계가의 동양 정원풍 코스가 미국 설계가에 의한 다이나믹한 코스로 바뀌면서 ‘동서양의 절묘한 만남’, ‘동양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린 빠르기는 여전했지만 언듈레이션이 깊어지고 그린 앞의 벙커들은 턱을 높이 쌓아 그린 공략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코스 설립자의 철학은 44년의 역사를 관통해 어긋남이 없었다. 코스에 심어진 수목은 종류만도 82종, 12만여 주에 달한다. 자연 수목원에 버금가는 규모에, 골프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수종도 많다. 마스터즈 개최지인 오거스타내셔널에서처럼 각 홀마다 그 홀을 대표하는 나무도 있다. 1번이 벙커 왼쪽 그린까지 쭉 심어진 살구나무이며 2번은 벚나무, 3번은 밤나무 하는 식이다. 
  홀 사이로 빽빽한 나무숲이 우거지고 코스 어디건 맨 땅이 한 군데도 없다. 코스 관리팀은 이를 ‘무나지(無裸地) 계획’이라고 부르며 철저히 지켰다. 코스의 어느 한 구석 사람의 손길이 세세하게 미쳤다는 점에서도 설립자의 관리 철학이 그대로 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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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럽하우스. 한 여름이면 입구 앞의 설치 조각물에서 구슬 위로 물이 시원하게 떨어져 내렸다.
2 /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골프백 2개씩 싣는 전동 카트에 캐디가 2명씩 붙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 2층 레스토랑은 와인과 음식, 골퍼가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의미로 ‘트로아’로 불렸다.
/ 9번 홀 그린 뒤에 새긴 무한추구는 안양베네스트의 골프의 지향점을 담은 구호다.

 

44년 세월에 새겨진 안양의 발자취    
올해부터 1년간의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안양베네스트를 보면 ‘전통’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폐기해야할 것과 존치할 것, 그리고 오히려 발전시킬 것이 새로운 가치 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나온 44년의 세월동안 안양에서 골퍼에게 선사했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그것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1번 홀 옆의 스타트하우스는 코스가 완공되기도 전인 66년에 세워졌다. 바뀐 것이라곤 벽이다. 처음엔 나무였다가 시간이 지나 벽돌로 바뀌었고, 작년까지는 슬라브로 보강했다. 이곳에서 골퍼들은 티오프를 준비하거나 급하게 오는 동반자를 기다리기도 했다. 코스 초창기 여름철 땡볕에서 티잉 그라운드에

있는 수고를 덜고 그늘을 만들기 위한 용도였으나 이곳의 기능은 점차 퇴화됐다.  
  설립자가 골프장의 이념으로 삼았던 ‘무한추구(無限追球)’를 새긴 바위도 9번 홀 그린 뒤에 있었다. 마지막 자는 ‘구할 구(求)’에서 ‘공 구(球)’로 바꾼 조어로, 골프장의 계간 회보(會報)의 이름으로도 쓰였다. 골프라는 운동에 열정적으로 다가가고 꾸준히 탐구하는 가치는 앞으로도 안양베네스트를 특징짓는 가치일 것 같다. 
  96년 코스 리노베이션을 준비하면서 골프장 이름을 ‘안양컨트리클럽’에서 베스트(Best : 최고)와 네스트(Nest : 둥지)를 합성한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으로 변경했고, 골프 사업 영역을 넓혀나갔다. 99년 용인 에버랜드에 9홀 퍼블릭 글렌로스와 안성에 세븐힐스를 개장했다. 세븐힐스는 2003년에 퍼블릭

코스와 남 코스를 추가하면서 36홀로 확대됐다. 04년엔 경기 가평에 27홀 가평베네스트를 개장하면서 삼성에버랜드는 총

108홀을 갖춘다. 개장 40년인 08년에는 비아이(BI : Business Identity)를 ‘베네스트’로 통일하고 로고도 바꾸었다. 세븐힐스도 ‘안성베네스트’로 이름을 바꾼다.  
  97년 여름에 개장한 43타석(왼손 1타석 포함)의 거리 240야드의 골프연습장은 내장객보다는 이 지역 골퍼에게 명소로 자리잡았다. 1층 규모에다 80야드 지점까지는 천연잔디여서 다양한 어프로치를 연습할 수 있었고, 양 옆과 뒤에만 망을 친 연습장은 외국의 드라이빙 레인지를 연상시켰다. 벙커 샷과 숏게임 장까지 갖춰진 복합 시설은 이곳이 시초였다. 07년엔 회원을 대상으로 피팅 스튜디오를 열었는데 첨단 스윙 측정 장비를 들여놓아 꽤나 인기였다.    
  안양은 초창기부터 워킹 코스였고 이를 지난해 말까지 고수했다. 물론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은 골퍼를 위해서는 카트를 타고 코스에 나가도록 배려했으나 안양에서는 걸어서 라운드 하는 원칙이 줄곧 지켜졌다. 일단 코스 레이아웃에서부터 홀 간 거리가 멀지 않고 홀의 경사도 걷기에 무난했다. 그리고 전동 카트에는 2개의 골프백을 싣고 나갔다. 한 명의 캐디가 두 사람을 서비스하니 보다 더 세심한 배려가 가능했다. 
  78년부터 근무하던 조명순 씨는 작년 말에도 그늘집에서 근무하며 푸근한 미소로 오랜 내장객을 맞았다. 사우나실에서 회원 머리를 다듬던 김 부장도 그대로 있었다. 초창기에는 샤워를 마친 회원이 그에게 머리 손질을 맡기곤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양을 마치 자신의 정원처럼 애지중지 아끼던 회원들이 안양의 숨은 저력이었다. 그들의 안양 사랑이 얼마나 넘쳤던지 안양골프장(ACC)시절의 로고 모자를 가져와 ‘사사(社史) 관리에 도움이 될지’ 기증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안양은 단순한 골프장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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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지붕이 없는 넓은 연습장으로 인기가 높은 46타석 레인지와 숏게임 연습장.
2 / 찔레회상. 11번 홀로 넘어가는 길목에 핀 찔레꽃을 보고 ‘어려운 사람을 동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시작하는 춘궁기를 겪던
어린 시절의 농촌을 생각하며 지은 설립자의 조언.
3 / 1번 홀 스타트하우스는 골프장 개장보다도 오랜 66년에 세워진 건물이다.

 

국내 골프장에 기여한 것들
안양베네스트는 ‘명문 코스의 종가(宗家)’로 불린다. 그건 지나온 세월동안 이 골프장이 국내 골프장 업계에 기여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안양중지’를 꼽을 수 있다. 한국 잔디는 여름 더위에 강하지만 잎 폭이 넓고 가을이면 누렇게 변하는 문제점을 낳곤 했다. 설립자 이병철 회장의 지시 아래 들잔디와 금잔디 갯잔디와의 교잡으로 나온 한국형 잔디가 74년 국제 특허를 받은 ‘안양중지(安養中芝)’다. 직립성이 강해 페어웨이에 촘촘히 깔린 잔디를 밟으면 마치 양탄자 위에 올라선 느낌을 받는다. 골프장용으로는 낮게 평가되던 국산 잔디와 비싸면서 더위에 약한 서양 잔디 사이에서 양자의 단점을 보완한 개량형 잔디로 각광받았다.  
  안양베네스트는 그 뒤로도 잔디 연구와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93년 12월에는 잔디환경연구소를 설립했다. 8명의 박사급 국내 최고의 연구진이 포진되어 있으며 잔디 특허만 44건에 이른다. 국내에는 골프장경영협회 부설 한국잔디연구소와 함께 잔디 분야의 대표 연구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골프장에 와인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전파한 곳이 안양

 

베네스트다. 90년대부터 안양이 주도한 와인 문화가 지금은 전국 골프장 레스토랑에 자리잡았다. 레스토랑 이름이 불어로 ‘트로아(Trois)’였다. ‘골퍼와 음식, 와인이 삼위일체가 되는 곳’이라는 의미다. 의자 뒤에는 코르크 마개를 꽂아 두는가 하

면 명품 와인과 디켄터를 클럽하우스에 진열했으며 와인 산지를 새긴 단체 룸마다 와인 셀러가 각각 비치되어 있었다. 식음 팀은 내장 고객의 음식 취향 정보를 미리 알고서 와인에 맞춰 서비스했다.
  베네스트 108홀에서 쌓은 코스 관리와 골프장 운영 노하우를 발휘해 국내 신설 코스의 컨설팅 사업도 확장했다. 영업기획 은 05년 경상남도 서라벌CC 운영 컨설팅을 시작으로 오션뷰, 밀양 리더스 등 국내외 다양한 코스를 위탁 관리하고 컨설팅을 진행했다.
  87년부터는 해마다 5월 중 하루를 잡아 ‘시민 개방 행사’를 열었다. ‘1년에 하루 정도는 지역 주민에게 공원으로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해마다 약 4000명이 공원처럼 이용했다. 이런 전통은 안양 출신의 지배인이 다른 골프장으로 옮겨 가서 전개하는 그린콘서트 등 지역 사회 봉사 활동의 모태가 되었다.

 

코스 리노베이션 이후의 기대
안양은 지난해 말까지 걸어서 라운드 하는 원칙을 지켰다. 홀마다의 그린 스피드가 여름이나 겨울이나 똑같이 빨랐고, 안양을 찾는 이에게 과실 서비스로 즐거움을 주는 곳이었다.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의 골프 철학이 그대로 지켜진 때문이었다.
  개장 30여 년이 지난 97년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현 안양베네스트 운영위원장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되었다. 미국식의 도전적인 코스였고, 운영은 국내 최고를 지향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잔디 분야에서 국내 골프장의 선두를 달려 다른 코스의 롤 모델이 되었다. 이 시기에 삼성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로부터 다시 15년 여가 지나면서 이제 1년간의 골프장 재정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우승섭 고문이 조언한다. “코스 레이아웃은 그대로 두고 페어웨이 배수를 고치는 정도여도 훌륭하겠고, 나머지는 특별히 고칠 이유가 없습니다. 한 홀도 쉽지 않기 때문이죠. 매홀 보기를 한다 생각하면 즐길 수 있는 코스

였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철학입니다. 안양은 지금처럼 여전히 회원에 제한을 두었으면 좋겠어요. 옛날엔 40세 미만은 회원이 될 수 없었고, 모든 조건이 맞아도 오너가 직접 회원을 심사했죠. 돈이 아무리 많다고 회원권을 살 수 없었습니다. 돈에 휘둘리지 말아야죠. 그 원칙을 계속 지킨다면 한국의 넘버원으

로 남지 않을까요?”
  어떤 안양베네스트로 재탄생할까?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삼성의 작업과 궤를 함께 할 것 같다. 그 중심에는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과 함께 영국골프협회(R&A) 회원으로 지난해 선출된 이재용 삼성 사장이 있을 것이다. 짐작컨대 보다 역동적이고 젊고, 글로벌한 안양베네스트가 나오지 않을까?
  세계적인 오피니언리더가 한국을 찾을 때 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교장의 기능성을 보다 높이지 않을까? 종전까지의 안양베네스트가 ‘나이 지긋한 국내 오피니언 리더의 폐쇄적인 레저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보다 젊은 세대가 참여하고 보다 글로벌한 사교의 공간’으로 재탄생하

지 않을까?   
  1년간 골프장을 아예 닫고서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적은 국내에 한 번도 전례가 없었다. 그렇다고 현재의 조건에서 코스 자체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 같다. 공간적인 제약이 있으며,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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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의 지적처럼 이미 44년의 역사동안 잘 유지되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클럽하우스의 재건축과 클럽 운영의 변화 정도는 예상된다. 1세대 창업자가 국내에 골프 코스라는 것을 심었고, 2세대에서 국내 최고의 명문으로 올라서는 역할을 완수했다면, 3세대의 역할은 세계적으로 교류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미 국내 몇몇 골프장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해슬리나인브릿지, 송도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 아난티클럽서울은 올해 초 뉴욕타임즈에 ‘멋진 클럽하우스를 자랑하며 아시아 골프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소개되었다. 이전까지의 안양베네스트가 폐쇄의 대명사였다면 내년부터의 안양베네스트는 골

프 문화가 글로벌하게 소통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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